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명탐정2 김명민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베토벤 바이러스'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이 한 강연에서 김명민을 언급했다. "'강마에' 역을 맡은 김명민 씨가 가방을 들고 몇 발자국 걸은 뒤 대사를 한 마디 던지는 장면이었는데, 스태프들이 준비하는 30분 동안 그 동작을 정확히 19번이나 실제와 같이 반복하시더라"라고. 대상도 받았겠다, 오랜만에 대중들 앞에 선 김명민도 이젠 좀 편해졌을 법 싶다.
설날 영화 <조선명탐정>이 4년 만에 관객들을 찾아온다. 김명민-오달수 콤비를 다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김명민은 <조선명탐정:각시투구 꽃의 비밀> 이후 4년 만에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을 다시 선택한 것에 대해 "관객들보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기대감이 가장 컸을 거예요"라고 답했다.
"<조선명탐정>이 이미 나왔었고 비슷한 캐릭터로 2편을 만들어 그냥 소모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어요. 그런 우려를 없앨 수 있는 부분이 현장 분위기예요. 정말 타의 추정을 불허할만큼 좋았거든요. 결과물보다 과정에서 만족한 거예요, 서로가. 우리가 언제 만나서 이런 작품을 또 할까 하는 마음에서 의기투합이 잘 된 거고요. <조선명탐정2>가 저희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만사 다 제쳐주고 올인을 하겠다고 열의를 갖고 뛰어든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감독님만 아니었어도 2년 전에 개봉됐는데. 갑자기 울컥하네."
하지만 4년 전 <조선명탐정:각시투구 꽃의 비밀>이 개봉했을 때와 달리 관객들의 수준은 높아졌다. 지난해 개봉해 86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해적:바다로 간 산적>에서 어드벤처를 <조선 미녀 삼총사>에서도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보여줬다. 하지만 김명민은 "그런데 그 영화들에는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가 없잖아요"라는 말로 자신감을 보였다.
영화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 스틸컷
"<조선명탐정>의 본질은 김민과 서필의 만담, 액션, 모험 이런 거에 맞춰져 있어요. 바다냐, 하늘이냐 이런 건 큰 의미가 없어요. 김민이 발명한 볼거리들 등이 첨가돼 이야기를 풍부하게 해줄 뿐이지, 김민과 서필이 티격태격하는 거에서부터 시작하거든요. 그래서 <조선명탐정1> 때보다 <조선명탐정2>에서는 서필의 분량이 많이 늘어났죠. (오)달수 형이 '아침 일찍 일어나 늦게 퇴근하는 작품은 이번 영화가 처음'이라면서 좋아하셨죠."
김명민이 자부했든 김민과 서필의 쿵 짝은 <조선명탐정2>에서 더욱 대두된다. 두 사람은 엎치락뒤치락 하며 보여주는 만담식의 대화는 관객들의 웃음 포인트. 하지만 이는 철저히 계산된 대사였다. "대본에 있는 것들 말고 저희가 툭툭 치는 대사들은 애드립이라기엔 뭐하지만 애드립은 맞아요. 그런데 즉석에서 치는 게 아니라 감독님과 협의 하에 치는 거거든요. 감독님은 그렇지 않은 부분은 용납을 안 하세요. (오)달수 형이 감춰두고 있다가 촬영할 때만 딱 하고 사람들이 웃고 이러면 흐뭇해 하고 그러실 것 같지만, 저와 다 얘기하세요. 저희 현장에서는 그런게 전혀 용납이 안됐어요."
김명민에게 <조선명탐정2>는 그만큼 사람이 중요한 영화였다. 그는 "앞으로도 (오)달수 형 같은 호흡을 만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제가 얼마나 더 연기할 수 있을까요? 아마 20년 정도 더 한다고 친다면, 확률적으로도 적은 건데, 그러긴 쉽지 않을 것 같아요"라며 남다른 애정을 진하게 보인다. 육해공 액션에 화려한 발명품으로 볼거리를 더했지만 결국에는 사람이다.
