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정재 "이러니 댓글은 아예 못봐요"
기사입력 : 2015.07.26 오전 7:57
이정재

이정재 "이러니 댓글은 아예 못봐요" / 사진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이대덕 기자, pr.chosunjns@gmail.com


아직도 이정재를 검색하며 연관 검색어에 '잘생김'이 남아있다. "오빠 김 묻었어요, 잘생김"이라는 팬의 말에 환하게 웃던 이정재의 모습은 당시 큰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정재에 대해 '어떤 사람인지 얼추 알겠다'라고 느낀 순간, 그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암살>에서 전 국민을 분노로 몰아넣은 모습을 보여준 그는 인터뷰 장소에서 자신의 손을 번갈아 주무르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둔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에서 이정재는 임시정부대원 '염석진' 역을 맡았다. '염석진'은 임시정부대원이지만 두 얼굴을 지닌 인물.


"<암살>에서 긴장감을 조성시키는 역할이거든요. 극에 긴장감과 에너지를 계속 쏟아부어야 한다는 얘기죠. 안옥윤(전지현), 하와이 피스톨(하정우), 속사포(조진웅), 황덕삼(최덕문), 영감(오달수) 캐릭터들과 부딪혔을 때, 내가 저들을 잘 상대할 수 있을까, 팽팽한 힘겨루기로 긴장감을 관객들에게 계속 줄 수 있을까, 그게 제일 염려스러웠죠. 물론 연출가가 있지만, 연기자 대 연기자가 맞붙었을 때, 팽팽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자체가 사실은 좀 부담스러워요. 심지어 일대 다수니까."



<암살>의 '염석진' 역을 맡아 이정재는 자신을 참도 많이 괴롭혔다. 40대인 이정재는 <암살> 속에서 20대부터 60대까지를 소화해야 했다. 위아래로 20년을 괴리감 없이 보여줘야 했다. 근육까지 빼야 하는 15kg감량, 48시간 무수면 촬영, 그로 인한 탈모 증상까지, 이만하면 됐다 싶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답변은 단호했다. "그렇지는 않아요."

"고생은 좀 많이 했죠. 사실 고민을 많이 하다 보니 고생처럼 느껴진 것 같아요.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할 때도 잠깐 딴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저 친구 말투가 약간 염석진과 비슷한가?', '저 친구 밥을 게걸스럽게 먹으면서 흘리네, 염석진이 저러면 이상할까?'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더라고요. 막 메모하고 싶어지고. 내가 고민을 많이 하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지죠. 그래도 자기 연기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거예요. 지금 하면 더 잘할까? 생각하면 '그럼'이라고 대답하다가도 누군가 다시 해보자고 하면 '글쎄' 하고 망설여지는 느낌이랄까요?"

40대가 된 이정재는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은 20대 때나 지금이나 같다. 하지만 그는 "그런데 20대 때는 방법을 잘 몰라서 길을 헤맸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지금은 길을 찾았다는 건 아니고요. 조금씩 조금씩 내가 뭔가를 하면 더 효과적으로 보일 수 있겠구나, 내가 뭘 더 준비해야겠구나. 연기를 잘한다기보다 어떤 준비를 하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을지, 그게 보이는 것 같아요"라고 달라진 점을 말한다.


하지만 그는 개봉을 앞둔 배우로서, 여전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 말한다. "저도 이 영화를 기다려왔어요. 반응이 괜찮은 것 같아서 부담감은 좀 덜어진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저는 인터뷰하면서 기사를 못 봐요. 바빠서 그런 게 아니라, 10개가 긍정이라도 1개의 부정적인 의견이 마음에 남더라고요. 영화가 끝나갈 때쯤 어떤 반응들을 하셨나 그때야 보는 거지.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어요. 이런 생각이 너무 심하게 드니까 댓글은 아예 못 보겠더라고요."

<하녀>, <도둑들>, <신세계>, <관상>, <빅매치>, <암살>에 이르기까지 최근 이정재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각기 다른 장르, 선역과 악역, 사극부터 현대극까지 다양한 분야와 시대를 넘나든다. 매 작품이 도전이었다. <관상>에서 수양대군의 '이리 상'을 각인시킨 뒤 <빅매치>에서 머리보다 몸이 앞선 격투기 선수 역을 맡아 주저 없이 망가지고 굴렀다. <빅매치> 때 힘줄이 찢어질 정도로 운동해서 완벽한 몸을 만들었다가는 <암살> 때는 다 빼고 근육도 남아있지 않는 60대의 몸을 보여줬다. 자신을 몰아놓고 한계에서 한 발자국씩 길을 개척하는 간절한 느낌까지 든다.

"제가 어렸을 때, 재능있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당시 신인상도 많이 받았고, 주목할만한 배우라는 소리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연기 잘한다'라는 소리는 많이 못 들었어요. 자기가 하는 분야에서 인정받고 싶은 건 누구나가 다 마찬가지잖아요. 저 역시도 그런 마음은 분명히 있는 건데, 그게 쉽지가 않아요. 제가 어딘가에서 그런 얘기를 했어요.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드리고 싶다'라고요. 성공까진 잘 모르겠지만, 열심히 하면 조금씩 '늘고 있다'는 건 보여드리고 싶어요."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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