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류사회 유이 인터뷰 / 사진: 이은주 기자, star1@chosun.com
데뷔 초 ‘꿀벅지’로 불리며 사자후로 객석을 쩌렁쩌렁하게 만들던 유이는 드라마 ‘선덕여왕’(2009)을 시작으로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연기자 유이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심어준 ‘오작교 형제들’(2012)부터 유이를 다시 보게 만들었던 ‘호구의 사랑’(2015)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나왔다. 하명희 작가의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2013)와 ‘따뜻한 말 한마디’(2014)를 좋았던 유이는 하 작가 특유의 대사에 매료됐고, 그의 신작 ‘상류사회’행 티켓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딸과 황금사다리를 오르려는 개천용 두 사람의 진정한 사랑의 의미와 청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멜로 드라마 ‘상류사회’는 얼핏 보면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 같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남녀 사이, 부부 사이,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의 ‘관계’를 섬세하게 그린다. 팍팍한 현실 속 진정한 가치를 잃어가는 세태를 반영하면서도 드라마 본연의 ‘판타지’는 놓치지 않고 가져간다.
극중 유이는 재벌가의 막내딸이자 ‘미운 오리 새끼’ 장윤하 역을 맡아, 윤하완 정반대인 유민그룹 계열사 대리 최준기 역의 성준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준기는 ‘계산으로 시작해 사랑이 된’ 인물이고, 유이는 ‘순수한 사랑이라고 시작했지만 계산임을 알게 되는’ 인물이었다. 이들 커플은 시작은 달라도 ‘사랑’이란 같은 결과에 도달했다. ‘비주얼 커플’인 유이와 성준은 각각 윤하와 준기가 되어 의외의 케미를 만들었다.
“준기(성준)가 낯가림이 심하단 얘길 많이 들었어요. 근데 첫 만남부터 스킨십이 있다 보니 이 친구가 저한테 장난을 걸더라고요. 제가 들은 얘기 속 준기와 사뭇 달랐어요. 제가 농담으로 ‘준기야 정말 미안한데 너 나 만만하지?’라고요.(웃음) ‘아니야, 아니야’ 이러길래 제가 솔직히 말해도 된다고 했죠. 그랬더니 ‘아니 동생 같아’ 이러는 거 있죠? 제가 2살 누난데.”
성준과의 일화를 얘기하던 유이는 진지한데 인터뷰 현장은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때부터 걔가 저를 조련하기 시작했어요. 준기가 제게 ‘누나 앉아’ 이러면 제가 ‘내가 왜 앉아?’ 이러면서도 앉고 있고. 저희 모습을 보고 감독님은 ‘너네 그러다 정분 난다’고 하셨는데 제가 ‘얘랑 정분날 일은 없어요’라고 바로 얘기했어요. 또, 극중 윤하와 준기 사이가 틀어지면서 제가 센 대사를 하면 준기는 ‘엄청 다정한 거보다 지금 연기가 제일 좋다’며 장난치곤 했어요.(웃음)”
유이와 성준의 ‘꾸러기’ 일화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5회에서 윤하와 준기의 속옷가게 방문 신에서도 성준의 장난기는 멈추지 않았다. 유이는 “준기랑 저랑 데이트하는 신 중에 속옷가게에 가는 신이 있었어요. 제가 사이즈가 안 맞는다고 얘기할 때 직원분이 ‘네? 이게 안 맞는다고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서 제가 남자친구와 속옷가게를 갈 수 있을지 상상을 해봤어요. 정말 창피하고 쑥스럽고 안될 것 같더라고요”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어 “남자 스태프들이 여자 속옷 가게를 가니까 ‘B컵이 뭐야? 이게 B야?’라고 물어보고 그러니까 준기가 ‘너 진짜 B야? 솔직히 말해’라 길래 제가 ‘여자한테 그런 거 물어보는 거 아니야’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준기가 ‘아니 작가님이 쓰셨잖아. 뭐야’라면서 장난을 쳐요. 준기가 다정다감하다기보단 츤데레 같은 매력이 있어요”라며 촬영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유이는 성준 덕분에 ‘츤데레’라는 신조어를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저는 츤데레 라길래 신데렐란가? 했어요. 준기가 스스로 자신을 ‘츤데레’래요. ‘나 그렇게 잘 대해주는 사람 없어. 잘 대해줄까? 내가 잘 대해주는 건 가식이야. 잘 대해줄 수 있어 윤하야. 해줄게. 이거 먹을래?’ 이런 느낌이에요. 저는 제발 하지 말라고 밀어내고요. 준기랑은 이렇게 장난치면서 잘 지냈어요”라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현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했다.
유이는 또, 하명희 작가의 유쾌한 대사 때문에 생긴 박형식과의 에피소드도 공개했다. “작가님이 이런 코믹한 장면을 많이 넣어주셨어요. 예를 들면 지이(임지연 분)한테도 창수(박형식 분)가 ‘넌 상체는 말랐는데 왜 하체는 두껍냐’라고 말하는 장면이요. 제가 넷이 만났을 때 장난으로 형식이한테 ‘넌 여자한테 (왜 그런 말을 해)’라고 하니까 형식이가 ‘아니 대사에 있어!’라고 멋쩍어하기도 했었어요. 정말 하다 보면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았어요”라며 미소 지었다.
유쾌한 에너지를 몰고 다니는 유이는 ‘긍정 머신’이다.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성실함과 예의 바름으로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만들 줄 안다. 그런 유이도 ‘사람이 좋아서 상처를 많이 받는 편’이라며 요즘은 ‘이제는 어른스러워 져야 한다’는 조언을 듣는다고 했다.
“저는 제 사람이라 생각하면 다 줘요. 제가 진실되게 행동하고 말해야 마음을 열고 다가오는 분들이 많다는 걸 저는 알거든요. 그걸 알기 때문에 인터뷰하면서도 저는 숨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진중해져야 하나 싶다가도 좋은 분들, 저를 위해 애써 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마냥 또 좋아져요. 무한 긍정 성격은 다시 태어나야 바꿀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줄 아는 현명함, 사람의 마음을 열 줄 아는 유이야 말로 ‘진정성 있는 연기’를 선보일 자세를 갖춘 보기 드문 연기자다. 가식이 판치고, 막장이 넘쳐나는 요즘, 아무리 톱스타, 톱배우라고 해도 진정성이 없으면 시청자를 감동시키는 데 한계점이 있다. 배우가 갖춰야 할 덕목인 ‘진정성’을 이미 갖춘 유이가 “스스로 연기자 유이라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는 배우”로 발전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인터뷰①] 유이 “이렇게까지 연기력 논란된 적도 없었죠”와 이어집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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