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천우희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이은주 인턴기자,star@chosun.com
"마더에 나온 애야?", "써니의 본드걸이라고?", "한공주야?"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본 반응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 그 천우희가 영화 <손님>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한공주>로 각종 영화제에서 13개의 상을 수상한 천우희의 신작이다. 그런데 참 묘하다. 앞에 앉아있는 사람은 분명히 그 천우희인데, 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기분이다.
천우희는 9일 개봉하는 영화 <손님>에서 마을의 '무당'이 되길 압박받는 과부 '미숙' 역을 맡았다. 전작 <한공주>에서 교복을 입었는데, 과부라니.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과부'라는 말이 가진 이미지가 있잖아요. 저도 고민이 되더라고요. 그런데 나이를 의식해서 연기하면 오히려 반감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피폐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살을 빼야 하나' 생각하다 오히려 찌우기로 했어요. 옷 태가 달라진 게 가장 마음에 들더라고요."
5kg정도 몸무게를 늘렸다. 카메라 앞에 서는 여배우에게 조심스러울 수 있는 선택을 천우희는 스스로 감행했다. 그의 말처럼 천우희가 공개한 <손님> 현장에서 우룡(류승룡)의 아들 영남(구승현)을 안고 있는 사진을 보면 꼭 엄마 태가 난다. "아이가 착 감기더라고요. 구승현 군도 잘 따르고 실제로도 너무 예뻐서 그런 느낌이 잘 나온 것 같아요. <손님>에서도 미숙이 결정하게 되는 게 우룡에 대한 마음도 있지만, 영남에 대한 마음도 크다고 생각했거든요."
'손님' 천우희-구승현 / 사진 : 천우희 인스타그램 캡처
천우희의 전작 <마더>, <써니>, <한공주>의 캐릭터는 강했다. 그리고 '미숙' 역도 만만치 않다. '미숙'은 처음부터 잔잔하게 에너지를 모아서 하나로 폭발시켜야 하는 캐릭터다. 우룡(류승룡)과의 로맨스도 어찌 보면 <손님>의 천우희에게는 단 한 장면을 위해 존재하는지 모른다.
"현장에서 바로 보지 못하겠더라고요. 강한 연기나 감정연기를 할 때는 모니터링하는 것보다 주변의 공기로 느낄 때가 많아요. 그때도 촬영 전에 마을 사람들이랑 장난치고 놀았어요. '이제 하는 거야?'라고 놀리시더라고요. 그냥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연기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순간 분위기가 싸해지는 거예요. 그래서 '아 나쁘지 않았구나!' 안심했죠."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임할 수 있었던 건, 사전에 이미 많은 준비가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미숙' 캐릭터를 앞두고 천우희는 점집에 찾아가 굿하는 모습도 보고, 접신할 때 모습도 기록된 영상물을 찾아봤다. 다 찾아보고서는 다시 지웠다. 이름처럼 '미숙'한 선무당이 되어야 했다. 연기에 들어가기 전에는 눈을 뒤집는 것도 잘 되지 않았다. 하지만 천우희는 "오히려 할 때는 '아 모르겠다' 하고 그 순간에 탁 몰입하고 하니까 괜찮았던 것 같아요. 오히려 계산하고 들어갔으면 잘 안 나왔을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미숙'과 천우희는 닮은 점보다 다른 점이 많다. "저도 소심한 면도 있긴 있는데, 모든 상황마다 미숙처럼 그러지는 않는 것 같아요. 아마 전쟁에서 본인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도 있고, 마을의 강압적인 모습도 있고, 다양한 상황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저와는 많이 다르긴 하죠."
천우희는 어린 시절 쑥스러움이 많았다. 하지만 매번 장기자랑이나 무대에는 올랐다. 반장, 전교 회장 같은 임원도 매년 맡았다. 평소에는 쑥스러움을 많이 타는데, 어떤 면에서는 대담했다, 천우희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렇게 기억했다. "사람들이 제가 키도 작고 약할 거라 생각들을 해요. 그런데 제 친구들은 알아요. 제가 굉장히 외유내강 스타일이라는 걸요. 제가 굉장히 따뜻하기도 하지만 되게 좀 냉정할 때도 있어요."
그런 성격이라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탄 이후 "저에게 이 상을 주신게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주시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배우 하면서 의심하지 않고 정말 자신감 가지고 열심히 배우하겠습니다"라는 수상 소감을 전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제가 처음에 '배우가 되겠어!'라는 다짐으로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그냥 연기가 재미있어서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다 말리더라고요. '네가 무슨 연기를 해?' 이런 얘기를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남들의 이야기에 흔들리는 편이 아니거든요. 다른 사람의 시선에도 무관심한 편이고. 오히려 '나는 내 인생 살련다, 내 길 가련다' 이런 편이라 남들의 말에 좌지우지 되는 게 더 나약한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얘기를 들을수록 '그래, 그럼 내가 보여주지 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것들 덕분에 한 발 한 발 뚝심있게 나아가는 것 같아요."
천우희는 사람이 가진 잠재능력을 믿는다. 그래서 누군가 쉽게 '너는 이렇게 될 거다' 혹은, '절대 안될 거야'라고 얘기하는 것을 꺼린다. "정말 사람은 마음만 먹으면 정말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말에 지난 해 천우희가 받은 13개의 상이 무게를 더해주지는 않는다. 현재 29살이 된 천우희가 무겁게 떼왔을 그 한걸음 한 걸음이 천우희의 말에 무게를 실어준다. 짧지 않은 거리였다. 그 길 위에는 <마더>도 <써니>도, <한공주>도, 그리고 최근작 <손님>까지 있다.
"작품 제 모습을 보시고 '헐' 이런 분들이 많으셨어요. 아무래도 '천우희'라는 이름을 잘 기억 못 하시니까 저를 '써니 본드걸, 한공주' 이렇게 부르시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내 장점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지금은 '천우희'보다 캐릭터로 기억해주시는 게 좋아요. 관객들이 그런 충격들을 받을 때, 전 쾌감을 느껴요."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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