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뢰한' 김남길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지난해에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속 김남길 덕분에 한여름이 시원했다. 올해 봄이 끝나갈 무렵, 그는 한 번도 웃겨본 적 없다는 듯 서늘한 눈빛으로 대중 앞에 섰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직접 만난 김남길은, '무뢰한'이 아닌 여전히 변함없는 김남길이었다.
<무뢰한>에서 김남길은 형사 '정재곤' 역을 맡아 자신을 '이영준'이라고 숨긴 뒤, 살인범 '준길'(박성웅)을 검거하기 위해 그의 연인 '김혜경'(전도연)에게 접근한다. 목적을 가진 접근은 순탄치 않다. 시간이 길어지고 '영준'의 옷을 입은 '재곤'은 '혜경'에게 빠져든다. 참고로, 오승욱 감독은 '무뢰한'의 뜻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선악을 가리지 않고 어느 방향으로든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그래서 '재곤'의 '혜경'을 향한 진심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김남길은 "저게 무슨 사랑이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람에 따라 사랑에 대한 방법과 표현은 다르니까요. 감독님은 정재곤이 가진 사랑의 표현이 그렇게 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정재곤이 연기적으로 감정이 세게 드러난 부분을 편집해 좀 더 고요한 정재곤을 만드셨다고 하셨고요"라고 설명한다.
영화 '무뢰한' 스틸컷 / 사진 : CGV 아트하우스 제공
사실 다 찍었다. 그것도 꽤 강한 장면이다. 정재곤이 아침에 김혜경 집 앞에서 기다리는 모습에는 전사가 있었다. 그 전에 정재곤은 전처의 집을 찾아갔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영준'(김남길)을 찾는 김혜경의 전화에 전처는 "너 여자 생겼느냐"고 물으며 "그 여자한테는 잘해줘"라고 말했다. 그 말에 정재곤은 '김혜경에게도 자신이 나쁜 짓을 하고 있구나'라고 깨닫는다. 전처를 거칠게 다루면서 화장실에 집어 던지고 나온다. 그리고 남편을 깨워서 직장에 보내는 소리,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소리 등 여느 집에서나 들을 법한 아침을 맞는 일상의 소리를 듣는다.
"사실 정재곤도 그런 평범한 삶을 꿈꿨거든요. 그런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고, 전처에게도 나쁘게 행동하고 나왔고 이런 죄책감들이 합쳐져 정재곤은 눈물을 보이고 김혜경을 찾아가요. 이런 장면이 관객들에게 '정재곤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 그도 사실 평범한 삶을 꿈꿔왔고, 오히려 이영준으로 살았으면 가볍게 살 수 있는 친구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할 수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는 관객들이 정재곤에 연민을 갖게 하기보다 그의 일방통행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무뢰한>의 결말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속죄의 의미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김남길의 생각은 좀 다르다. "정재곤이 '그래,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이 XXX아'라고 하잖아요. 이 말이 '내가 달라질게', '새로운 사람이 될게'하는 의미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도 정재곤은 '똑같이 산다'는 의미였던 것 같아요. 그래 너는 너대로 살고, 나는 나대로 이렇게 살게. 이런 느낌?"
김혜경을 정재곤의 마음에 담게 된 것을 김남길은 사소한 일이라고 말했다. "김혜경이 고단수인 게, 담배를 피우다가 달라고 하잖아요. 남자 입장에서는 '내가 피던 걸 달라고?'하고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김혜경을 관찰하면서 혼자 우는 소리를 들었고, 박준길을 만나서 행복해하는 웃음소리 때문에 걸음을 재촉하지 못하고요. 또 검거하러 가서도 혜경의 벗은 몸을 보는 게 아니라 땀에 젖은 얼굴을 보니까."
사소한 일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에 김남길은 공감한다. "그럴 때가 있잖아요. 내가 긴 팔을 입었는데 여자들이 '덥지 않아?'하고 한쪽 팔을 걷어줘요. 그런 다음에 '다른 쪽' 말하면 저도 슥 내밀면서 '뭐지? 나 좋아하나?' 이런 생각을 하거든요. 정말 별거 아니잖아요. 돈가스를 먹을 때 내 것까지 썰어주면, 괜히 설레고. 원래 일도 큰일에는 사람들이 대범하거든요, 작은 일에 상처를 받지. 그런 것처럼요."
김남길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사랑관이나 인생관에도 영향을 받는다. '사랑'에 대해 최소한의 표현을 보여주려 했던 <무뢰한>을 통해서도 그는 배웠고 영향받았다.
"나를 돌이켜보면서 나도 이런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은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야겠다 생각해요. 그래도 현실에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요. 조금씩 성장해나가는 것 같아요. 했던 잘못을 똑같이 또 하겠지만, 제가 깨닫고 안 그러려고 노력하면서 5번 실수할 거 그 횟수를 줄여가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죠."
▶[인터뷰② '무뢰한' 김남길, 전도연의 무게를 견뎌라] 로 이어집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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