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정화 "20대 초반, 배우 포기할까 생각했었죠"
기사입력 : 2015.11.24 오전 8:08
김정화 인터뷰 / 사진: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정화 인터뷰 / 사진: 솔트엔터테인먼트 제공


“20대 초반, 연기를 포기해야 하나 싶었는데 지금은 연기하는 게 복이라고 생각해요. ‘연기가 왜 안 되고,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20대에 많이 했어요.”


데뷔 16년 만에 ‘인생 캐릭터’를 만난 배우 김정화는 결혼 후 복귀작으로 드라마 ‘디데이’를 선택했다. 극 중 김정화는 팀원들과 환자들을 돌보는 외유내강의 정신건강과 전문의 ‘은소율’ 역을 맡아 열연했다.


김정화는 “정신건강과 의사다 보니 수술 신이나 구조 신은 없었어요. 정신적인 문제를 치료하는 사람으로 중요한 역할이었어요. 평소 심리상담에 관심이 있어서 집에 있는 채 2~3권을 보기도 하고 정신과 용어를 찾아보기도 했어요. 대사에도 나오듯 ‘이 사람이라면 어떻게 할지’를 중심으로 “내가 너라면 힘들었을 것 같다”고 위로해주는 게 치료라고 생각했어요”라고 준비 과정을 밝혔다.


지난 2000년 가수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김정화는 ‘뉴논스톱3’(2002), ‘1%의 어떤 것’(2003), ‘세잎클로버’(2005), ‘쩐의 전쟁’(2007)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다. 20대 초반 길거리 캐스팅으로 배우가 된 그는 ‘연기’를 잘 알지 못했다. 드라마가 끝나면 라디오 녹음을 하는 바쁜 스케줄 탓에 1주일에 1시간씩 자던 때였다. 그때 우울해서 상담을 받게 됐다.


“연기를 계속할지 말지 그때 고민했어요. 연예계에 들어왔지만 내가 계속 갈 수 없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하는 부분도 있으니까요. 저한테 어떻게 하라고 얘기해주는 사람도 없었어요. 그러다 20대 중반 연극과 뮤지컬을 하면서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어요. 호기심이 많은 편인데 다양한 것을 할 수 있는 배우가 된 게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연기에 대한 고민은 20대 초반 딱 한 번 해봤어요.”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는 상담을 받으면 심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궁금해 두 번 정도 의사와 만나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신기한 건 처음 본 사람에게 내 얘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때였다.


“제가 제 안의 어릴 때부터 있던 상처를 편안하게 얘기하고 있더라고요. 마음에 담아둔 걸 꺼낼 수 있게 만들어주셨어요. 이런 얘기를 처음 본 사람한테 할 수 있는 게 기술이구나 싶었죠. 사실 남편도 연애할 때 진지하게 상담 공부를 권유했었어요. 이번에 은소율을 연기하면서 대리만족했죠.”



◆'잘생쁨' 배우에서 '한 아이'의 엄마로


지난해 6월 득남한 김정화는 지난 10월 16일 방송분에서 체온저하가 오는 쌍둥이를 안는 장면을 섬세하게 연기했다. 그는 “대본을 읽거나 다큐를 볼 때 저랑 비슷한 상황에 공감돼요. 결혼한 후에 달라진 건 감정의 깊이에요. 인간 김정화의 삶이 풍성해져서 연기에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촬영장에 갈 때면 엄마를 찾는 아이가 걱정되지만, 연기로 힘을 얻을 때도 있다. “배우와 엄마의 입장에서 상호작용하는 부분이 있어요. 일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집에서 남편과 아이를 통해 힐링하죠. 또, 육아로 지칠 때 일하러 가면 ‘내가 일하는 사람이구나’를 느끼게 되면서 회복 받는 게 있어요.”


글과 편지 쓰는 것을 좋아해서 카드를 써주거나 페이스북에 글을 남기곤 하는 김정화를 보고 그의 남편은 “당신은 글에 소질이 있으니 작사에 도전해보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평소에 느꼈던 것들을 적는 것과 작사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며 손사래 치던 김정화는 호기심이 많아 여러 가지를 배웠다.


“악기를 좋아해서 첼로와 바이올린을 잠깐 배웠어요. 바이올린은 섬세하고 소리도 높아서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첼로는 무게감이 있어서 저랑 잘 맞고요. 피아노와 일본어도 배웠는데 길게 이어지지 못해서 문제죠.(웃음) 기타도 코드 보고 누르는 정도로 쳐요.”


따뜻한 역할을 연기하고 싶었던 김정화는 본인의 모습이 많이 보였던 은소율 연기하며 행복한 시간들을 보냈다. 꿈꿔온 캐릭터를 만난 김정화는 아직도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 꾸준히 활동할 예정이지만 차기작은 시간을 갖고 고를 예정이다.


“기회가 된다면 스릴러 장르도 해보고 싶고 현대물인데 멋있는 여성상을 그릴 수 있는 액션과 가족애가 있는 여형사 이야기, 이를테면 ‘미세스 캅’과 같은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어요. 활동적인 여성의 모습이요. 다음 활동 시기요? 조급해하는 시기는 지난 것 같아요. 제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작품을 해야 시청자도 그렇게 보잖아요. ‘유쾌한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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