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문근영 "나를 의심했고 인정하지 않았다"
기사입력 : 2015.12.12 오전 8:03
문근영 인터뷰 /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문근영 인터뷰 /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철모르고 반짝여도 되는 나이에 일찍 철들어서인지 많이 움츠리고 조심스러웠고 자신감도 없었어요. 30대를 맞이하기 직전에 생각들이 정리되고 마음도 단단해지면서 많이 단단해졌어요.”


문근영은 연기로 의심받지 않는 배우다. ‘바람의 화원’(2008) 남장 여자 신윤복을 어떻게 표현할까, ‘신데렐라 언니’(2010)의 송은조로 연기 성장세를 이어갈까, ‘마을-아치아라의 비밀’(2015)은 왜 선택한 걸까 수많은 물음표 중에 ‘의심’이 깃든 물음표는 없었다. 그의 선택은 늘 기대되고, 지켜보게 되는 ‘믿음’이 깔린 물음표만 존재했다.


그런 그가 약 2년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원톱 주연도, 신을 강탈하는 신스틸러도, 흥행 장르도 아닌 ‘마을’을 선택했다. “문근영은 왜 ‘마을’을 택했을까” 의문이 드는 지점이다. 그런데도 그는 “’마을’을 선택한 데 후회는 없다. 작품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임했고, 다시 현장에 갈 수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비중에 대한 고민보다 극의 흐름을 깨지 않고 잘 이어가야 한다는 고민만 했다”고 말했다.


고민할 만한 지점이 있었는데도 ‘마을’은 선택한 이유는 ‘탄탄한 대본’ 때문이었다. 문근영은 ‘마을’을 통해 ‘작품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겼다”고 했다. 그는 “관찰자 입장에서 사람들을 마주하다 보니 더 넓게 대본을 보게 됐다. 모든 퍼즐 조각을 이어서 16부까지 전달하는 긴 호흡을 연기하는 경험을 했고 배웠다”고 설명했다.



극중 문근영이 맡은 소윤은 극을 관통하는 ‘내레이터’ 역할을 한다. 그래서일까. 일각에서는 “캐릭터가 답답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문근영은 “답답함을 전혀 못 느꼈다. ‘친언니도 아닌데 왜 그렇게 찾냐’는 질문도 많았는데 드라마에서도 소윤이 ‘한국 사람들은 혈연에 연연한다. 강한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어릴 때 기억이지만 내 언니였다는 그 애틋함 하나만으로 집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소윤을 연기하면서는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도 나지 않을 정도로 매진했다. 그는 “소윤은 여러 사람을 만나며 진실을 듣고 사건을 파헤치는 역할이다. 소윤이 잘해야만 시청자도 퍼즐 조각을 잘 조합해 따라올 수 있다. 핵심을 잘 전달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전했다. 작품을 끝내놓고 나서야 아가씨(최재웅) 역할에 흥미를 느꼈다며 “한 번쯤은 살인마, 사이코패스를 해보고 싶다. 잘 어울릴 것 같지 않냐?”고 장난스레 미소를 띠며 물을 뿐이었다.


배우와 제작자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놓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고민을 해야 한다. 하지만 문근영은 “작품성을 1번으로 생각한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야 대중성 있는 작품이 된다. 시청률이 높지 않아도 좋은 작품이 된다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얻은 거라고 생각한다. 저는 한 번 보고 사라지는 작품이 아닌, 보고 또 보고 싶은 작품에서 잘 녹아 드는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현답을 내놨다.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서른을 앞두고 조급해하지 않는 문근영에겐 편안한 ‘여유’가 느껴졌다. 이에 그는 영화 ‘사도’(2015)를 만나며 큰 변화를 겪었다고 했다. 문근영은 “그전까지는 제가 저를 믿지 못했다. 내가 가진 것을 인정하지 않았고, 의심했고, 어릴 때는 자만해지는 게 싫어서 ‘겸손해야지’, ‘나는 부족해’라면서 잘한 건 잘했다고 해도 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도’를 하면서는 ‘인정할 건 인정하고 부족한 건 채워가면 된다’는 믿음이 생겼다. 작품을 통해 느낀 것과 그때 만났던 분들과의 대화들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며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국민 여동생’ 시절에도 나이와 수식어가 주는 ‘제약’에도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던 그는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새로운 문을 열기 전, 들뜬 마음으로 서 있는 사람처럼 문근영은 “나이가 어릴 때는 제약이 많았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아지면서 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다. 변하지 않은 건 욕심내지 말고 그 나이 때에 맞는 역할을 찾아서 하자는 거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선택에 있어 무서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어졌다는 문근영에게서 기분 좋은 변화가 감지됐다. “제작 초기 단계인 영화 시나리오 몇 개를 보고 있다. 전 얼마든지 준비됐으니 뭐든 빨리 갖다 달라고 사무실에 얘기해놨다”고 말하는 문근영의 눈빛이 반짝였다. 20대엔 없었던 ‘거침없는’이라는 키워드를 확보한 문근영의 30대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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