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비스트 / 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떤 시선에서 비스트의 시작은 애틋했다. 팀의 콘셉트에 맞는 멤버를 소속사가 구성하는 방식이 아닌, 스스로 멤버를 결성했던 비스트는 멤버들끼리도 팬들과도 애틋하고 특별하게 시작했다. 8년차 그룹인 비스트는 그동안 이렇다 할 사건사고 없이 팀을 유지시켜왔다. 지난 4월, 서로 다른 음악적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합의 결별한 멤버 장현승의 탈퇴는 비스트에게도, 가요계에도 큰 사건이었다.
1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비스트는 6인조에서 5인조(윤두준, 이기광, 용준형, 양요섭, 손동운)로 팀을 재정비하고, 총 12곡을 수록한 3집 앨범 <하이라이트>를 발표했다. 빈티지한 바이올린 사운드와 멤버들의 애절한 목소리가 쓸쓸한 감성을 한층 극대화 한 타이틀 곡 ‘리본’은 프로듀싱 팀 ‘굿 라이프’가 작곡하고, 멤버 용준형이 작사한 곡이다.
단단했던 매듭이 결국엔 풀려버리고 마네요 / 설마 했던 이별이 가까이 다가와 버렸네요 정말로 /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힘든 순간이에요 내겐 / 걱정 말아요 그래도 그대 원망하진 않아요 – 타이틀 곡 <리본> 가사 中
헤어진 연인과의 관계를 풀어진 리본에 빗댄 가사가 돋보이는 팝 알앤비 장르의 곡이다. 슬픈 감성이 묻어나는 이별 노래를 꾸준히 발표한 비스트지만, 장현승이 탈퇴한 후 처음으로 내놓는 신곡인지라 ‘리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첫 번째 해석은 용준형이 가사를 직접 썼기 때문에 헤어진 연인에 대한 내용 이면에 함께 했던 멤버가 팀을 떠난 지금의 상황을 담고 있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용준형은 “처음부터 어떤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작업하지 않았어요. ‘리본’이라는 주제로 어떻게 풀어낼까 생각하다 보니 가사가 그렇게 전개됐죠. 어쨌든 제가 느끼는 감정이 섞여서 나오는 거니까 상황을 배제했다고 말하긴 힘들지만, 꼭 그런 상황을 몰입해서 100% 담았다고 말씀 드리기도 힘들어요. 멤버들이 그 동안 앨범을 준비하면서 겪었던 상황이나 감정을 어느 정도 담은 곡인 것 같아요”라고 ‘리본’을 작업했던 지난 날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한 멤버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래나 안무를 대대적으로 수정한 비스트는 “최선을 다하자”는 말을 가장 많이 하며 새 앨범을 준비했다. 컴백에 대한 설렘을 안고 준비했지만,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에 “좀 더 신중했고, 보다 많은 노력을 했던” 시간이었다. “다섯 명이서 더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다했다.
리본(Ribbon)을 사전적 단어 리본(Re born)으로 해석하면 ‘다시 태어나다’라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팀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린 비스트가 타이틀 곡명에 이러한 중의적 의미를 담지 않았을까. 용준형은 “처음 ‘리본’을 갖고 회사에 갔을 때도 그런 얘기가 나왔어요. 그 뜻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어요. 이런 상황에 비유해보면 너무 유치한 것 같아서 절대 생각해 본적 없고, 말 그대로 예븐 리본을 생각하고 쓴 가사예요”라고 설명했다.
비스트는 용준형을 중심으로 곡을 만들고, 앨범을 프로듀싱하며 직접 부딪히고 깨달으며 팀의 색깔을 확고히 한 그룹이다. 그래서 청취자들은 비스트의 곡과 앨범에 담긴 의미를 찾으려 하고, 필모그래피에 따른 다양한 해석들을 유추하곤 한다. 이는 용준형의 숨은 의도일 수도 있고, 작사가보다 더 앞선 의미 부여였을 지도 모른다.
용준형은 ‘리본’을 주제로 정해놓은 이유에 대해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평소에 어떤 단어를 비유하는 걸 재미있게 생각해요. 가사를 쓸 때 청취자들이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가사를 좋은 가사라고 생각해서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죠. 많은 분들이 믿지 않는데 ‘리본’은 호텔에서 가운을 입다가 리본이 쉽게 풀려서 ‘왜 이렇게 잘 풀리지?’라고 생각하며 다시 묶다가 아무런 생각없이 휴대전화에 ‘리본’이라고 적어놓은 데서 출발했어요. ‘리본을 이렇게 풀어냈구나’ 하고 감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곡이에요.”
‘리본’은 얼반 팝 장르이긴 하지만 국내에서는 발라드라고 생각하고 듣게 되는 곡이다. 이 곡은 “감성을 전달하고, 안무까지 곁들이는” 비스트의 이전 곡들과 궤를 같이한다. 감성 발라드 장르에서 독보적인 성공을 이끌어냈던 비스트의 노하우가 농축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앨범명인 ‘하이라이트’는 지금의 비스트가 전성기라는 의미가 아닌, “열심히 해서 이번 앨범을 ‘하이라이트’로 만들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치가 말해주는 비스트의 전성기는 KBS 가요대축제에서 대상을 받았던 2011년이다. 또 다른 시작에 앞서 비스트는 “무대에 집중할 수 있는 활동”을 펼치고 싶다고 했다. 대중에게 “비스트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싶다는 이들은 ‘전성기’에 연연하기 보다는 ‘함께하는 순간’에 집중하고 싶어했다.
막내 손동운은 “악착같이 끈질기게 오래하고 싶어요. ‘비스트의 인기는 식지 않았냐’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좀비처럼 죽었다고 생각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그룹이 됐으면 좋겠어요. 복권으로 따지면 ‘로또’보다는 ‘연금복권’처럼 꾸준히 사랑 받고 싶어요”라며 이번 활동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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