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슬 인터뷰 / 사진: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한예슬은 예측 불가능하다. 바비 인형처럼 생긴 외모 때문인지 한예슬은 누구를 만나도 벽 하나는 치고 대할 것 같은 이미지가 강했다. 첫인상만 놓고 봤을 때는 그랬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한예슬은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다. 상상 그 이상으로 솔직하고, 사랑스럽고, 긍정적인 한예슬을 만났다.
15일 서울 신사동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더스타’와의 인터뷰에서 한예슬은 SBS 주말드라마 ‘미녀의 탄생’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그는 “아무 탈 없이 마쳐서 기뻐요. 다른 드라마와 달리 끝난 기분이 안 드네요. 오묘한 기분이에요. 예전 같았으면 해방감이 들었는데 이번에는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라며 작품에 대한 애착을 보였다.
‘미녀의 탄생’은 한예슬이 2011년 드라마 방영 도중 해외로 출국하는 사건을 일으킨 후 3년간의 공백 후, 복귀한 작품이었다.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선 한예슬은 3년 전의 사건에 얽매여 주눅 들진 않았다. 그녀는 여전히 밝았다. 한예슬은 한예슬이다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미녀의 탄생’에 들어가기 전에도 한예슬은 드라마가 잘 돼 시청자에게 사랑받을 거라는 ‘좋은 시나리오’만 생각하며 “늘 하던 대로 열심히 하자”고 자신을 다독였다.
한예슬은 “저는 현재를 많이 생각해요. ‘미녀의 탄생’을 하면서 다른 생각을 안 하고 오로지 작품에만 집중했죠. 다른 분들과 달리 저는 적응도 빨리하는 편이고 신경을 많이 쓰는 편도 아니에요. 그런 면에서는 시원시원하죠”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2011년 KBS2 ‘스파이 명월’을 촬영하던 한예슬은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압박감으로 미국으로 출국하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켰다. 극단적인 표출이긴 했지만, 일부는 한예슬의 불만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한예슬은 “드라마 제작 환경이 개선됐는지는 모르겠어요. 모든 드라마 현장이 힘들 순 있죠. 저도 신인 때부터 많은 드라마를 해왔는데 어떤 드라마는 더 힘들기도 하고 아닌 부분도 있어요. 최악으로 치달을 때도 있지만, 인간으로서 최소한으로 보장받아야 하는 것들은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해요”라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미녀의 탄생’을 찍을 때는 1주일에 1~2일 정도 쉬었고 밤새는 일도 거의 없었을 뿐더러 스태프들과 동료 배우들과도 정말 잘 맞았어요. 전 작품은 너무 힘들었고 이번에는 거짓말처럼 편했죠. 인생은 극과 극인 것 같아요”라고 덧붙였다.
드라마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다. 한예슬의 성공적인 복귀 이면에는 많은 이들의 도움과 격려가 있었다. 특히 한예슬은 상대 역인 주상욱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제 바스트 신을 찍을 때도 항상 똑같이 연기해주고 제 리액션에 맞춰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케미가 좋다는 얘기까지 나왔던 것 같아요”라고 고마워했다.
‘미녀의 탄생’을 시작으로 배우 한예슬의 제2막이 열렸다. 관건은 한예슬을 치유하고 이끈 사람들에 있다. 앞으로 한예슬이 어떤 사람들과 함께할지, 그들과 함께 얼마만큼 호흡하고 성장할지 기대를 거는 부분이기도 하다.
시험이 끝나면 채점을 통해 점수를 매기는 것처럼 ‘미녀의 탄생’의 성공 여부를 가리며 ‘시청률’을 운운할 때도 한예슬은 “시청률과 관계없이 ‘미녀의 탄생’은 굉장한 마니아 층을 갖고 있고 시나리오도 좋았어요. 연말에 수상도 했고요. 저 스스로는 성공적인 복귀라고 생각해요”라고 자평했다.
거침없이 솔직하고,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를 녹이는 ‘모태 애교’까지 가진 한예슬은 국내에서 보기 힘든 여배우다. 인터뷰 말미 “예슬 씨가 독특한 캐릭터인 건 알고 계시죠?”라고 묻자 한예슬은 “도망의 아이콘이요?”라며 능청스럽게 응수해 웃음을 자아냈다. 좀처럼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소녀 같았다.
“이제는 많은 분들이 한예슬은 독특한 친구니까 뭘 해도 예쁘게,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것도 행동도 좀 다르잖아요. 게임 할 때 깍두기가 있잖아요. 제가 연예인 깍두기였으면 좋겠어요.(웃음)”
▶인터뷰2에서 계속.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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