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배우 천우희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제 얼굴이 흔한가요? 아님 독특한가요? 이제 잡히는 거 같죠, 예쁘게?" 이런 능청스러운 여배우를 봤나.
배우 천우희를 지난 5일 오후, 벚꽃 바람이 살랑살랑 나부끼는 서울 삼청동길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모처럼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를 보니 인터뷰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시사회 직후 배우들끼리 어떤 이야기를 나눴냐고 물었다. "20시간을 넘게 꼬박 촬영한 날도 있어 워낙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만족스러웠어요.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연희에 대한 정체성이 조금 드러나지 않은 점이죠. 왜 그녀가 윤우(유연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절친과 이별을 고하게 됐는지 등등 말이죠."
천우희의 극 중 상대는 두 사람. 노래로 이성적인 호감을 느끼게 된 윤우(유연석)와, 절친 소율(한효주)이다. "무엇보다 효주와 연기대결은 아닌거 같아요. 같이 작품을 하는 호흡과 시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했기에 그런 분위기를 깨치지 않으려는 제 연기에 대한 집중력이 더 중요했어요. 단지, 두 여자를 스크린을 통해 바라보는 관객들의 시선에서는 연기대결이 곧 극의 긴장감이고 그런 분위기가 마지막까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해어화> 속 연희는 소율에게 크나큰 시기와 질투를 당한다. 그런 천우희의 실제 친구와의 모습은 어떨까. "시기와 질투? 그런것에 굉장히 무신경한 편이에요. 친구들간의 기싸움? 정말 싫어하죠. 이번 작품을 선택할 때에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현실에서의 천우희 말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에 동의했고, 결국 용기를 가진거죠."
고교시절 연극반 친구를 따라 우연히 연기란 매력에 푹 빠졌다는 소녀 천우희. 학창시절 친구들 앞에서 장기자랑으로 분위기를 압도한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의 배우 천우희가 된 모습에 늘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는 그녀. "첫 느낌? 날 것과 같은 느낌 있잖아요. 전 그런 본능으로의 접근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사실, 다른 작품의 여배우들 연기를 참고하는 편은 아니예요. 일상생활 속에서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의 모습들을 관찰하는 것이 좋아요. 동물도 좋죠. 전작의 캐릭터를 동물로 비유하자면, '써니'에서의 제 모습은 이리와 닮았고, '한공주'에서는 사슴을, '곡성'을 통해서는 뱀과 같은 캐릭터로 분했죠. 하지만, '해어화'에서는 조금 달라요. 연희는 가시꽃과 매우 닮았어요, 후훗!"
<해어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꼭 어필하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말해 달라고 했다. "1940년대 젊은 여자들의 삶, 제약도 많았겠지만 주체적이고 가수를 꿈꾸는 갈망 등은 지금에서도 충분히 공감이 가는 소재예요. 이제 제 손을 떠나 곧 개봉을 하죠. 실망감 보다는 다음 작품에서의 연기를 더 잘해야겠구나 하고 스스로에게 토닥토닥 해주는 것이 앞으로의 좋은 결과로 이어지리라 굳게 믿습니다, 하하!"
배우 천우희가 열연한 영화 <해어화>는 1943년 비운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당대 최고의 작곡가 윤우(유연석)의 노래 '조선의 마음'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엇갈린 선택을 하게 되는 마지막 기생인 소율(한효주)과 연희(천우희)의 숨겨진 이야기로 4월 13일 개봉한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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