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웅을 알 수 있는 말, 가족-의리-성공적 [인터뷰②]
기사입력 : 2015.03.25 오후 1:07
'살인의뢰' 박성웅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살인의뢰' 박성웅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무서웠다. <살인의뢰>에서의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인터뷰 자리가 편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를 깨준 그의 말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했을 때였다.


영화 <살인의뢰>에서 박성웅은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 '조강천' 역을 맡아 '연기 소름 돋는다', '역대급 살인마', '악마의 미소다' 등의 관객 반응을 이끌어냈다. 하나같이 공감이 가는(?) 반응이다. 박성웅은 이런 반응에 쿨하게 답했다.


"배우들이 항상 그런 것 같아요. 자기 연기는 판단을 못 내려요. 단지 봐주시는 분들의 호응이 좋으면 좋은 거고, 그런가 보다 하는 거죠. <신세계>때도 그랬어요. 하물며 그 대사들이 이렇게까지 패러디가 될 줄도 몰랐고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조강천,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그래서 배우이자 박성웅의 부인인 신은정 씨는 어떻게 보셨냐고 물었더니 "사극을 해서 바빠요. 촬영이 없는 날은 아들을 봐야 하니까요"라고 답한다. 이에 신은정이 과거 박성웅의 정사 장면을 보기 힘들어했다는 말을 언급하며 <살인의뢰>는 부인이 봐도 괜찮겠냐 묻자 "연기를 20년을 했는데요, 그건 뭐. 그렇게 감정이입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잘 만든 영화라는 게 증명이 될 테니까"라고 다시금 쿨한 모습을 보인다.



"(아내가 모니터링을 해주면) 아픈 말을 더 많이 하죠. 칭찬이 좀 없어요. 아무래도 부부사이다 보니까 안 좋은 것들을 더 많이 얘기해주는 편이에요. 근데 참, 아내도 배우라고 느낀 게 <신세계>와 <사이코메트리>가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는데 <신세계>때는 별로 말이 없었어요. 그런데 <사이코메트리>를 보고는 연기가 너무 좋았다는 거예요. 생각을 해보니 <사이코메트리>는 힘을 뺀 생활연기였거든요. <사이코메트리>를 보고 '오빠 연기 좋은데?' 이런 칭찬을 처음 받았어요. 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서 막."


아내 신은정의 칭찬을 떠올리며 이내 그의 얼굴에도 아이 같은 미소가 스친다. 작품에서 봐온 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그의 말처럼 떼 묻지 않은 순수한 미소다. 이런 반전 모습에 '예능' 섭외도 많았겠다 말하자 "왔었죠, 제가 생각하는 게 정답은 아니겠지만"라고 말을 이어간다.


"각자의 애정 표현의 방식이 다르겠지만, 저는 제 아이의 가치관이 정립되기 전에 공인이 되어버릴까 봐 걱정이 됐어요. 엄마, 아빠가 모두 배우다 보니 더 조심스러운 것도 있고. 물론 장점도 많겠죠. 소중한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그것에 딸려오는 부작용도 있을 것 같더라고요. 지금 아이가 6살인데, 전 그냥 제 아이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저도 그래서 지금 이 일을 하고 있는 거고요."


또한, 그는 예능 프로그램을 거절한 이유로 "배우로 승부하고 싶은 거죠"라는 말을 덧붙인다.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는 한 달 동안 고민했어요. 분명 좋은 점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결심이 선 게 카메라 밖에서 (아이와) 똑같이 놀아주면 되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실제로 박성웅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안다. 그가 아이와 놀아주는 방식도 독특하다. 아들이라 레슬링하고 몸싸움하는 걸 좋아한다고. 아들을 기구 삼아 침대 위에서 던지고 받고 하면 엄청 땀이 많이 난다고 말하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다.


그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 <살인의뢰>처럼 지난 3년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덧붙인다. "지금부터 3년 전이면 <신세계> 캐스팅되려고 정말 죽을 힘을 다해 몸부림쳤던 시기죠, <신세계>의 제 역할에 5명이 후보로 올랐었대요. 그런데 그중 세 분은 다른 영화에서는 다 주인공 하시는 분이었어요. 감독님이랑 대표님 아니었으면 못했죠. 촬영하는 것보다 캐스팅되기까지가 더 힘들었던 작품이에요."


그 시간이 있었기에 그는 달라졌다. 배우로서 위치는 달라졌지만, 그 자신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가 쭉 나열한 우정 출연의 목록들이 이를 대변한다.


"장진 형이랑 친한 데, <하이힐> 홍 검사 역을 부탁하더라고요. 그러면서 '특별출연할래? 우정 출연 할래?'를 묻는데 그 의미를 알잖아요. 그래서 우정으로 가자고 했죠. 대신 일 년간 술 사주기 하고. 그리고 <남자가 사랑할 때>는 <신세계> 조감독의 입봉작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입봉작인데 내가 카메오라도 해야지'라고 먼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이발소 깍두기 역을 주더라고요. 하나만 물어봤죠. '이번엔 (황)정민이 형 때려?'라고."


박성웅에게 그만큼 의리는 중요했다. 그리고 그는 지금의 자리를 만들어 준 사람들의 고마움을 알고 있다. "시작할 때랑 상황도 달라졌고 행복하죠. 벌써 19년 전인데, 저도 행복해지려고 연기 생활을 시작한 거거든요."


아내에게 칭찬을 받았을 때 세상을 다 가진 미소를 지었고, 아이와 놀아주는 방식을 이야기하며 아빠 미소를 지은 박성웅, 의리의 '사나이'인 그의 '성공적'인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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