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배우' 오달수, "과거 데뷔작서 화면에 안나온다 혼쭐"
기사입력 : 2016.03.31 오전 8:00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제 딸이 배우가 된다고 했을 때, 한마디 했죠. '뷁!'이라고."

배우 오달수가 영화 <대배우>(감독 석민우)로 단독 주연을 꿰찼다. '천만요정'이라는 상업적인 수식어가 붙기 전, 오달수는 대학로의 한 무명배우로 긴 시간을 보냈다. "너무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어요. 먹고 사는 게 힘들지 않았더라면 딸이 배우가 된다고해서 말릴 부모가 있겠어요? 괴로운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치열한 삶을 겪으면서 다행인 건, '나태함'과 '매너리즘'이란 단어는 모르고 살았죠."


유명배우가 된 오달수는 <대배우> 속 자신이 맡은 '장성필'이란 무명배우에게 "미련하다"고 꾸짖었다. 리얼한 연기를 위해 스스로를 자해(?)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 "연기도 과학이라 실성한 사람이면 목소리가 클 것이고, 눈동자의 움직임도 안정되지 않고 흔들리는 특징이 있어요. 전 그런 것을 분석할 때, 동물에 많이 비유했어요. 너구리는 잡혔을때 죽을때까지 죽은 척을 하잖아요? 과거 '남자충동'이란 연극을 했을 때 똘마니 역할을 맡았는데, 그 움직임이 마치 토끼와 같았죠. 전 그렇게 연기라는 과제에 도전했어요."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 출연 당시, 조감독이었던 석민우 감독에게 "입봉하면 꼭 출연하겠다"고 스쳐지나 듯 약속한 오달수는 "툭 던진 말인데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죠. '대배우'의 출연 제안을 받고 며칠 고민은 했지만, 8년 전 기억에 남는 약속의 '두께'를 깨트릴 수는 없었어요."라고 말한 의리남이다. 그는 서른일곱 늦은 나이에 연극무대를 벗어나 영화배우로 살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외적으로 빚이 많이 줄었다"며 "금전적인 빚도 있겠지만, 친구들이 밥을 사준 마음의 빚은 아직도 다 값지 못하고 있어요."라고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대배우>의 '깐느박' 연기를 한 이경영의 모습은 바로 박찬욱 감독이다. <올드보이>로 인연을 맺은 오달수는 촬영장에선 늘 박감독의 활력소가 되었다고. "이번 작품에도 그런 장면이 나오는데, 촬영 중에 조명이나 앵글을 새로 잡거나 다음 컷을 위해 준비할때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세요. 쳐다보면 보지마 이러시면서요, 하하. 그런 소일거리가 즐거움이었던 박감독님의 차기작 '아가씨'에선 저와 송강호, 최민식이 없어 외로우실 거예요."

이경영 또한, <대배우> 홍보에 나설때마다 '108분 내내 천만요정의 얼굴을 보게 되서 기쁘다', '오달수가 진정한 대배우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오달수는 "처음 만날때부터 굉장히 귀여워 해주셨어요. 좋은 작품이 있으면 제게 잘 어울릴거라며 추천도 해주시고요. 이유 없이 좋은 분 있잖아요? 제겐 그런 분이라 늘 감사해요."

'로버트 드니로보다 점이 하나 더 있는 배우'라는 영화 홍보 문구도 이경영의 애드립에서 비롯됐다. 그런 오달수의 매력 포인트는 또 뭐가 있을지 궁금했다. "제 입으로 말하기도 민망하네요.(웃음) 전 오히려 매력이 없어요. 술과 사람을 좋아하고, 열받아도 잘 참아요. 성격이 B형인데, 한번 화가 나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한 성격이라 무섭죠. 그러다가도 그래봤자 뭐 하나 생각하며 그냥 넘겨요."


권력을 가진자는 인간적으로 다가가기 힘들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잃기 싫어 연출이나 제작 욕심은 전혀 안난다는 천생배우 오달수. 그도 처음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로 스크린에 데뷔할 당시, 일흔이 훌쩍 넘은 촬영감독에게 카메라 메카니즘을 이해 못해 혼쭐이 났다는 경험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너 그러다가 화면에 안나온다', '어디서 저런 애를 데리고 왔나' 등등 지적을 받으며 적응했어요. 연극도 장치라는 게 있어 배우의 동선 하나하나가 중요하거든요. 영화든 연극이든 사전에 철저히 약속된 룰이 깨지면 정말 끝장이에요. 그래서 둘 다 어려운 거 같아요."

웃기려 하지 않았는데 웃는다가 오달수가 가진 매력 중 하나. 대중은 그런 익숙함을 가지고 있는 오달수의 향기(유쾌함과 재미, 그리고 편안함)를 느끼는 거라고 했다. "도전은 늘 아름답지만, 작품이 좋지 않은 거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제가 진한 멜로 연기를 한다면 가슴 아픈 중년의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웃음) 진짜 나쁜 놈도 가능하죠. 지독하게 나쁜 놈으로 골라보고 싶은데 그걸 시켜줘야 말이죠, 하하!"

3월 30일 개봉한 영화 <대배우>는 대학로 20년차 무명배우(오달수 분)가 '대배우'란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윤제문 분)를 쫓아 영화에 출연하며 겪는 이야기를 담은 휴먼 감동 코미디. 배우 김명민, 유지태, 김새론, 이준익 감독 등 특급 카메오 군단이 출연해 작품의 재미를 더했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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