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배우 정재영 / 더스타DB
"2600만 직장인들의 애환, 함께 느끼고 파"
"박보영 같은 며느리..내겐 땡큐!"
"인사를 하는 데 눈을 안 마주친다고 혼나요. 또, 눈을 마주치면 개긴다고 혼나요. 그러한 상사를 둔 제가 직장 생활을 한다, 정말 힘들걸요?"
가을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16일 오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정재영. 11월 25일 개봉하는 영화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를 통해 스포츠지 연예부 부장 '하재관'으로 분한 그가 이렇게 말했다. "배우 생활한 게 정말 다행이었다"라고.
정재영은 처음 이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고사했다. 산만하고 재미 없었다는 게 그 이유였다. 정기훈 감독이 하재관 부장 역으로 1순위를 꼽았다는 정성이 통했을까. 정재영은 굉장히 정리가 잘 된 각색된 시나리오를 보고 곧바로 캐스팅에 응했다고 했다. "캐릭터와 스토리가 제가 느끼는 현실과 닮았어요. 욕심을 부리자면, 이 영화를 통해 일반 관객들이 대한민국 2600만 직장인들의 애환을 함께 느끼고자 한거죠. 하재관이란 인물이 워낙 욱하고 다혈질인 성격이 비해 제 성격은 그의 일부일 뿐이지, 전부가 아니라는 게 차이가 있죠."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보다 유독 애드립이 많았다던 그. "정감독은 배우가 연기할 때 컷을 잘 안해요. 즉, 배우의 호흡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거죠. 제가 한 애드립이 전부가 통하지는 않아요. 좋은 것과 나쁜 것을 가려서 작품을 살릴 수 있는, 편집이라는 예술이 있잖아요.(웃음) 그 중 인상 깊었던 건 갓 들어온 수습기자에게 소리 질러 '열정'을 외치라고 했던 장면이 개봉 직전까지 홍보로 잘 이용된다는 게 보람이 있네요."
영화 속 '기자'란 직업도 일반 직장과 비슷하다는 게 배우 정재영의 생각. 그는 "'어셈블리'에서 보여준 국회의원이나, 이번 기자 역할이나..제각각 하는 일이 달랐을 뿐, 본질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사람의 문제'라는 거죠."라고. 정재영은 기자들의 이야기로 시작이 되지만, 결국 그들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보통의 직장인이었다는 것을 다시금 강조했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웃음 코드가 끊이질 않는, 코미디 장르의 영화다. 이에 정재영은 "일부러 웃기는 거 별로 좋아하지는 않아요. 전 개그맨이 아니니까요. 요즘 관객들은 슬랩스틱류의 현실성 없는 코미디는 좋아하지 않아요. 다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웃기고 재미 있는 거죠."라고 말했다. 그런 정재영의 웃음유발 코드는 바로 수습기자로 사회 첫 발을 내딛는 '도라희'역의 박보영이다. "하재관의 성격을 감당하도록 촬영 전 보영이에게 '무서워하지 마라, 쫄지 마라' 등 지극히 상투적인 조언을 해줬어요. 제가 그 나이엔 그런 걱정을 한 듯 해요. 신인시절 전 실제 나이는 어렸지만, 강한 척을 했어요. 그 당시에도 주변 분들에게 두려워 하지 마라, 니가 하는 말이 다 맞다 등등 그 말 한마디 듣는 것이 제겐 정말 큰 힘이 됐죠."라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그런 그에게 박보영이란 영화 흥행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이어지는 것. 실제로 두 아들의 아빠로, 박보영과 같은 며느리는 어떠냐고 상상을 해봤다. "누가 싫어 하겠어요?(웃음) 며느리까진 아니고..땡큐죠, 운이 제대로 박힌거나 다름 없죠."라고 함께 연기한 박보영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흔히들 배우 정재영에게 여배우를 받쳐 주는 대표 남자배우로도 꼽는다. 이에 정재영은 "두 주인공 모두가 비현실적 외모 보다는 어느 한쪽은 현실적으로 관객들의 공감을 사는 캐릭터가 되는 게 좋죠. 사실, 박보영이 수습기자로 들어오면 누가 과연 그녀를 혼내겠어요?"라고 아낌없는 후배 찬사를 이어 나간다.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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