[인터뷰] 남규리 "카메라 밖에서 배우인 척 못해요"
기사입력 : 2016.08.27 오전 8:00
남규리 인터뷰/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남규리 인터뷰/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대사할 때도 진정성 있게 하려고 해요. 대화할 때도 다 감정이 깃들어 있잖아요. 저는 감정을 표출하고 산다기보다는 느끼는 편이에요. 카메라 밖에서 배우인 척하는 건 못해요."


배우 남규리는 선입견과 맞서왔다. 새침하고, 여성스러우며, 신비주의일 것 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그를 실제로 만나보면 상상했던 것과 정반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새침할 것 같은 이미지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았을 것 같다"는 말에 남규리는 "너는 참 여자들이 안 좋아하는 느낌이야. 널 알고 나면 친해질 텐데"라던 지인의 말을 빌어 답했다.


남규리는 17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더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연기자는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도화지이길 바라고, 캐릭터에 맞게 물들길 원한다. 고정된 이미지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독이 되기도 한다.


남규리도 이미지로 인해 배역에 제약이 있었다. "부잣집 귀한 딸 같은 이미지가 있나 봐요. 이미지 때문에 캐스팅이 안 될 때도 있지만, 어느 순간 한 번쯤은 작지만 임팩트 있는 캐릭터를 맡게 되는 기회가 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디마프'의 이광수, '고지전'의 김옥빈 같은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어요."



오토바이 타고 다니다 아버지께 혼나
지인들이 말하는 남규리 "진짜 재미있는 친구"
가수 활동 병행? "앨범 내는 건 아직 꺼려져"


다양한 배역을 만나고 싶고, 모두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남규리'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이미지 때문에 제가 캐스팅 단계에서 아예 제외될 수도 있잖아요. 저도 제 이미지를 깨려고 노력하는데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제가 좀 내성적이고 처음엔 낯도 가려요. 예의 바르게 행동하려고 하는 것도 있고요. 실제 성격은 리얼리티를 찍지 않는 이상은 못 보여드릴 것 같아요."


나를 깨부수려고 노력하면서 느낀 건 "망가지는 게 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중과 친해져야 한다고 느꼈어요. 예전에는 말도 잘 못하고 모든 게 어려워서 더 대중과 가까워질 기회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실수할까봐 겁도 났고, 다 얘기하기에는 턱없이... 되게 겸손해져요."


긴 머리를 휘날리며 꽃꽂이를 하고 취미가 요리일 것만 같은 남규리에게 '의외성'을 부여한 건 그가 게임 '철권'의 고수로 국내외 많은 철권 강자들을 이겼다는 얘기가 전해지면서부터다. "예전에는 혼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어요. 후드티에 청바지 입고 헬멧쓰면 아무도 몰라봐요. 결국 아버지께 걸려서 오토바이를 팔긴 했지만요. (의외네요) 제 친한 친구들은 다 아는 얘기에요.(웃음)"


오죽하면 남규리의 스태프들은 그에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가야 한다"고 난리라고. "말도 재미있게 하고 어안이 벙벙한 것도 재미있대요. 일부로 웃기려고 한 게 아닌데 표현법이 다르대요. (정)해인이도 '이 누나 진짜 웃긴 누나'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하는 일이나 삶에 대해서는 진중한 편인데 그 외에는 아무것도 꼼꼼하지 못하거든요. 말도 안 되는 막연한 꿈을 꾸기도 하고, 특이한 면이 있죠."


드라마 '무정도시' 이후 슬럼프를 극복한 남규리는 "진중한 배우의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배우 활동을 시작한 이상 다양한 작품을 해보는 게 그의 바람이라고. 시간이 흐르고, 유연하게 생각하게 된 지금의 남규리는 "안전한 선택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촌좀비만화'처럼 장르물도 다시 해보고 싶어요. 그때 정말 좋았어요. 현장에 몰입하는 느낌과 쫓기지 않고 그 감정에만 100% 몰입할 수 있는 현장이 그리웠어요. (앞으로 맡고 싶은 역할은요?) 치열한 삶을 사는 여자나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진 연애하는 사람이요. 먼훗날 큰 배우가 돼 있다면 어떤 사람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에도 출연해복 싶어요. 멜로를 찍는다면 '클로저' 속 나탈리 포트만처럼 사랑에 솔직한 여자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그룹 씨야 출신인 남규리는 노래 활동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구체적인 계획도, 약속도 못 드린다"며 솔직하게 말했다. "하고는 싶은데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분야 같아요. 연륜이 쌓이고 조금 더 자신 있게 무대에 설 수 있는 날이 오면 서보고 싶어요."


배우로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시점에 방해될까 하는 노파심에 병행 활동을 자제하는지 묻자 "그런 고민도 없다고 할 순 없죠"라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연기하겠다고 선언하고 6~7년째 활동하고 있는데 아직도 저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걸 저도 알아요. 어떤 분 말씀으로는 '마니아층이 있다'고 좋은 의미로 그렇게 말씀해주시기는 하지만요. 내가 화가인데 그림을 그려놓고 갑자기 노래하겠다고 왔다 갔다 하면 사람들이 가볍게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콜라보나 OST는 할 수 있는데 앨범을 내는 건 아직 꺼려지는 게 사실이에요."


인터뷰를 마치고 남규리는 "더 편한 자리에서 만났다면 더 재미있게 인터뷰를 했을 텐데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많은 인터뷰를 한꺼번에 해야 해서 지치고 힘들기도 하지만, 제게 관심을 두고 얘기를 나눠주시고 또 제 얘기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해서 좋아요. 시간적인 여유도 있고 더 편한 자리에서 만났다면 아마 오두방정을 떨지도 몰라요.(웃음)" 알면 알수록 참 궁금해지는 그였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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