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빠생각' 고아성, "고교생 역할? 이젠 하고 싶어도.."
기사입력 : 2016.01.14 오전 8:30
사진 : 고아성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사진 : 고아성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배우 고아성이 음악선생님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그가 출연한 <오빠생각>은 한국전쟁에서 고아가 된 아이들을 모아 합창단을 구성해 전쟁에 대한 비극의 아픔을 동요로 승화시킨다는 휴머니즘 가득한 영화다.

"합창 장면에서 아이들의 연기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한 고아성이 어느 덧 스물 다섯 살, 어엿한 성인연기를 소화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어릴적부터 청개구리 기질이 있다"는 것에서다. "주변 분들이 저더러 성인 이미지를 가지려면 연기 변신을 해야 한다고 늘 말해 줬거든요. 그런 말들을 아예 신경을 안썼어요. 전략적으로 꾸며진 이미지는 드라마틱하게 이루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했죠. 지금 이대로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보여지는 게 가장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해요. 전 항상 끌리는대로 작품활동을 해왔었어요. 항상 좋은 작품이 만들어지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죠. 고교생 역할 제안이 오더라도 다시 할 생각 있는데, 이젠 잘 안들어 오더라구요, 후훗!"


<오빠생각> 속 박주미 역을 맡은 고아성의 비중은 의외로 적었다. 그녀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감독님이나 저나 한국전쟁이란 힘든 상황에 꽃과 같은 홍일점 연기자로 비춰지고 싶지 않았어요. 현장에서 감독님은 주미의 생활력이 좀 더 보이도록 행동해달라고 주문하셨죠. 임시완(한상철 분) 오빠가 야동잡지를 우연히 소지한 것을 들켜 당황해하는 장면에서 첫 테이크는 저도 굉장히 민망했어요. 하지만, 좀 더 당당하고 진취적인 여자의 모습을 드러내기 위해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흥미롭게 제스쳐를 한 것이 주미의 성격이고 제가 해야 할 역할이었으니까요."

함께 연기한 임시완에 대해 고아성은 "굉장히 이성적이고 진지한 배우죠. 특히, 합창단 아이들을 대할 때 마음이 깊어요. 촬영 중간에 밥을 잘 안먹는 아이가 있으면 잘 토닥거려 스스로 먹게 했고요, 투정 부리는 아이들이 있으면 웃음을 주면서 즐겁게 촬영하게 하는 기이한 에너지가 있는 분이었어요.(웃음)" 덧붙여 이한 감독도 반한 임시완의 눈빛에 대해 "정말 그렇더군요. 난 리액션을 받아주는 역할인데, 오빠 눈빛을 보니 절로 이끌어지더라고요, 하하!"

봉준호 감독의 화제작 <설국열차> 출연을 계기로 3년전 할리우드의 유명 에이전시와 계약을 하며 최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다시금 대중의 관심사로 쏠린 반응에 대해 "진출이라고 하기엔 부담스러워요. 진출의 개념 보다는 작품의 활동 범위를 넓힐 뿐, 지위 상승이 아니라는 거죠."라고 겸손함을 잃지 않는다.


작년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이준과의 알콩달콩한 케미를 보여줬던 고아성은 한 작품을 장악하는 원톱, 투톱의 욕심은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드라마 뿐만 아니라, 영화 <오피스> 등등 제겐 많은 경험이 된 한해였어요. 얼마전 광화문 부근서 이준 오빠를 우연히 봤는데, 시완 오빠와 비교한 기사를 보고는 어떻게 자기에게 그럴수가 있냐며 발끈하더라고요, 하하!"

고아성은 <오빠생각>의 동요 모음을 촬영전 다 외웠다고 했다. 더군다나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동요를 안배운다고 하니 조금은 시원섭섭 하다고. "'고향의 봄'이란 동요가 가장 좋아요. 영화 속에서도 그 동요를 부르는 장면이 가장 아름답고 인상 깊었거든요. 제 역할이 선생님이라 그런지 어릴적 전쟁의 역사를 줄줄이 설명해 주신 선생님의 모습도 새록새록 나요."

영화 홍보 차 출연한 예능도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채널CGV <나도 영화감독이다2>를 통해 머나먼 페루로 떠나 단편영화의 감독이 된 배우 박성웅의 연출부이자, 스크립터 역할을 했던 값진 추억이 있었다고 말한 고아성은 그를 계기로 연출에 대한 욕심이 조금은 생긴다고 했다.

최근 닥터드레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영화 <스트레이트 아웃 오브 컴턴 (Straight Outta Compton, 2015)>을 인상 깊게 봤다던 고아성. 탄탄한 기획력이 돋보인, 너무나 멋있는 작품이라고 즐겁게 평한 그는 욕심나는 역할에 대해 "과거 제가 출연한 작품 중 <설국열차>의 임산부, 유치원교사 역의 '알리슨 필'의 역할이 정말 탐났어요. 봉준호 감독님이 대본 각색을 할때에도 곁에서 그 역할에 대해 제가 직접 감독님께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쏟아낼 정도였으니까요, 후후"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어떤 딸로, 어떤 배우로 각인되고 싶느냐고 물었다. "새벽 4시가 넘어 촬영이 끝나도 꿋꿋하게 꿈나라에 계시는 엄마를 깨워서 영상통화를 하는 못된(?) 버릇을 고치고 싶어요.(웃음) 대중에게는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작품을 하는 롱런하는 배우로 남고 싶죠. 다시한번 <오빠생각>이란 이 영화, 추천한다면 감독과 배우가 온 마음을 다 담아서 정성스럽게 만든 작품이니 그 진심을 대중도 함께 느껴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아성이 열연한 <오빠생각>은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모든 것을 잃어버린 전쟁터 한가운데서 시작된 작은 노래의 위대한 기적을 그린 감동 대작. <완득이>의 이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으로 오는 21일 개봉한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한국영화 , 오빠생각 , 고아성 , 임시완 , 이희준 ,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