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송혜교 인터뷰 / UAA 제공
송혜교는 십 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2030 워너비’로 거론되는 톱배우다. 1996년 CF 선경 스마트 모델로 데뷔한 송혜교는 ‘순풍산부인과’(1998), ‘가을동화’(2000), ‘올인’(2003), ‘풀하우스’(2004), ‘그들이 사는 세상’(2008),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그리고 최근 종영한 ‘태양의 후예’까지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차곡차곡 연기 경험을 쌓았다.
CF만 찍지도 않았고, 대중성 있는 작품만 선택하지 않았으며, 그렇다고 작품성만 고집해 대중과 거리를 두지도 않았다. 송혜교는 작품의 성공보다 “전작보다 퇴보된 모습을 보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말로 앞으로의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여배우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도 훌륭한 여배우들이 많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장르와 캐릭터들이 많아진다면, 이제껏 만나보지 못했던 우리나라 여배우들의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을 만드는 분들이 힘이 되어주셨으면 좋겠다.”
◇“실제 성격은 선머슴, 강모연 연기하며 대리만족”
송혜교는 김은숙 작가와 첫 만남부터 대화가 잘 통했다고 했다. 처음 미팅을 하기 전에는 입체적이지 않았던 강모연 캐릭터가 송혜교의 밝은 면을 발견해 대본에 녹인 김은숙 작가 덕분에 시원시원한 성격과 눈에 띄는 캐릭터로 변화될 수 있었다. 김은숙 작가 역시 본인의 작품 속 여주인공 중에 당당한 인물은 강모연이 처음인 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였다.
실제로도 털털하고 선머슴 같은 성격인 송혜교는 강모연을 연기하며 대리 만족했다고 전했다. 이미지 관리를 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꾹꾹 누르고 있는데, 톡 쏘는 강모연의 대사가 대리 만족할 기회를 줬다고. 그래서일까. 송혜교는 우는 연기를 할 때도 예뻐 보여야 한다는 강박감이 전혀 없을뿐더러 중간에 화장을 수정하면 감정을 깨트리기 때문에 이마저도 자제한다고 밝혔다.
“내가 울 때 예뻐 보여야 하니까 이런 표정으로 연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연기가 안 된다. 감정 신을 찍을 때는 몰입해야만 연기가 나온다. ‘가을동화’때부터 메이크업하는 분들께 울어서 눈썹이 지워져도 오지 말라고 부탁했었다. ‘너희가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내 감정이 중요하니까 이 신은 포기해달라’고 옆에도 못 오게 하는 편이다. 최대한 그 순간에 몰입하려고 한다. 제가 우는 표정은 저도 방송을 보고 안다.”
◇‘태양의 후예’의 성공이 송혜교에게 미치는 영향
송혜교는 연기는 지금도 어렵고, 앞으로도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30대가 되고 연기 경험이 많이 쌓이면 쉽게 연기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지금도 매 작품 들어갈 때마다 떨리고 긴장된다. 캐릭터를 어떻게 해낼지에 대한 스트레스가 계속 있다.” 남모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송혜교는 지금의 자리에 올라있다. 시청률, 화제성, 매출까지 ‘태양의 후예’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일궜다. 30대 중반의 톱스타 송혜교의 행보에 ‘태양의 후예’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태양의 후예’는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한 작품이다. 이 작품도 기회였는데 또 다른 기회를 준 작품이 됐다. ‘태양의 후예’가 잘 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는 것 같다. 예전처럼 똑같이 대본을 보고 또 끌리는 작품을 만나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할 것 같다.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해서 일의 방향을 바꾸진 않을 것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후 3년 만에 ‘태양의 후예’를 하게 된 송혜교는 “그 동안 크고 작은 일이 있어서 이 작품이 중요했다. ‘태양의 후예’가 마지막이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그 순간 열심히 했다. 좋은 결과가 나와서 감사드린다.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많이 하게 한 작품이다. 행복하면서도 죄송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묘한 감정이 오갔던 작품이다. 어떤 결과보다 또 다른 작품을 선택할 좋은 기회를 얻게 돼서 좋고 충분히 만족한다”며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송혜교는 다방면으로 주목받고 있다. 송혜교가 보여줄 캐릭터에 기대하고 있는 애청자도 있고, 그의 뷰티와 패션, 이미지를 소비하는 트렌드세터도 있고, 배우로서도 아이콘으로서도 그를 응원하는 팬도 있다. 같은 맥락에서 여성 시청자들은 한번쯤 송혜교로 사는 특별함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송혜교는 “똑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어렸을 땐 감당이 안될 정도로 친구가 많았다. 나이가 들수록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다 받아줄 수 있는 사람만 만나게 됐다. 모든 걸 조심하다 보니 그런 결론이 난 것 같다. 연예인으로 보여지는 부분만 다를 뿐 힘들면 울고, 스트레스 받으면 친구들과 술 한잔하면서 푸는, 제 또래 여자들과 똑같다.”
올해 나이 서른다섯. 결혼 계획에 대해서도 송혜교는 주저하지 않고 미소로 답했다. “생각이 왔다 갔다 한다. 시집가야 할 나이가 됐는데 싶다가도 시간이 좀 지나면 혼자 이렇게 편한데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가도 또 하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생각이 계속 바뀐다. 그런데 하긴 해야겠죠?”
기자회견이 진행된 한 시간 동안 송혜교는 거침없이 솔직한 매력과 유쾌한 입담으로 현장 분위기를 주도했다. “지금의 자리에 오른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드라마 종영 기념 기자회견이기 때문에 취재진은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질문하곤 한다.
송혜교는 취재진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메모지에 질문을 정리해 적고, 생각을 정리해 답하는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흘려보내는 한 시간이 아닌, 소통의 한 시간을 채운 송혜교의 노력이 그를 지금의 자리로 이끈 것은 아닐까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인터뷰①] 송혜교 “옳다고 생각하는 일, 앞으로도 계속 추진” 와 이어집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