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식 인터뷰 / 사진: 이은주 기자, star1@chosun.com
“제가 박형식이라는 거죠. 누구도 박형식을 대신할 순 없잖아요. 제가 누구처럼 되고 싶다고 해서 그 사람이 될 수 없듯이.”
‘상류사회’에서 유창수는 쿨하고 매력적인 재벌가의 막내아들이었다. 유창수를 연기한 박형식은 섬세한 감정 표현과 뛰어난 캐릭터 해석력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 2015년 하반기를 활짝 연 ‘대세 연기자’ 박형식의 자신감을 몸소 느낄 수 있는 첫 마디였다.
2010년 그룹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한 박형식은 드라마 ‘바보엄마’(2012)로 연기를 시작했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에서 박선우(이진욱 분) 어린시절을 연기하며 주목을 끌었고,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2015)로 주연 배우로서의 성공적인 발걸음을 뗐다. 그는 처음부터 주목받진 않았지만, 매 작품 꾸준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마침내 마주한 첫 미니시리즈 주연작 ‘상류사회’는 그에게 성장의 기폭제가 됐다.
박형식은 3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노력 안에서 최선을 다했어요. 발성과 발음에 대한 지적이 많았으니까 그 부분을 가장 고치고 싶었죠. 그리고 캐릭터의 감정, 표현, 작가님이 대사를 넣으신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했고 그러면서도 감정에 충실하려고 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목표를 정하고 나름의 준비는 철저히 하지만, 경쟁의식은 없다. 달리기 시합을 해도 1등한 사람이 잘 달려서라고 생각하지 시기나 질투를 하지 않는다. 결국엔 같은 길을 가는 데 방향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유한 성격 때문인지 그는 ‘연기돌’에 대한 무수한 질문과 선입견에도 꽤 덤덤하게 일관해왔다. “말 그대로 아이돌로 시작했고 연기를 공부했던 것도 아니니 당연히 연기돌이죠. 출발은 달랐지만 이젠 연기에 흥미가 생겼으니 공부도 하면서 잘 해내면 될 것 같아요”라는 식이다.
누구 탓을 하고, 상황을 원망하기보단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는 박형식. 그와 같이 천사 마인드로 살아가는 게 경쟁사회에 어울리는 것인지, 그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는 “누굴 미워할 필욘 없잖아요. 존중해 주면 되죠. 나랑 안 맞는 것뿐이지 그 사람을 미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라며 간결한 답을 내놨다.
물론 ‘무한 긍정’, ‘밝음 그 자체’였던 박형식에게도 최근 힘든 순간들이 찾아왔다고 했다. 그는 “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나 하는 고민이 생겼어요. 자꾸 욕심을 부리게 돼요. 고민하는 건 좋은데 함께 하는 분들과 좋은 방법으로 으쌰으쌰하면 더 좋잖아요”라며 잠시 숨을 고랐다.
손해 볼 수도, 부족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그의 밝고 착한 성격은 “배우 박형식의 색깔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유창수를 제가 아닌 다른 배우가 했다면 창수는 마초가 됐을 수도 있어요. 아마 다른 느낌이었겠죠?” 확고한 답은 없었지만 ‘상류사회’ 속에 놓여진 박형식은 자신만의 확신으로 순간을 살고, 인물을 받아들였다.
“내가 원했던 순수함, 사람에게서 찾고 싶었던 진심이 있었던 거에요. 그래서 준기(성준 분)에게도 ‘난 널 믿고 좋아하는데 넌 날 좋아한다고 안 해’라고 하는 거죠. 왜냐면 창수는 자신의 돈과 위치를 이용해 잘 되려는 사람들한테 뒤통수를 많이 맞아서 사람을 못 믿는 거에요. 근데 지이를 통해 사랑을 알게 되잖아요. 창수에게 지이는 물음표였죠. 그래서 실제로도 지이는 굉장히 매력 있고요. 감독님과도 지이는 이 세상 모든 남자를 들었다 놨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했었어요.”
박형식은 대사에 감칠맛을 더할 줄 아는 현명한 배우다. 극중 엄마와 알콩달콩한 케미를 만든 것도 그가 상황에 맞는 연기를 더할 나위 없이 선보였기 때문. “대사만 봤을 땐 창수가 엄청 건방진 거에요. 정말 진지하게 ‘엄마 누구 거야. 말 좀 잘 들어라~’ 이러면 진짜 혼나야 돼요. 근데 기본적으로 사랑이 있는 거죠. ‘아들이 이렇게 원하는 데 해줘라’ 이런 느낌으로요. 엄마가 기분 상해하는 것 같으니까 잘 토닥거리잖아요.”
박형식의 재발견, 가능성. 그의 앞엔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긍정의 수식어’들이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상류사회’를 통해 ‘사람’을 얻었다고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류사회’를 끝마친 후, 필자와 작품에 대해 말하던 박형식은 “참 저를 돌아보게 하네요”라며 작품을, 질문을 곱씹으며 사색에 잠기곤 했다.
시곗바늘을 되돌려 봤을 때,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던 시간들도 분명 있었다. 여럿 속에 튀지 못했고, 보여줄 수 있는 매력들을 제대로 꺼내보지 못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내 페이스를 잃지 않고 꾸준히 달려온 덕분에 주어진 기회를 확실히 잡을 수 있었던 박형식. 그는 이제야 그토록 원하던 꿈의 무대에 입성했다.
[인터뷰②] 박형식 “섹시를 어떻게 의도합니까”로 이어집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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