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시봉' 정우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정우는 한 번에 확 뜬 스타가 아니다. 대중들의 뇌리에 박히기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정우는 지난 2013년 종영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쓰레기 역으로 대중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뒤에도 참 한결같다. 한 해를 거르고 2015년에야 차기작 <쎄시봉>을 내놓은 그는 "조급함보다는 보고싶었어요"라고 말했다.
"관계자분들도 보고 싶었고, 대중들도 많이 보고 싶었죠. 팬분들도 굉장히 많이 보고 싶었어요. 인사를 좀 더 빨리 드리고 싶었는데, 작품이라는 게 타이밍이 맞고 운 때가 맞아야 하는 거라서요."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정우는 가장 크게 웃었고, <쎄시봉> 속 노래 이야기가 나오면 자연스레 한 소절 선보이며 오랜만의 설렘을 감추지 않았다.
그런 정우가 <쎄시봉>에서 애착이 가는 씬 중 하나로, 근태(정우)가 자영(한효주)의 결혼 소식을 들은 뒤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가 오열하는 장면을 꼽았다. 감독의 고민 끝에 영화에는 빠진 장면이다. 그는 "그때 당시, 근태가 가진 속마음을 다 보여주는 씬이라서요. 부모님께는 다 얘기할 수 있잖아요, 달라지는 건 없지만요. 지금은 아버지께서 돌아가셔서 말씀을 못 드리지만 하늘에서 다 보고 계실 거라 믿고. 예전엔 그랬던 것 같아요. 오히려 지금은 어머니께서 걱정하실까 봐 말씀 못 드리는 게 있지만요"이라고 덧붙였다.
참 감정표현에 솔직하다. 정우는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과 포옹하며 되려 자신이 울컥했었다고 말했었다. 그 역시 "감정 표현을 숨기려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싫으면 싫은 대로 표현하려고 그러고요. 다만 어른이 되어가고 있잖아요. 조절이 좀 필요하긴 해요. 눈물이 나면 우는 게 아니라 참고, 싫어도 좀 참고, 조절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그는 자신이 주연한 영화 <바람>의 원작자다. 그래서 정우가 글 쓰는데 주저함이 없을 거로 생각해 인터뷰를 준비하며 그의 SNS를 찾았다. 하지만 2011년부터 시작한 트위터는 게시물이 많지도, 긴 글도 없었다. 지인들과 한 소소한 인사와 "비온다", "비가 안오네..", "파란하늘"같은 간단한 말들이 적혀있었다.
"남들이 보라는 것도 있겠지만 제가 보려고 트위터를 하는 거죠. 즐겨하지는 않아요. 저를 드러내는 데 익숙하진 않은 것 같아요. 제가 하고 싶은 개인적인 것들 있잖아요. 파란 하늘이라고 하면, 초등학교 6학년 때 잔디밭에 누워서 바라본 하늘의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데 20대 이후로 잔디밭이나 벤치 위에, 혹은 운동장에서 누워서 하늘을 본 적이 있으세요? 드물어요. 마음의 여유를 찾고자 하는 주문 같은 거죠."
경상도 사나이, 정우라기보다 섬세한 소년이 그 안에 있는 대답이었다. 그의 말처럼 '주문'같은 말들이다. 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정말 제가 생각하는 대로 일이 잘 안되고 그러면 절망이 크긴 한데, 그럼 울어요. 집에서 무릎 꿇고 기도하면서 울어요"라고 말한다.
정우는 지난해 제50회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참 오래도 걸렸다 싶다. 하지만 이는 '10년 후에는 신인상을 받고 싶다'라는 10년 전 정우의 말이 그대로 이뤄진 결과였다. '말하는 대로'의 주문을 이미 한 번 경험한 그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지금의 정우는 10년 후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아요. 행복한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행복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좀 개미 같은 느낌이에요. 겨울을 준비하는 개미."
그가 말하는 개미는 가장 평범한 일개미였다. 의외의 대답이었다. '응답하라 1994' 이후 그가 인정할 정도로 수많은 작품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그의 움직임에 대중의 기대감도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그는 참 여전하다. "아직은 뭔가 만들어진 느낌은 아닌 것 같아요. '이제는 좀 괜찮지 않나'라는 생각은 안 해요. 하지만 급하게 가고 싶진 않아요. 그전에도 그랬지만. 소위 '물 들어왔을 때, 노 젓자'는 말과 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자신이 "긍정적이지만 고민이 많은 편"이라는 정우가 2015년 영화 <쎄시봉>이란 작품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올려놨다. 이에 '배우' 정우로서 바라는 점도 한결같이 답한다.
"보시는 분들이 '이 친구가 그냥 작품을 하진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딱 드는 생각이 그래요.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그게 기본인 것 같아요. 기본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게 참 어려운 건데."
[인터뷰①] '쎄시봉' 정우 "국민 로맨틱남? 정말 생각도 못했어요" 과 이어집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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