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신혜 "신혜야 넌 왜 좋은 기사만 나오니?"
기사입력 : 2015.01.31 오전 10:07
박신혜 인터뷰 / 사진: 쏠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신혜 인터뷰 / 사진: 쏠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멜로퀸, 눈물의 여왕, 20대 대표 여배우, 박신혜 앞에 붙는 수식어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기자'라는 전문직을 연기했다. ‘피노키오’에서 박신혜가 맡은 최인하는 남자주인공에게 ‘짐’이 되는 민폐 캐릭터도 아니었고, 남자로 인해 신분상승을 꿈꾸는 인물로 아니었다. 스스로 부딪혀 싸우며 성장하는 ‘당당한 여성’ 캐릭터였다.


“작가님들이 늘 하시는 말씀이 여자 주인공은 민폐 캐릭터가 아니라고 하세요. 여자 주인공이 여성 시청자에게 사랑받으려면 현실적이지는 않아도 이입은 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래서 눈살 찌푸리게 연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는 주문이 많아요. ‘피노키오’ 속 인하도 거짓말을 못하니까 ‘나도 내 얼굴로 리포터 하기엔 아깝다고 생각해’라는 뻔뻔한 말을 시원하게 하면서 지나가잖아요.”


여주인공의 자립은 ‘기승전 멜로’로 모든 주제를 대통합하는 한국 드라마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소하는데 일조했다. ‘피노키오’는 진실을 좇는 사회부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다. 이는 기자를 다룬 역대 한국 드라마 가운데 가장 볼만하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비판의 칼날은 위로 향할수록 날카로워야 한다”, “뉴스는 팩트(사실), 임팩트(영향력)” 등 다수의 명대사를 낳으며 멜로에 치우치지 않는 장르드라마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박신혜 역시 기자 역할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고 했다. “기자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정리해서 보도하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이 조리 있게 말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지금은 내 의도와 다른 기사가 나와도 ‘왜 이렇게 나갔지?’가 아닌 ‘그때 내 설명이 부족했구나’라고 느끼게 되는 거죠. 객관적인 보도와 이성적인 판단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어요.”


‘피노키오’를 통해 간접적인 기자 체험을 마친 박신혜는 평소 뉴스를 볼 때 사회면을 자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학대라든지 가족 관련 기사를 많이 봐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죠. 학교 내 왕따 문제나 폭력, 청소년 관련 기사들에 마음 아파했었는데 요즘엔 더 보게 되더라고요. 최근에 있었던 유치원교사 폭력기사도 그렇고요”라며 침통해 했다.


극중 MSC 보도국 기자 송차옥(진경)의 편파 보도로 인해 기하명(이종석)의 가족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났다. 기하명은 개인적인 리포트를 할 것인지, 기자로서 공정 보도에 힘쓸 것인지 매 순간 고민한다. 박신혜는 이런 고민이 기자라는 특정 직업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의 인생에도 늘 존재한다고 말했다.


“데뷔하고 나서 어릴 때부터 인터뷰했어요. 처음 시작할 때부터 말할 때 조심해야겠다고 느꼈고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게 정말 어려웠죠. ‘피노키오’를 하면서 더 많이 느꼈어요. 송차옥 기자의 한마디 말로 하명이네 가족이 무너졌잖아요.”


연기자는 주로 취재를 당하는 대상이지, 취재하는 인물이 될 기회는 작품 속 연기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드물다고 봐야 한다. 기사로 웃고, 기사로 상처받는 대상인 연기자로 몇 년간을 살았던 박신혜는 “친구들조차 신혜야 너는 좋은 기사만 나가네”라면서 부러워할 정도로 굴곡 없는 연기 인생을 보내고 있다. 그가 몇 안 되는 20대 여배우 대표 ‘호감 아이콘’으로 불리는 데는 그의 착실한 행태부터 똑 부러진 연기력까지 흠 잡을 데 없는 성실한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일 터.


“항상 좋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어렸을 때부터 삶에 살게 하셨던 게 가장 컸던 것 같고요. 대중교통을 이용해 학교를 다녔고 스케줄 외적인 부분은 스스로 했거든요. 연습실에서 새벽 늦게 끝날 때만 위험하니까 매니저 오빠가 데려다 줬었어요. 드라마 한 작품하고 나면 허전한데 그때 익혔던 혼자 하는 습관들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열 번 잘하다 한 번 실수하면 실망하지만, 열 번 못하다가 한 번 잘하면 괜찮은 사람이 된다. ‘피노키오’에서는 기사의 제목에 대해 ‘송차옥 기자, 키 큰 남자 좋아해’와 ‘키 작은 남자 싫어해’라는 두 제목을 놓고 비교하는 대목이 나온다. 박신혜의 바른 이미지는 이와 궤를 같이한다.


“바른 이미지 때문에 스트레스 안 받는다면 거짓말이죠. 그렇다고 제가 모두에게 친절한 성격은 아니에요. 친절한 이유가 있고 상황이 허락할 때 적정선을 지켜가면서 친절을 베풀죠. 연예인이라고 해서 모든 걸 참진 않아요. 아니다 싶으면 ‘죄송하지만 사양할게요. 죄송합니다’라고 잘라서 말하죠. 그때 나오는 게 ‘박신혜는 착해야 하는데’, ‘완벽해야 하는데’와 같은 얘기들이에요.”


이날 박신혜는 작품 관련 질문부터 배우로서 나아가야 할 길, 그리고 유쾌한 질문까지 각 질문에 맞는 ‘똑똑한 답변’들로 인터뷰 분위기를 주도해나갔다. 시청자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박신혜라면 여자 배우들이 중심이 된 드라마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드라마계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더욱 굳건해졌다.


“한국드라마 시청층은 대부분 여성이잖아요. 여자는 멋진 남자를 보면서 꿈꾸지 여자가 나오는 걸 보면서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까요? 영화라면 가능할 것도 같은데 드라마에선 쉽지 않을 거예요. ‘올드 미스 다이어리’와 같은 작품이 나온다면 하고 싶어요.”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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