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태양의 후예' 송중기, 결코 실망시키는 법이 없는
기사입력 : 2016.04.15 오후 6:00
사진: '태양의 후예' 송중기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KBS '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사진: '태양의 후예' 송중기가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블러썸엔터테인먼트 제공, KBS '태양의 후예' 홈페이지


해를 넘어도, 작품이 달라져도 송중기는 여전했다. KBS2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를 끝으로 군입대한 송중기는 당시 ‘2012년은 송중기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환대 속에 입대했다. 부드러운 이미지로 사랑받았던 송중기는 전역이 가까워지면서 또다시 ‘캐스팅 0순위’에 올랐다. 그의 군입대 후 첫 작품은 ‘히트 메이커’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로, 제작 단계부터 김은숙 작가와 두 톱스타 송혜교, 송중기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송중기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제대 후 군복을 다시 입게 되어 우려를 표하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중은 송중기표 유시진에 푹 빠져들었다. 그의 동료들과 주위 사람들의 입을 통해 전해온 것처럼 “상남자 송중기”의 모습이 유시진에게 묻어 있었다. 그렇게 강인하고 남성적인 모습이 가미된 ‘유시진’ 캐릭터는 송중기에게 새로운 매력을 부여했다.


내가 하는 일 ‘조직의 예술’이라고 생각해
보수적인 내 성격, 이 세계와 맞을지 고민하기도
군대에 있던 시간, 많은 도움 돼


‘태양의 후예’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멜로’였다. 김은숙 작가의 마법은 이번에도 강력했다. 김은숙 작가는 매회 뇌리에 박히는 대사들을 써냈다. 유시진에 송중기를 투영해서 시청한 애청자들은 그의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중 하나가 송중기의 실제 연애 스타일이다.


“유시진을 보면서 ‘이렇게 해야 내 여자가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많이 배웠어요. 내 남자, 내 남편에게 듣고 싶은 말들을 유시진이 하잖아요. 유시진과 비슷했다면 엄청난 사랑을 받았겠죠. 그런데 유시진 같은 남자가 있을까요? 작가님 말씀처럼 판타지 같은데 저도 많이 배웠어요. 주위 결혼한 친구들도 많이 뭐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연기한 유시진은 그냥 멋진 놈이에요.”


김은숙은 대사로 말하는 작가다. “사과할까요? 고백할까요?”처럼 대표 명대사를 회별로 탄생시킨다. 그 과정에서 ‘오글거린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고, ‘귓가에 맴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다. 이를 두고 송중기는 “김은숙 작가의 대사는 취향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제 성격은 누군가와 같이 일할 때나 친구들과 함께할 때 상대의 단점을 제 장점으로 보완해주고, 반대로 내 단점을 파트너의 강점으로 보완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조직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대사가 누군가에게 오글거리게 들린다면 제가 그렇지 않도록 표현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최근 광고 촬영을 하다가 대기실에서 1~14회 연속방송을 하는 것을 보고 드라마를 다시 봤다는 송중기는 유시진이 강모연(송혜교)에게 하는 “자기 마음 들켜서 졌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어차피 그래봤자 내가 더 좋아하니까.”라는 대사가 갑자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유시진의 대표 명대사인 “그 어려운 걸 제가 해냈습니다”는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으로 표현되다 보니 다르게 들렸고 기억에 남는다고도 했다.


수작일지라도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다. ‘태양의 후예’는 과도한 PPL과 개연성 없는 전개로 옥에 티를 남겼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얻으며 승승장구한 데는 송중기, 송혜교를 비롯한 출연 배우들의 열연이 큰 역할을 했다. 송중기의 연기는 “모든 걸 용서하게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로 송중기는 극 안에서 흡입력 있는 연기가 펼쳤다.


“기본적으로 중요한 건 책이에요. 저는 대본을 중요시해요. 이 장면, 이 대사를 왜 썼을지 작가의 입장에서 생각할 때가 많아요. 멜로 연기의 비결을 말하자면 아무래도 제 평소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저는 연기할 때 웬만하면 느끼하게 하지 말자는 주의에요. 비결까지는 아니고 제 소신이랄까요?”


‘믿고 보는’ 송중기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연기는 영화 ‘늑대소년’에서도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 소녀와 사랑에 빠지는 늑대소년을 연기한 그는 그때까지만 해도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었던 늑대인간을 섬세하게 풀어내며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게다가 화면 밖에서 보이는 송중기의 바른 인성은 그의 신뢰도를 한 단계 더 높였다. 한번 학습된 신뢰는 깨지지 않고 계속됐다.


“제가 생각하는 인성적인 매력이요? 13회에서 강모연 선생 어머니를 만나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하는 ‘제가 구식이라’라는 대사가 와 닿더라고요. 제가 보수적이고 촌스러운 면이 있고 클래식한 면도 있거든요. 그런 성격 때문에 이 세계와 내 성격이 맞을지에 대한 고민도 했죠. 그럴 때일수록 제 색깔대로 살아가려고 해요. 회사 식구들이든 현장 스태프든 함께 하려고 하는 성격인데, 극 제 매력일 수도 있지만 누가 보면 오지랖이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늑대소년’에서 ‘태양의 후예’로 작품을 거치면서 송중기는 점점 더 단단해졌다. “이 캐릭터까지 소화하는 배우였네”라는 호평들이 쌓이면서 어느새 “어떤 캐릭터를 맡겨도 신뢰가 가고, 기다려지는” 주연배우로서의 위치에 올라선 송중기. 그는 일반 사병들과 몸을 부대끼면서 지낸 지난 2년간의 군대 생활이 청년으로서도, 배우로서도 얻은 게 많았다고 했다.


“군대에 있던 시간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연기자로 살면서 느끼지 못한 것들을 사병들과 지내면서 느낄 수 있었어요. 나는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는데 저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느끼기도 했고, 투덜거리면 안 되겠다는 것들도 느꼈어요. 제가 살면서 더 느껴야겠지만 군대에서 느낀 게 많았고 캐릭터에 맞아 떨어진 것도 있었어요. 군대에서 느낀 여유로움이 앞으로 연기하면서 묻어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군대에 잘 갔다 왔다고 생각해요.”


매 작품 실망시키는 일이 없었던 송중기는 차기작으로 영화 ‘군함도’(감독 류승완)를 준비 중이다. ‘군함도’는 일제 강점기 일본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일제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었던” 송중기는 ‘군함도’로 위시리스트 중 하나를 이루게 됐다. 송중기의 다음 꿈 역시 또 다른 캐릭터의 발견이다.


“서늘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제 안에 그런 면이 있다고 느끼거든요. 더 나이가 늙기 전에 서늘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인터뷰②] 송중기 “꽃미남 타이틀, 역할에 방해되면 과감히 버려야죠” 와 이어집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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