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견' 윤계상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이은주기자,star1@chosun.com
"오래 살아있으면 좋겠어요."
윤계상은 촬영을 마치고 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영화 <소수의견>의 개봉을 앞둔 소감을 진심을 꾹꾹 눌러 이렇게 말했다. 물론 영화 <소수의견>은 '원작 소설'이 있는 '픽션'이다. 하지만 지어낸 이야기를 배우가 연기하는데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했던 것은 '진심'이었다.
강제철거 현장에서 아들이 경찰의 손에 죽었다. 현장에서 이를 목격한 아버지는 그 경찰을 죽였다. 하지만 검사는 아들을 죽인 것은 경찰이 아닌 철거용역이었다고 말하며, 아버지에게 경찰을 죽인 죄를 묻는다. 억울한 아버지 박재호(이경영)의 편에서 변호사 윤진원(윤계상)은 변론을 시작한다. 영화 <소수의견>(감독 김성제)은 '100원 국가배상청구소송'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담고 있다. 원고는 피고인 국가를 상대로 진실을 인정하기만을 바란다. 개봉까지도 2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출연 결정도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배우가 자기 생각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건 작품인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작품으로 자신 생각을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 것 같고요. 이런 기회가 왔을 때, 망설이는 건 안 좋은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좋은 기회를 얻었죠."
영화 '소수의견' 유해진-윤계상 스틸 이미지
박재호(이경영)의 변론을 맡은 윤진원은 지방대 출신의 국선 변호사다. 이들 상황과 달리 윤계상은 정상의 아이돌 그룹 god에서 배우로 다잡은 자리까지, 대중들에게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사람이다. <소수의견> 속 '박재호'를, 그리고 '윤진원'을 윤계상이 이해할 수 있을까? 자칫 잘못하면 '강 건너 불구경'처럼 붕 떠 보일 수 있는 어려운 자리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가장 잘 맞는 옷을 입으려고 컨셉도 치열하게 잡았어요. 이야기가 씁쓸하게 느껴지고 사회적 메시지가 있다는 건 분명히 어딘가에 그런 이야기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이야기에 대한 걱정은 하나도 안 했어요. 물론 <소수의견>이 어떻게 홍보가 되고 이야기될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죠. 그런 게 두려웠다면 아예 출연도 안 했을 거예요. 다만 배우로서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최대한 누가 되지 않게."
윤계상의 <소수의견>에 대한 몰입은 달랐다. 극 중 '윤진원'과 조력자 '장대석' 변호사처럼, 유해진과도 그렇게 지냈다. 심지어 영화 속에서 '윤진원'이 '장대석'(유해진)에게 "옛날에 어떤 형이 있었는데, 방학 때 우리 집에 세 달 정도 있었을거야. 그 형이 좀 미안해서였는지 내 공부를 좀 봐주더라고. 근데 그 모습이 왜 이렇게 멋있어 보였던지"라고 고백하는 내용은 윤계상이 유해진을 생각하며 직접 쓴 것을 감독에게 제안한 것이 그대로 쓰였다고.
"저 말이 하고 싶었어요. 해진이 형과 친해지면서 촬영이 끝나갈 무렵에 '좀 고치면 어떨까요?'하고 감독님께 여쭤봤는데 흔쾌히 동의하셨어요. 사실 진심이 들어간 말이죠. (유)해진이 형도 너무 멋있고, 실제로도 선배고, 영화 속에서처럼 저를 위해 움직여주셨고요. 그 대사를 고친 걸 모르고 촬영에 들어가서 (유해진 형의) 리액션도 리얼합니다."
윤계상과 유해진은 <소수의견> 속에서 술 마시는 장면에선 술을 마셨다. 윤계상은 주량이 약해서 한 잔만 마셔도 취하는 편이라 많이 마시지는 못하지만, 그의 표현대로 "리얼로" 마셨다. 중요한 증거를 기자인 공수경(김옥빈)이 보도하겠다고 나설 때도 "리얼로" 화가 났다. 아마도 그때 김옥빈의 팔을 너무 세게 붙잡은 탓에 그녀의 팔에 멍이 들게 한 것 같다고.
"편집되긴 했지만 <소수의견>의 마지막 장면이 박재호, 장대석과 함께 윤진원이 바닷가로 향하는 장면이었어요. 거기서 이런 이야길 해요. '사건은 다 끝나고 잊혔는데, 정작 저분의 아들은 돌아오지 못하고, 저분은 누군가를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평생을 살아야 한다.' 씁쓸하죠. 그런데 영화가 말하는 건 '다 같이 슬퍼합시다'가 아니잖아요. '이런 사건이 있었는데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제안이죠."
분명히 지어낸 이야기다. 하지만 이야기 속 장치들은 실제로 있을 법 하다. "권력을 가진 자가 조금이라도 악한 생각을 하면 가능한 이야기잖아요. 물론 아니였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그다. <소수의견> 속에서 윤계상은 "아들이 죽었어요. 일심에서 안 되면 고등법원, 안되면 대법원, 것도 안되면 헌법재판소까지 가셨어야죠"라는 윤진원의 외침을 가슴으로 꼽는다.
"(유)해진이 형이 이런 말도 했어요. '현장에서 두려워하지 말아라.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해봐라. 현장에서 쪽팔린건 괜찮다, 영화가 완성됐을 때 쪽팔린 것 보다' 그 말인 것 같아요. 저는 이미 '좋은 배우가 되겠습니다'라고 뱉어놓은 말들도 있고요.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끝까지 한 번 해보려고요. 그런 면에서 윤진원과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물론 모두를 만족시키는건 불가능한 일이죠. 하지만 언젠가는 인정받을 날이 오겠죠. 그 때를 생각하면서 지금 약간 힘이 빠지더라도 밀고가자는 생각입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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