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희 인터뷰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4년 만에 재회한 배우 조윤희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선한 표정과 모든 질문에 밝게 웃으며 답하는 모습은 변함없었지만, 어쩐지 그는 더욱 적극적이고 유쾌한 모습이었다. 그의 말처럼 “조용한 범생이”에서 솔직해서 더 매력 있는 여배우로 성장한 조윤희를 만나 그의 ‘변화’의 시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SBS 시트콤 ‘오렌지’(2002)로 데뷔한 조윤희는 올해 13년차 배우다. 그는 지난 2012년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보이시한 매력의 방이숙 캐릭터로 주목받은 뒤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을 통해 연타 홈런을 날리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최근 종영한 ‘왕의 얼굴’에서는 신분제 사회에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여인 김가희 역을 맡아 사극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사극에 처음으로 도전하게 되어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하길 잘했어요. 운명에 맞서 싸우는 강인한 여성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거든요. 다시 하라고 하면 또 할 정도로 정말 좋았어요. 물론 ‘감정 연기를 더 깊이 있게 했다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죠.”
궁에서 암투를 벌이는 기존 사극의 여성 캐릭터들과 달리 김가희는 ‘조선판 알파걸’로 불릴 만큼 남장부터 진주각 메이크업 아티스트까지 다양한 변신을 꾀했다. 김가희를 연기한 조윤희는 한 달 동안 말 타는 법, 활 쏘는 법 등 액션 준비에도 열의를 다했다. 중·후반부에는 활 쏘는 템포감을 알고 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액션신을 선보였다.
“중국영화 속 장쯔이와 같은 배우들을 보면서 ‘액션도 가능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에 사극 말투부터 드라마에서 보여드리진 않았지만, 활을 제외한 다른 무기들도 준비했었어요. 또, 나만의 특기가 필요하겠다 싶어 핸드 스프링을 연습했는데 해도 해도 안돼서 포기했죠. (서)인국이가 정말 잘해서 자극받았는데 전 가능성만 찾았지 뭐에요.(웃음)”
사극 말투도 어려운데 여러 가지의 액션에 얽히는 인물들과의 감정 고리까지 신경 쓸 게 한두 개가 아닌 김가희를 연기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터. 사실 ‘능동적인 인물’인 김가희는 그 동안 대중이 머릿속에 그려왔던 ‘착한 언니’ 조윤희와도 거리가 있는 캐릭터였다. 조윤희의 지난 인터뷰 몇 개만 읽어봐도 그는 심성이 곱고 일탈은 꿈도 꾸지 않을 올바른 사람으로 인식된다. 조윤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왕의 얼굴’ 초반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 출연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많은 분들이 제가 ‘해피투게더’에서 직설적으로 솔직하게 얘기해서 재미있다고 하셔서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서)인국이에 대한 첫 느낌이 ‘집을 치워주고 싶어서’ 그렇게 얘기했던 거고, (이)성재 오빠는 제 목욕신 촬영 때 이후로 단 한 번도 응원 온 적이 없어서 녹화 때 얘기한 거였거든요. 친한 배우들과 함께 하니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얘기한 거죠. 인국이네 청소는 제가 정리하는 걸 좋아해서 해주고 싶었는데 깔끔하게 잘 다니더라고요.
“연하남은 싫다”던 과거 이상형에 대한 발언이나 연애관에도 변화는 감지됐다. 조윤희는 “예전에는 1~2살이라도 어리면 애 같았는데 요즘엔 남자답다고 생각돼요. 또, 제가 키가 크다 보니 키 큰 남자를 좋아했는데, 이제는 남자의 키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남자답고 배려심 있는 남자가 좋아요”라며 달라진 이성관에 대해 솔직히 털어놨다.
드라마 속 조윤희의 모습, 주위에서 들려오는 그에 대한 평판은 대표적으로 “착함”에 맞물려있다. 내성적이고 튀지 않아 온화하게 비칠 수도 있다. 그는 “저는 좋고 싫음이 분명해요. 흐지부지하지 않아요. 일할 때는 다 맞추려고 하지만 사적으로는 똑 부러지게 말해서 사람들이 ‘의외’라고 생각해요.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서 제 감정이 밝았다가 얌전해졌다가 하죠”라며 실제 성격을 언급했다.
혼자서 수줍게 놀던 꼬마 아이가 또래 친구들을 사귀면서 더 넓은 세상과 마주하게 되는 것처럼, 조윤희는 본인을 스쳐 가는 많은 사람들 속에 ‘또 다른 나’를 발견하며 달라지고 있었다. 그 변화는 배우 조윤희를 다시 보게 할 ‘긍정적인 에너지’로 읽히곤 했다.
“어릴 때는 지각도 안되고 쓰레기를 버려도 안되고 일탈은 없었지만 ‘공부 잘하는 범생이’가 아닌 ‘조용한 범생이’과였죠. 나중에는 그때 좀 놀았으면 그때의 많은 경험이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학교에서 하지 말라는 건 안 했고, 엄마가 몇 시까지 들어오라면 무서워서 들어왔거든요.”
4년 전 MBC 드라마 ‘황금 물고기’ 종영 후 가진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조윤희는 “쉬지 않고 계속 연기하고 싶다”고 말했고 신기하게도 그때 이후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막론하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기자가 “그때 계속 연기하고 싶다고 했었는데”라고 기억을 끄집어내자 조윤희는 “계속했죠?”라며 어린 아이처럼 웃으며 행복해했다.
“역할이 크지 않아도 좋은 캐릭터면 꾸준히 참여하고 싶어요. 이번 영화 ‘조선마술사’(2015)에서도 조연이지만 비중을 떠나 굉장히 매력적인 인물이거든요. 센 캐릭터에 도전하지 않는 이상 여자 캐릭터는 찾기 힘들어요. 비중을 떠나 내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면 언젠가는 타이틀롤도 맡을 수 있겠죠.”
아직도 조윤희를 ‘넝쿨째 굴러온 당신’ 속 방이숙으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다. 흥행한 작품 속 캐릭터를 기억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윤희는 흥행 여부를 떠나 자신이 각인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찾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왕의 얼굴’ 조윤희는 사극이 잘 어울리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남장이 잘 어울리는 배우는 저 말고 그 누구도 안 나타났으면 좋겠어요.(웃음)”
조윤희는 도전으로 점철된 작품 ‘왕의 얼굴’을 떠나 보내고 올 하반기 개봉 예정인 영화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로 또 한 번 변신을 감행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겉모습은 차갑지만 동생 유승호를 지키려고 애쓰는 시각 장애인 역을 맡는다. 오는 24일 크랭크인(촬영개시)하며, 조윤희는 26일 합류한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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