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민아 "'공심이' 끝난 후 엉엉 울어…남궁민도 눈물 그렁"
기사입력 : 2016.07.21 오전 8:00
민아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민아 인터뷰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인터뷰①에 이어] 민아가 연기한 ‘공심이’는 만년 취업 준비생으로, 집안에서는 온갖 집안일을 다하는 생활력 강한 ‘못난이 막내딸’로 나온다. 내로라하는 스펙이 없어 취업에는 실패하고, 대기업 면접에서는 외모로 지적받으며 불합리한 상황을 겪는다.


“제가 극 초반에 아르바이트 하는 주유소에서 로펌 대표의 사모님에게 맞고 소송을 준비하다가 언니가 다니는 회사라는 이유로 부모님이 말리는 장면이 나와요. 그때 술을 마시면서 친구한테 하소연해요. ‘어떻게 나랑 우리 언니가 친자매냐고 그렇게 다른데. 딸이랑 동생을 창피해하고 말이야. 근데 더 웃긴 게 뭔지 아냐? 사실, 나도 내가 창피하다는 거야’라는 대사에서 저도 울컥했어요.”


“그러면서 공심이랑 나랑 비슷한 면도 참 많다고 생각했어요. 반면에 공심이는 할 말은 하는데, 저는 싫은 소리를 못하고 참아요. 면접 보러 간 공심이가 자신의 외모를 지적하는 전무에게 ‘사람 얼굴 가지고 키득거리는 게 재미있습니까? (중략) 그러니까 개저씨 소리를 듣는 겁니다”라는 대사를 날리는 장면이 있어요. 평생 그렇게 산 적이 없어서 어떻게 읊어야 할지 막막했는데 현장 가니까 지르게 되고, 나중에는 스트레스가 풀리더라고요. 할 말 하고 살면 이렇게 시원한지 그때 깨달았죠.”



술에 취해 청소용 솔과 한 입 베어 문 비누를 쥔 채 잠든 공심이는 웃음을 자아내는 주사를 선보였다. 이후에는 쓰레기 더미에 숨는 등 기상천외한 주사로 ‘주사 끝판왕’에 등극했다. 그런데 사실 민아는 공심이와 달리 술을 못 마신다.


“공심이는 주당인데 저는 평소에 술을 못 마셔요. 저는 혼자 술을 마시고 취한 적이 없어요. 감독님과 얘기하면서 탄생한 장면들이에요. 많은 분들이 주사 연기를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저도 연기하면서 재미있었고 홍대 한복판에서 쓰레기봉투를 뒤집어쓴 장면을 연기할 때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서 즐거웠던 기억이 나요.”


처음에는 4회까지만 쓰기로 했던 가발을 결국 20회가 돼서야 벗게 된 공심이. 민아는 “감독님이 ‘가발 반응이 너무 좋아서 조금만 더 쓰자’고 하셨어요”라며 웃었다. “조금 있다가 벗어도 괜찮다고 하니까 감독님이 16회를 얘기하셨어요. 아무리 넘겨도 가발 얘기가 없길래 아예 안 벗는 거로 생각했죠. 결국 20회가 20분 지날 때 가발을 벗었어요.(웃음) 가발을 한번 벗었다 쓰려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리고, 여름이라 열도 나고 현기증도 났거든요. 19, 20회를 찍을 때는 하루에 40분도 못 잤고요. 연결을 맞춰야 해서 가발도 썼다 벗기를 5번 정도 했고, 머리도 두 번 감았어요. 그렇게 고생했는데 막상 벗으려니까 기분이 진짜 이상했어요.”


민아는 ‘미녀 공심이’를 성공리에 마칠 수 있었던 공을 파트너이자 선배 배우인 남궁민과 백수찬 감독에게 돌렸다. “남궁민 오빠는 제일 감사한 분이에요. 본인도 체력적으로 힘든데 마지막까지 저를 챙겨줘서 감동받았고 감사했어요.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그리고 백수찬 감독님이 없었으면 지금처럼 사랑받는 공심이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너무 좋았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다시 일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진심으로 잘되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남궁민에 관해 얘기하던 민아의 눈시울이 잠시 붉어졌고 목소리도 미세하게 떨렸다. “연기를 기술적으로 알려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에 대해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오빠가 ‘네가 연기를 계속했으면 좋겠다’고 말해줬는데 그때 제가 불안했던 마음이 위로 됐고 공심이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계기가 됐어요.”


“그리고 ‘네가 공심이어서 고마웠어. 네가 아닌 공심이는 상상이 안 가’라는 얘기도 해줬는데 저 또한 그렇거든요. 남궁민 오빠가 아니었으면 이 정도까지 못했을 거예요. (잠시 침묵) 작품이 끝나자마자 제가 엉엉 울었어요. 저도 오빠가 우는 걸 본 적이 없는데 눈물이 차 있더라고요. 오빠도 나한테 진심으로 대해주셨다는 걸 느꼈어요.”


좋은 사람을 만나고, 한 번 더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고 이제까지 노력해왔던 것에 대한 보상을 결과로 받으며 민아는 “연기를 계속해야겠다”는 확신을 얻었을까.


“아직도 고민 중이에요. 그 와중에 한쪽 마음에는 ‘계속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그래서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 같아요. 요즘 드는 생각은 내가 해낼 수 있는 역할들에 차근차근 도전하며 역량을 키워나가자는 거예요. 지금 당장은 내 옷을 입은 것처럼 연기할 수 없지만, 노력하고 발전해 나가면서 (진정한 배우에)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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