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김은숙 작가가 두 번이나 선택한 '김지원'
기사입력 : 2016.03.24 오전 8:00
김지원은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김지원은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극 초반부터 이미 사랑한 구원 커플의 전사에 대해 진구 선배와 이야기를 나눴고 가까워지고 난 다음에 촬영해서 심적으로 더 안정된 상태였다"면서 "아쉬운 점이 없을 순 없지만 공들여 찍었기에 스스로도 만족하는 장면"이라고 밝혔다. / 사진: 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은숙 작가는 왜 김지원을 두 번이나 신뢰했을까. 김지원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봐도 먼저 눈에 들어오는 두 작품은 김은숙 작가와 함께한 ‘상속자들’(2013)과 현재 방영 중인 ‘태양의 후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서 유독 빛이 나는 김지원. ‘상속자들’의 김지원은 김은숙 작가가 발견한 원석에 ‘태양의 후예’의 김지원은 김 작가가 만든 다이아몬드에 비교하면 이해하기 쉬울까.


‘상속자들’ 오디션 현장에 앉아 있는 김지원의 모습에서 차갑고 도도한 유라헬을 떠올린 김 작가는 김지원에게 “대사를 가지고 놀았으면 좋겠다”고 주문했고, 김지원은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외로운 유라헬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 이목을 끌었다. 이미 그때부터 김지원의 성장은 어느 정도 예견돼 있었다.


로코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배우라면 누구라도 탐내는 자리다. 당대 최고의 배우 혹은 머지않아 톱스타가 될 자질을 지닌 배우들이 주연 자리를 꿰찼다. 김지원은 ‘상속자들’ 이후 햇수로 4년 만에 김은숙 작가의 작품에서 조연에서 주·조연배우로 급성장했다.


23일 서울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김지원은 “저도 김은숙 작가님이 저를 두 번이나 불러주실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요. 또 불러주신다고 했을 때는 매우 좋아서 작가님께 전화로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리면서 울었었죠”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어요. 작가님은 ‘같이 해보자’고 하셨고 저는 ‘열심히 하겠다’고 한 게 다예요.”



김지원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송중기, 송혜교, 진구는 이름만으로도 그 가치가 증명되는 배우들이다. 세 선배와 비등하게 책임을 나누어져야 하는 김지원으로서는 더 많이 고민해야 했고, 배우 김지원의 시간에서도 그 고민의 결과들을 보여주어야 하는 시기였기에 ‘태양의 후예’는 결코 쉬울 수 없는 작품이다.


“군인 말투가 대사의 주를 이루기 때문에 톤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고민이 많았어요. 김은숙 작가님이 군인이라고 해서 말투를 남성스럽게 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하라고 말씀해주신 게 도움이 많이 됐죠. 명주가 털털한 성격이어서 말투까지 남성스럽게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방송이 나오기 전까지 걱정돼서 작가님들께 ‘다 찍어놨는데 고민이 많다’고 했더니 김은숙 작가님께서는 ‘잘했어’라고 해주셨어요. 지금까지 제가 한 고민이 작가님의 한마디에 덜어지더라고요. 김원석 작가님도 ‘네가 즐거우면 됐어. 잘해줘서 고마워’라고 말해주셨는데 100% 믿어지지가 않아요.”


김지원이 극중 맡은 특전사령관의 딸이자, 태백부대 파병 군의관 중위 ‘윤명주’는 사랑 앞에 솔직하고 거침없다. 그 흔한 밀당도, 쓸데없는 자존심도 없다.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잃을 위기에 놓인 환자를 치료하며 군의관으로서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린다. “수술하면 안 되는 장소”에서 최고의 선택은 아니지만, 최선의 선택으로 위기를 돌파해나가는 윤명주의 성장은 ‘로코’에서 ‘로코’로 소비될 것만 같은 ‘윤명주’ 캐릭터를 다시금 들여다보게 한다.


“사랑을 쟁취하고, 본인이 선택하고 책임지는 캐릭터여서 ‘윤명주’ 캐릭터가 좋았어요.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전부 발현시킬 순 없죠. 이번엔 운이 좋게도 노력한 결과들이 보였고, 좋은 영향을 주신 분들 덕분에 기대 이상의 것들을 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동네 문어빵 가게 아저씨도 알아보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던 김지원의 바람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은 채 이뤄졌다. 보내주시는 열화와 같은 반응에 “기쁨과 걱정이 공존한다”는 김지원은 “’태양의 후에’가 올 줄 몰랐다가 온 것처럼 모든 작품이, 그리고 모든 기회가 다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제 인생에서 ‘태양의 후예’는 의미 있는 작품이고 전환점이 되는 작품입니다. 저를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기도 하죠.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앞으로 어떤 그림들을 그려나갈 지가 지금 제가 주어진 가장 큰 숙제예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해 나가야겠죠?”


작가와 감독의 눈에 집중하게 되는 이유는 내재된 특별함을 발견하는 탁월한 능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예컨대 전혀 사랑스러울 것 같지 않은 배우를 제 작품에서 이 세상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존재감이 전혀 없던 배우를 그 자체만으로도 존재감 있게 그려내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은숙 작가가 김지원을 두 번이나 선택한 데는 많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가 ‘윤명주’에 가장 적합한 배우였기에 캐스팅했을 테지만. 예측만 늘어놓는 상황에서 콕 집을 수 말할 수 있는 건 이번에도 김은숙 작가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지원은 김은숙 작가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그렇게 김은숙 작가의 페르소나가 되었다.


[인터뷰②] 김지원 “송중기·송혜교 선배를 어떻게 한 작품에서 만나나요?” 와 이어집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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