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승범, 길을 걷고 언어를 지우고…그의 '프랑스적인 삶'
기사입력 : 2015.07.05 오전 7:56
'나의 절친 악당들' 류승범 인터뷰 / 사진 : 이가영화사 제공

'나의 절친 악당들' 류승범 인터뷰 / 사진 : 이가영화사 제공


화난 등근육 같은 건 없었다. 오랜만에 <나의 절친 악당들>(감독 임상수)로 스크린에 복귀한 류승범은 겉치레 없이 등장했다. 인터뷰 장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장소에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던지, 홍보팀이라던지, 스태프들도 없었다. 인터뷰가 끝난 뒤 류승범은 인사를 건넨 뒤, 홀로 카페 문을 열고 돌아갔다. 낯선 풍경이었다.


류승범은 <나의 절친 악당들> 속 '지누' 캐릭터에 대한 호감을 숨기지 않았다. 의문의 돈 가방을 손에 넣은 뒤 '나미'(고준희)와 함께 진짜 악당을 선언하는 '지누'에 대해 류승범은 "그런 친구가 있다면 정말 친구 하고 싶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저도 만약에 딸이 있으면 '지누'같은 캐릭터가 남자친구면 좋겠어요. 남자가 여자에게 도움이 되는 남자, 좀 여자를 위하는 남자 있잖아요. 투덜투덜 대지 않고, 항상 배려하고. 사실은 그런 남자가 정말 좋은 남자잖아요. 그런데 뭔가 리더들만 주목받고 다들 리더가 되길 바라는 것 같아요. 리더 같은 마초남도 좋지만, 항상 웃고, 쿨하게 받아들일 수 있고, 상대방의 얘기를 존중해주고. 그런 사람 옆에 있고 싶더라고요. 저도 성향이 바뀌는 것 같아요."


'지누'는 액션도 있고, 노출씬도 있다. 하지만 류승범은 "겉치장을 빼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사전에 임상수 감독에게도 이야기했었다. "제가 본 '지누'는 외모 지상적이고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행복함, 기쁨, 반항 이런 감성적인 면을 가진 사람인 것 같았어요. 그래서 노 메이크업으로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짠맛, 매운맛, 단맛 때문에 맛이 나는 게 아니라 자연의 느낌. 그런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스틸컷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 스틸컷


류승범이 <나의 절친 악당들>로 스크린에 복귀한 건 지난 2013년 <베를린> 이후 2년 만이다. 그는 한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에 머물렀다. 그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했지만, 막상 결정을 한순간 발을 떼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류승범은 새로운 공간에서의 새로운 경험이 자신에게는 더 필요하다고 느꼈다.


20살 때부터 공인으로 살았다. 메이크업, 운전 등 자신의 손으로 해결해야 할 일보다 다른 사람이 해결해주는 일이 많았다. 타지에서는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 스스로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기더라고요.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갖게 되니 그 시간의 소중함도 더 느끼게 되고요. 누구와 함께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 있음에도 좋은 시간을 알게 되고요. 생활이 바뀌니 생긴 자연스러운 일상 같은 변화인 것 같아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언어'의 문제에서도 그는 쿨했다. "아직도 제가 뻔뻔한 게요, 프랑스에서는 그게 더 편한 것도 있어요. 제가 여행을 많이 다니기 시작하니까 영어를 먼저 해야겠다 생각했어요. 여전히 불편함이 요소요소 있는데요. 언어를 안 해도 됨으로써 편한 것도 있는 것 같아요."


앞서 전해진 류승범의 결별 소식은 사실과 달랐다. 류승범은 "지난 해 프랑스에서 이별하게 된 건 맞아요. 그런데 재미있는게, 처음보는 분과 결별했다고 보도가 됐더라고요. 14살 연상 분은 만난 적도 없어요"라며 인터뷰 현장에서 밝혔다. 그의 목소리에 억울함도, 분노도 없었다. 지난 해 말 이별했던 것은 맞다며 사실과 다른 부분을 되짚었을 뿐이다.


프랑스에서 그는 많아진 자신의 시간 중 일부를 좋아하는 것들로 채웠다. 그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기타'와 함께하는 시간이다. "기타 칠 때 좋아요. 아무 생각도 없고, 마음도 편하고. 뭔가 저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지는 시간이죠. 또 프랑스에 있으면서 제가 자유롭게 길을 걸어 다니고, 자유롭게 보고 싶은 것을 보고, 그런 시간도 참 좋고요. 좋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어요."


류승범은 최근 '기타'로 연습하는 곡을 묻자 "일렉트로닉 기타를 치고 있는데 별거 다 치고, 공부하죠"라고 말했다. 한 곡을 연습하기보다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그가 '기타'라는 친구와 만나는 법이다. "저한테는 평생 곁에 둘 친구를 만난 것 같아요. 예전에는 비트가 강한 음악을 좋아했다면 지금은 성향이 블루스 음악, 라이브 사운드 같이 편안한 사운드가 좋아진 것 같아요. 제 생활도 바뀌니까요."


류승범은 <나의 절친 악당들>을 통해 연기를 참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배우의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했던 '표현하는 것'을 줄였다. '지누'답게 한 발 뒤로 물러서 있고, 소리를 낮췄다. 류승범은 영화를 통해 배웠다고 말했지만, 그와의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지누'와 류승범의 만남은 필연적인 조화같이 느껴졌다. 그래서 '지누'가 영화 속에서 '꼰대'들을 향해 내지른 말처럼, 청춘에 할 말을 직접 물었다.


"저도 젊으니까요. 어떻게 보면 제가 저한테 하는 소리일 수도 있죠. 저도 일상생활을 하면서 참 두려움과 많이 싸우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알게 된 것은 결국 선택은 항상 두 가지더라고요. 두려움에 이기느냐, 지느냐. 저도 두려움에 이겨내려는 노력을 매 순간 열심히 해요. 왜냐면 젊음이란 건 많이 혼란스럽고, 두렵고, 지금 가는 길이 맞는 길인지, 여태 온 길은 맞는 길인지, 방향성을 잘 모르겠거든요. 그런데 걱정하고 두려워만 한다면 계속 그 안에 갇혀있을 것 같아요. 그냥 이겨내는 거 있잖아요. 방법은 잘 모르겠어요. 제 이야기를 한다면, 저는 그냥 생각을 바꿔요. 순간 스위치의 방향을 탁 옮겨놔요. 그러려고 노력해요. 이런 점을 같이 공유하고 싶어요."


확실한 건 류승범은 머물러 있지 않다. 고민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 역시 매 순간 두려움이 앞서고, 그러면서도 선택을 해 나간다. 그는 가장 최근에 새긴 문신을 묻자 그는 "비밀도 있으니까요"라며 말을 아끼다 말을 꺼낸다. "제가 만든 문구를 새겼습니다. I'll never be the same." 그의 말처럼 '뭘 그렇게 놀래'라며 다시 만날 또 달라진 류승범과의 만남을 계속 기다리게 될 것 같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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