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성웅 "또 악역 한다면 제대로 보여드려야죠"
기사입력 : 2016.03.05 오전 8:00
박성웅은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 출연했던 배우들 가운데 가장 호흡이 좋았던 배우로 '유승호'를 꼽았다. 박성웅은 그 이유로

박성웅은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에 출연했던 배우들 가운데 가장 호흡이 좋았던 배우로 '유승호'를 꼽았다. 박성웅은 그 이유로 "사랑하니까"라고 짧고 굵게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만으로 20년을 연기했어요. 그 중 반 토막은 일이 없는 ‘어둠의 터널’이었죠. 빛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헤맨 10년이에요. 지금은 정말 쨍쨍해요. 어둠 속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저를 찾아주시는 것에 감사하고 소임에 최선을 다하려고요.”


박성웅은 SBS 드라마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제작발표회 때 “제목처럼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되도록 여러분께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시청률 20.3%로 유종의 미를 거둔 ‘리멤버’를 통해 박성웅은 ‘악역 신스틸러’로 점철된 그의 필모그래피에 새로운 캐릭터를 올려놓았다. 성적표를 떠나 배우로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 됐다.


박성웅은 캐릭터에 접근할 때 ‘박성웅=캐릭터’라는 공식을 대입한다. 그 인물이 될 순 없지만, 박성웅의 ‘박동호 검사’라는 식으로 캐릭터를 잡아나간다. ‘리멤버’ 속 박성웅은 형형색색의 슈트, 백구두 등 화려한 옷을 입고 법리와 술수를 적절히 써가며 몸으로 부딪혀 해내고야 마는 변호사 박동호를 입체적으로 그렸다.


“예전에는 한쪽만 삐죽 튀어나온 거였다면, 지금은 16년 차 정도 되는 다양한 면이 삐죽삐죽 나오는 여러 가지 모습들이죠. 이번 작품에서는 생긴 건 세 보이지만, 부드럽거나 귀여운 모습처럼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대사보다는 걸음걸이나 춤, 2, 3회의 법정 신에서 스텝을 밟으면서 들어간 것도 애드리브였어요.”


첫 회부터 시청자가 박성웅의 박동호에 몰입했던 것처럼, 박성웅도 캐릭터에 200% 몰입된 상태였다. 16회부터는 카메라 밖에서도 먹먹함이 가시질 않았다. 20회의 납골당 신은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눈물을 쏟아냈다.


“대본에는 ‘오열’이라고 써있지 않았고 ‘슬픔에 잠긴’이라고 써있었어요. 아침 첫 신이었는데 계속 눈물이 나더라고요. 옷 입고 아무렇지 않게 들어가야 해서 참고, 참았는데 진우(유승호)가 ‘절 아세요?’라고 말할 때부터 터지기 시작해서 ‘컷’해도 눈물이 안 멈췄어요. 그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우리가 기억하는 박성웅의 수작은 많다. 박성웅 하면 떠오르는 영화 ‘신세계’(2012), 소름 끼치는 명연기를 펼친 ‘살인의뢰’(2014), 내재된 섹시미를 십분 발휘한 ‘무뢰한’(2014), ‘리멤버’와 궤를 ‘검사외전’(2015)까지 하나하나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컷’ 하면 본연의 나로, ‘슛’하면 작품 속 캐릭터가 될 것만 같은 연기파 배우가 이 캐릭터에 심하게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항상 즐겁게 일하다 보니 현장이 밝았어요.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았어요. 7% 시작해 매주 2%씩 시청률이 올랐으니까요. 그리고 배우의 합도 잘 맞았어요. 막판으로 갈수록 박동호 캐릭터를 떠나보내고 싶지 않았어요. 매 순간이 소중하니까 더 집중하고 빠져들게 됐어요.”


박성웅은 현장 분위기를 중요시한다. 그는 “배우는 배우지만 사람이다. 편해야 더 잘 나올 수 있다”고 믿는다. 후배들이 선배를 어려워하진 않을까, 따뜻한 배려심에 썰렁한 ‘아재 개그’도 서슴지 않는 그다. 한참 어린 유승호도 선배의 개그에 “그냥 웃고, 안 웃겨도 웃는다. 들키면 더 웃는다”고.


“제가 현장에서 막내일 때는 내 연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중심이 되어야 했어요. ‘리멤버’ 때도 그랬죠. 이창민PD가 ‘형, 같이 하자’고 했던 것도 있었고요. 예전에는 부담됐는데 요즘은 시간이 흐르다 보니 노하우가 생긴 것 같아요.”


2016년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선보인 ‘검사외전’의 허당 검사 ‘양민우’와 ‘리멤버’의 박동호가 친근함을 주는 캐릭터여서인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대중의 반응도 느낄 수 있었다고. “’리멤버’ 때문에 고등학생들이 말을 걸 더라고요. 예전에는 ‘오! 오! 무서워!’ 이랬는데 요즘은 ‘진우야~ 한 번 해주세요’라더라고요. 많은 분들이 말을 걸어주세요. 아주머니 한 분은 계속 ‘리멤버 맞죠?’라고 하시더라니까요.(웃음)”


사실 이전의 필모그래피 속 캐릭터들을 연결해 본다면, ‘리멤버’에서 역대급 분노를 유발하는 분노조절장애 재벌 2세 ‘남규만’(남궁민) 캐릭터가 박성웅에게 왔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자, 박성웅이 “옳지 않아”를 외쳤다.


“그렇게 보시기는 하는데 우리 엄마는 제가 제일 귀엽대요. ‘신세계’가 잘 돼서 그런 인식이 있지만요. 저는 아직도 목마른 배우고, 갈망하는 배우이기에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대로 보여드릴 준비가 돼 있으니 저만의 캐릭터로 승부를 걸어야죠.”


대중은 이제 박성웅이 보여주지 않았던 캐릭터를 기다리는 눈치다. “매번 욕심을 낸다”는 그의 다부진 각오가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요즘이다.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유호정과 호흡을 맞춘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에서 해외유학파 출신에 싸움은 못 하는 캐릭터를 맡았다. 이번에도 이제껏 꺼내지 않았던 카드를 꺼내겠노라고 자부하는 그다.


“올해는 벌써 스케줄이 꽉 찼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다음 작품에 올인하는 거에요. 다양한 모습을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렇다고 해서 ‘신세계2’가 나온다고 했을 때 거부할 필요는 없어요. 또다시 악역을 한다면 제대로 보여드려야죠. 아흔 살이 넘어도 평생 배우이고 싶어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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