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완 인터뷰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수식어를 붙이기 미안한 배우가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2004년 영화 ‘발레교습소’로 데뷔한 온주완은 햇수로 12년 차 배우다. 남자 배우들의 로망이라는 누아르 장르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사이코패스 살인마 연기도 접수한 온주완의 ‘연기관’과 그의 내면이 알면 알수록 더 궁금해진 건 인터뷰를 준비할 때부터였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펀치’에서 검사 이호성 역할을 맡았던 온주완은 정의로운 검사에서 극 후반, 윤지숙(최명길)과 손잡고 신하경(김아중) 뺑소니 사고를 은폐하는 등 악행을 저지르며 ‘역대급 나쁜놈’을 연기했다. 극 후반 “분량을 계 탄” 온주완은 시청자를 부들부들 떨게 하는 악역 열연으로 시선을 강탈했다.
“캐릭터가 처음에는 매우 착하고 정의롭고 하경이 옆에서 키다리 아저씨처럼 있어 주는 역할이었어요.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각 캐릭터가 ‘악의 축’으로 커가면서 ‘선의 축’이 되는 하경이와 호성이가 그들을 못 따라가니까 호성이를 악역으로 바꾸신 것 같아요. 원래 착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면 더 욕하게 되잖아요. 그러니 제가 얼마나 욕을 먹었겠어요.(웃음)”
검사하면 떠오르는 단정한 이미지는 온주완의 머릿속에 애초부터 없었다. 그가 맡은 이호성은 자기 할 일만 하는 올곧은 인물이었다. 수염을 기르고 지저분한 느낌을 극 초반까지 유지했던 것도 이호성에 ‘검사’보다는 ‘형사’의 색깔을 입히고자 했기 때문이다. 수염을 깎고 슈트를 입은 이호성의 변신은 “그도 속세에 스며들어 가는 인간이구나”를 보여주고 싶은 온주완의 의도였다.
“그런 글을 봤어요. 이 시대를 사는 이들과 닮은 사람은 이호성이 아닐까 라는. 그런데 그 역할을 연기하는 우리도 무언가를 바꿀 수 있어서 하는 건 아니에요.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하긴 어렵죠. 그래도 ‘펀치’를 보면서 시청자들도 ‘악한 사람도 있지만 반면에 하경이나 초반의 호성이 같은 인물도 분명 있을 거야’라는 생각도 하실 거에요.”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해서 쪽대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펀치’ 현장도 한 회 대본에 스테이플러가 6개나 찍힐 때가 있었다. 한 회에도 몇 번씩 반전되는 내용과 캐릭터의 변화를 쪽대본을 기다리며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터. 그럼에도 온주완은 시청자 반응과 인물 구성을 고려해야 하는 작가가 기다리는 배우보다 더 괴로울 거라며 “오히려 긴장감 있게 연기할 수도 있고요”라고 ‘긍정 아이콘’의 면모를 보였다.
‘펀치’ 방영 동안 필자와 만난 다수의 남자 배우들은 “’펀치’ 같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업계에도 뜨거운 반향을 일으킨 ‘펀치’는 애청자들 사이에서 시즌2 얘기가 오르내릴 만큼 끊이지 않는 관심을 얻고 있다. 작품의 결말과 관계없이 온주완이 꿈꾸는 ‘펀치’의 결말과 시즌2에서 이호성은 어떤 인물이면 좋을지 물었다.
“‘펀치’ 결말이 ‘정환의 심장을 받은 호성이 하경이 옆에서 키다리 아저씨처럼 보살피며 예린(김지영)이와 포도농장에 간다’였을 거에요. 그렇게 안 됐지만 원래 결말대로 갔어도 좋았을 것 같아요. 재판 신에서 대본에는 ‘이호성이 체념한 듯’이 끝이었는데 윤지숙 장관(최명길)님은 15년형을 받고 ‘내가 왜? 인정 못 해’라는 연기를 하시더라고요. 호성이가 하경이에게 ‘네가 살아온 인생이 맞다. 나는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해서 벌을 받는 거다’라는 듯한 미소를 끄덕이며 지어요. 윤지숙과는 상반되는 반응인데 지금 엔딩도 마음에 들어요.”
“호성이가 시즌2에선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어요. 감방도 갔다 왔는데 정신 차려야죠. 5년 뒤에 감방에서 나온다면 검사나 변호사는 못할 거고 열심히 사는 인물로 그려지지 않을까요? 원래 호성이처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탐욕은 결국 인간은 타락시킨다. ‘펀치’도 몇몇 인물들을 통해 이를 얘기했다. 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만 실수를 범하는 건 인간의 욕망 때문일까. 누구에게나 있는 욕망은 있고, 좋은 쪽으로 또는 나쁜 쪽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이에 온주완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강한 욕망은 식욕, 성욕, 성취욕 이렇게 3개가 있는데, 저는 성취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라며 이야기를 이끌어냈다.
“성공해야 한다는 ‘성취욕’이 아니에요. ‘이 작품에선 이 정도만 하면 되겠지’가 아닌 ‘악역을 할 거면 윤지숙까지 잡아먹는 나쁜놈이 되자’는 마음으로 착한 역은 착한 역대로, 웃긴 역은 웃긴 역대로 끝까지 가보자는 게 있죠.”
어느덧 ‘청춘스타’에서 신을 책임지는 ‘연기파 배우’로 성장한 온주완. 그는 몸이 굳어있는 신을 찍기 전 몸을 풀고 긴장을 완화한 후에 촬영에 돌입하는 김래원을 비롯한 ‘살아있는 교본’인 선배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좋은 습관을 체득한다. 물론, 12년 차 배우답게 전쟁터와도 같은 연예계에서 기지를 발휘하는 그만의 방법도 터득했다.
“저는 제가 연기하는 게 ‘내 캐릭터의 답’이라는 확신이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시청자가 바로 알아채고 저 자신도 어색해요. 자만이 아니라, 그렇게 안 하면 티가 나니까요.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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