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지현 "배우? 스타? 결국 제가 남아야겠죠"
기사입력 : 2015.07.26 오전 7:56
'암살'에서 열연한 배우 전지현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암살'에서 열연한 배우 전지현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저라고 다를 게 있겠어요."
전지현이 '전지현으로 사는 건 어떤 느낌이냐'는 질문에 한 대답이다. 아직도 올 화이트룩으로 아찔한 춤을 추던 전지현을 기억한다. <엽기적인 그녀>부터 그녀는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다. 그런 그녀를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사진 촬영을 마친 전지현은 불쑥 들어와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영화 <암살>에서 전지현은 신념에 가득 찬 독립군 저격수 '안옥윤' 역을 맡았다. 안옥윤은 암살 명령을 받고,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이 믿는 바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1930년대 조국을 잃은 시대에서 자신의 생명보다 신념을, 조국을 귀하게 생각하는 여성이다. 그리고 전지현이 <암살>을 택한 시점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종영 후, 가장 스타로서 빛나던 시기였다.


"제가 애국심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어요. 평소에 나랏일에 관심도 없는 편이고요. '안옥윤'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재미있는 데서 답을 찾았어요. 안옥윤과 미츠코는 쌍둥이잖아요. 그런데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타났어요. 어떤 상황이기에 한 명은 안옥윤이 되었고, 다른 한 명은 미츠코가 되었는지. 오히려 미츠코를 통해 안옥윤을 이해했더니 좀 쉬워지더라고요."


전지현은 <암살>에서 5kg이 넘는 총을 들었다. 전지현의 총 쏘는 연기에 하정우도 "눈을 안 깜빡거린다"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체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영화를 촬영할 때는 운동할 시간이 따로 없으니까요. 촬영하기 전에 체력을 많이 증진해놔야 가능한 일이었죠. 저는 매일 운동해요. 그래서 체력만큼은 자신 있는 편이에요. 매일 헬스클럽에 가서 근력운동도 하고 다양하게." 그녀가 밝힌 힘든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암살> 전지현 스틸 이미지 / 사진 : 쇼박스 제공

<암살> 전지현 스틸 이미지 / 사진 : 쇼박스 제공


<암살>에서 <도둑들>에 이은 화려한 액션을 소화했다. 모두 최동훈 감독의 작품이었다. 최동훈 감독은 액션 장면에서 배우의 얼굴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화려한' 액션이라는 수식어가 붙지만 '섬세한' 액션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이유다. "액션 장면에서 제 몸에 집중하게 되잖아요. 그러다 보니 예민해질 수 밖에 없어요. 총을 쏘고 있지만 발끝에 긴장하고 있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그런 걸 느끼기 위해 제 몸을 예민하게 유지하는 거죠."


말수는 줄었지만 캐릭터가 가진 내면은 깊어졌다. <암살>은 139분이라는 긴 런닝타임을 가졌다. 그중 80% 이상을 전지현이 소화한다. 부담감이 없었을 리 없다.


"<암살> 현장에서는 많은 고민을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결심하게 된 계기가 안옥윤이 80% 나와요. 그만큼 나오는데, 제가 나오는 매 장면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내면 보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지칠 것 같았어요. 오히려 최대한 참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 있을 때 하자. 가볍게 갈 부분은 가볍게 가자. 그래야 관객들이 오히려 안옥윤이 하고픈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전지현이 꼽는 안옥윤의 이야기는 하와이피스톨(하정우)와의 대화였다. 암살 작전에 임한다고 조국이 독립이 되지는 않냐는 물음에 던진 대답이었다. "그렇지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전지현도 그 말을 앞두고 고민이 많았다. 안옥윤이 하고픈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날 유난히 첫 테이크마다 오케이였어요. 굉장히 어려운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매우 좋게 표현이 된 것 같아요."


한 시대의 아이콘이던 그녀도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전지현도 20대에 위기라고 불리던 순간도 있었다. 작품이 연달아 대중들의 관심에서 벗어났었다. 하지만 전지현은 "저는 그때 20대였어요. 사실 인생의 시작이잖아요. 제가 은퇴할 것도 아니고, 계속 연기를 해 나가는 중이었거든요"라고 당시를 기억한다. 


"저는 나이 들 때까지 연기할 것 같아요. 그러면 지금이 마지막 작품이 아니라, 더 좋은 작품을 위해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 저는 더 좋은 연기를 위해서는 사실, 잘 살고 싶어요. 제 삶이 복잡하고 힘들면 연기를 떠나서 집중하고 싶겠어요? 다 짜증 나고 힘들지. 제가 편안하고 걱정이 없으면 작품에 더 쉽게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구체적으로 얘기하긴 모호하고, 기준점은 없지만 요즘에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좋은 배우는 결국 좋은 사람이라는 자신의 말을 한 번 더 강조하는 그다. "어떤 배우로 남고 싶냐는 질문을 수없이 많이 받았어요. 저는 결국은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한 명 한 명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전지현은 어떤 사람일 거다라는 생각을 대중들이 할 거란 말이죠. 제가 착한 역을 하든, 나쁜 역을 하든, 저라는 사람이 언젠가 나타나겠죠. 결국에는 제가 남지 않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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