그래서 4년 만에 재회한 스태프들부터 배우들까지 호흡은 척척 맞았고, 촬영장 온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김명민은 촬영의 마지막이 다가오는 게 너무 싫었다고 말했다. "이 사람들을 또 만날 때까지 또 몇 년이 걸릴까, 아쉽다. 이런 시원섭섭함이 가득했죠. 계획된 게 70회차라 그럼 9월을 보내고 10월까진 찍어야 하는데 호흡이 잘 맞다 보니 44회차로 영화 촬영이 끝났어요. 9월에 끝났거든요. 정말 아쉬움이 많다,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김명민은 유독 다양한 작품에서 독특한 성격의 캐릭터를 자신의 색으로 소화해왔다. <조선명탐정>에서 김민도 그렇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하얀거탑'의 장준혁, <내사랑 내곁에>의 루게릭병 환자, 백종우의 모습 등 다양한 모습을 각기 다르게 표현해내 보는 이들의 공감을 더 했다. 인터뷰 내내 은근히 진행욕심과 개그감이 살아있는 김명민에게 가장 편한 캐릭터를 물어보니 역시나 '김민'을 꼽는다.
"실제 성격은 완벽하려고 노력하는 스타일이에요. 조금만 더 하면 더 완성된 결과물이 나올 것 같은데 여기서 멈추는 게 싫은 거죠. 책을 한 번 더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고, 좀 더 자연스러워지면서, 결국 그 캐릭터화 돼요. 그러면 보시는 분들은 '저 사람 뭐야, 이상해, 뭐지?' 이러면서 보시는 거예요. 이때 쾌감이 오는거죠. 배우가 회를 거듭하면서 연습하면 안 되는 거거든요. 드라마 같은 경우는 잠잘 시간도 없는데 촬영 중 연습은 말도 안 되는 거고요. 미리,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안되는게 드라마예요. 일 외적으로는 지인들이나 편한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사람으로 통해요. 제 입으로 허당기가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럴 수도 있고요. 김민을 연기할 때 가장 편했어요."
그 역시도 이재규 감독이 말한 '베토벤 바이러스'의 당시 상황을 생생히 기억했다. "제가 배역의 동작이 잘 안 나올 때는 계속 연습해요. 그래서 제 것으로 만들죠. 그 장면이 아마 '강마에'가 (장)근석이가 마련해준 집에 처음 들어갔을 때예요. 저는 세트도 미리 가서 보고 동선을 연습해야 하는데 촬영 당일까지 세트가 완공이 안돼서 미리 연습할 수도 없었어요. 그리고 카메라 세팅도 살펴보니, 동선이 어렵더라고요. 그러면 무조건 연습해야 돼요. 그렇지 않으면 제 어색함이 화면에 그대로 묻어나서 어색함에 치를 떠는 모습이 보여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뺐다 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는 게 배우들에겐 참 안 좋은 버릇이거든요. 연기하다 보면 정말 손이 거추장스러워서 잘라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요. 강마에 같은 경우는 손이 더 중요한 캐릭터였고. 그래서 그 동작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내 몸에 체화시키는 거예요."
김명민의 그런 모습은 지난 2009년 MBC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소감으로 강하게 남았다. 당시 그는 "연기를 잘 할 수 없게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그래서 매일 노력해야만 했고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김명민은 배우도 무당과 같다고 생각한다. 신 내림을 받듯이 점지 되는 거라고. 하지만 '느낌'만 가지고 노력을 안 하는 경우가 많아 김명민은 스스로를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교만에 빠질 수 있음을 멀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관객들은 대한민국 명배우 김명민의 믿고 보는 연기를 만날 수 있게 됐다.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노력에 노력을,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그는 "연기할 때 만큼은 이 역할을 나만큼 할 사람은 없다"라는 자신감으로 임한다고. 그런 김명민과 4년 만에 뭉친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호흡은 스크린에서 고스란히 전달된다. "설날에 설 특집 영화를 봐야지"라는 김명민의 너스레 섞인 자신감처럼 올해 설날에는 가족들과 김명민-오달수 콤비, 그 이상의 호흡을 함께 느껴 보는 건 어떨까 싶다.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 2월 11일 개봉.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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