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혜리 "'응팔' 엔딩, 마지막에 바뀌었다? 나조차 혼란스러웠다"
기사입력 : 2016.01.28 오전 7:01
'응답하라1988' 혜리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응답하라1988' 혜리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류준열(정환 역)의 피앙세 반지 고백, 덕선이는 알았을 것
‘벽드신’ 보다 놀란 건 ‘만원 버스신’, “정환의 팔뚝에 설레주셔서 기뻤다”


‘응답하라 1988’ 여주인공 덕선(혜리 분)의 남편이 누구인지 윤곽이 드러난 18화(굿바이 첫사랑)가 끝난 후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덕선에 대한 순애보를 간직한 정환(류준열 분)은 공군사관학교 졸업 후 받은 피앙세 반지를 주며 진심을 고백했다.


“너 좋아해. 너랑 같이 학교 가려고 매일 아침 대문 앞에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렸고 너 독서실 끝나고 집에 올 때까지, 나 너 걱정돼서 잠도 못 잤어. 야, 내 신경은 온통 너였어. 버스에서 너랑 우연히 마주쳤을 때, 같이 콘서트 갔을 때, 내 생일날 너한테 셔츠 선물 받았을 때, 나 정말 좋아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생각나고, 만나면 그냥 너무 좋았어. 오래 전부터 얘기하고 싶었는데, 나 너 진짜 좋아. 사랑해”


사랑에 빠진 순간의 기록, 촘촘한 감정 표현, 한순간도 진심이 아닐 수가 없을 것 같은 정환의 진심은 고백만 놓고 봤을 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마무리였다. “됐냐? 이게 네 소원이라며?"라는 장난이 덧붙이지 않았을 때까지는 말이다. 이렇게 18화가 마무리되니 19, 20화를 보기 위해 기다려야 하는 일주일은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애청자들에게 초조함의 시간이었다.



택(박보검 분)을 남편으로 생각했던 이들은 “어차피 남편은 택(어남택)이다”라고 확신했고, 정환을 응원했던 이들은 “정환이 장난으로 넘겼지만, 덕선이만큼은 정환의 진심을 확인했을 것”이라며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이우정 작가의 펜은 덕선의 남편 자리에 ‘택’을 적었다.


정환의 감정선을 따라 18화까지 ‘응팔’을 본 시청자들은 극도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혜리는 정환의 피앙세 고백에 대해 “덕선이는 (정환이의 고백이) 진심인 걸 알았죠. 하지만 5년 동안 얼굴 보기 힘들었다가 오랜만에 만나서 5년 전 얘기를 하는 거니 좋은 추억으로 받아들인 거죠. ‘그땐 설렜고 예뻤지. 우리 좋았지. 정말 고마워’라는 생각이었고 ‘나도 네가 좋았어. 우리 그랬었구나’라는 표정이었어요. 정환이는 덕선이를 떠나 보내는 마지막 인사였을 거에요. 제가 정환이가 아니니까 잘은 모르겠지만요”라고 설명했다.


모두가 궁금해했던 ‘남편의 정체를 알았던 시기’에 대해서는 시청자와 비슷한 시기에 알게 됐다고 밝혔다. “15~16회에 어떻게 연기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도 대본을 따라가는 입장이었거든요. 그때 깨달았어요. 흘러가는 대로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깊게 생각하고 섬세하게 봤어야 한다는 걸요. 저도 혼란스러웠어요. 여러분이 말씀하시는 ‘금사빠’가 되지 않도록 정환이와 선우, 택이와의 차이점을 두려고 노력했어요. 그 말을 듣는 게 속상했거든요.”


‘마지막에 엔딩이 바뀐 것이 맞냐’는 질문에는 “나조차도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혜리는 “덕선이한테 택이는 애틋한 존재였기 때문에 ‘사랑이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받아들이기도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감독님과 작가님은 ‘너는 처음부터 택이를 챙겨주고 싶고 항상 생각하는 아이였어. 덕선이도 너도 어쩌면 무의식이었을 거야’라고 얘기해주셨어요. 저는 모르고 연기했기 때문에 정환이에 흐름이 갔었던 것 같고 보시는 분들도 그렇게 느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는 정환이도 사랑이라고 생각해요”라고 전했다.


혜리는 ‘응팔’ 속 화제의 명장면인 ‘만원 버스신’과 ‘벽드신’(벽+베드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하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상황 자체가 신선하고 재미있었어요. 대사 없이 표정으로 해야 하는 상황인 데다 성인 남성 한 명만 들어갈 정도로 좁은 공간이었거든요. 다행히 류준열 오빠도 마르고 저도 마른 편이라서 들어가긴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왔다 갔다 했는데 촬영이 2시간이 지나가니까 ‘그냥 가만히 여기 있자’고 해탈한 상태에서 찍어서 파급력이 이렇게 셀 줄 몰랐어요.”


‘벽드신’보다 놀란 건 ‘버스신’이었다던 혜리는 “대본을 읽을 땐 매우 설렜던 장면이 편해지니까 류준열 오빠가 류준열 오빠로 보여서 설렐까 싶었거든요. 카메라에 힘줄이 잡히기 힘들어서 고무줄까지 감고 심혈을 기울이셨는데 그렇게 하니, 그 신만 튀는 것 같기도 했거든요. 다행히 오빠의 팔뚝에 많은 분들이 설레주셔서 저까지 기뻤던 장면이에요. ‘성공했다’ 그랬어요.(웃음)”


인터뷰 말미 혜리는 ‘응답하라 1988’를 사랑한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와 어남택(어차피 남편은 최택) 지지자들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남겼다.


(어남류에게 보내는 편지) “제가 생각할 때 덕선이를 처음부터 바라본 정환이의 사랑도 예쁘고 순수했어요. 너무 안타깝게 끝나긴 했지만, 그래서 예쁨이 있는 사랑이기도 해요. 저 역시도 정환이를 굉장히 좋아하는 인물이었고, 류준열 오빠가 너무 잘 표현해줘서 ‘어남류’ 분들이 속상해하는 것 같아요. 류준열 오빠한테 뭐라고 하고 싶네요.(웃음) 많은 분들이 드라마에 몰입해서 봐주신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정환이 사랑도 예쁜 사랑이고 지켜봐 주신 분들도 많았으니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어남택에게 보내는 편지) “어떻게 보면 엉겁결에 서서히 스며드는 감정이었을 거에요. 덕선이도 택이도 서서히 진행되는 감정에 따뜻함을 느끼고 보시는 분들도 몰입하셨을 것 같아요. 여타 드라마와 다른, 천천히 진행되는 사랑이었기에 성사될 때 더 쾌감이 있으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덕선이가 택이를 이렇게 대했다는 걸 봐주셔서 감사했어요. 결말이 누가 됐든 두 사람의 사랑 모두 다 예쁘고 아름답게 그려져서 좋았어요.”


[인터뷰①] '응팔' 혜리 "예쁜 여배우는 많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는 없다"와 이어집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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