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걸> 클라라 인터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톡톡 튄다, 섹시하다, 당당하다. 이런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린다. 전적으로 미루어 볼 때, 본업인 '연기자'보다는 '방송인'이란 말이 더 어울리는 것도 같다. 레깅스 시구로 프로야구 시즌을 불 질렀던 여성, 클라라와 영화 <워킹걸>(감독 정범식)으로 만났다. 직접 만난 클라라는 여전히 밝고, 잘 웃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그 이면에 다른 모습이 보인다.
영화 <워킹걸>에서 클라라가 맡은 '난희'를 설명하는 문구다. '완벽한 섹시우먼, 그러나 그녀에겐 LOVE가 없다.' 폐업을 앞둔 성인용품 가게 CEO '난희'는 치명적인 실수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보희'(조여정)과 만나 동업자가 된다. 두 사람을 통해 어두컴컴한 성인용품가게는 '까사아모르'라는 어른들의 장난감(?)을 파는 밝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그리고 LOVE가 없다던 난희의 생활도 확 달라진다.
클라라의 말처럼 어느 작품에도 난희같은 캐릭터가 나온 적이 없다. 그래서 '클라라'여야 했다. 다소 하이톤의 도드라지는 클라라의 목소리는 작품 속에서 독이 아닌 득이 됐다. 전무후무한 고경표와의 베드씬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만들어준 것도 클라라 목소리의 공이 컸다.
"사실 오디션을 보러 갔을 때도 목소리도 굉장히 하이톤이고 해서 연기가 한정적일 것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목소리 톤, 시선 처리 이런 것들을 제가 '난희'가 될 수 있게 감독님께서 잘 만들어주신 것 같아요. 클라라 속에 있는 '난희'를 꺼내 주셔서 균형을 맞춰주셨고요. 난희를 보여주는데 정말 파트너와 감독님의 공이 가장 컸어요."
'난희'와 클라라는 '섹시함' 말고도 닮은 점이 많다. <워킹걸> 속 '난희'는 아버지가 있지만 떨어져 살고 있고, 성인용품점 CEO로 성에 대한 지식은 해박하지만, 사람과는 관계를 갖지 못한다. 클라라는 "'난희' 연기를 하면서 돌아보니 제가 외로웠더라고요"라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지금 부모님하고도 떨어져 있고, 어렸을 때부터 여러 친척들 손에 길러져서 한곳에 있지 못하고 이사도 많이 다녔거든요. 초등학교 시절, 미국으로 유학 갔을 때도 부모님과 떨어져 있었었고요. 영어도 못하는 상황에서 홀로 남겨진 기분으로 버텨야 했었어요. 생각해보면 저는 참 버텨야 하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때그때 즐거움을 잘 찾아서 여태까지 잘 온 것만 같은데, 외로웠더라고요. 그래서 더 공감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난희'역에 공감하며 따라온 변화도 있었냐? 묻자 클라라는 "저는 그냥 지금 제 모습이 좋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클라라는 <워킹걸>을 하면서 행복했던 점을 "조여정 선배님과 시간을 같이 보냈다는 점"이라고 극 중 '보희'를 만난 '난희'처럼 해맑게 말한다.
"누군가 옆에서 같이 공감하고 느끼면서, 서로에 대한 생각도 얘기하고. 내 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이 누구라도 있다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전 속마음 얘기할 사람이 없어요. 그런 점이 영화 끝나고 나니까 공허함으로 돌아오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고, 연애도 하고 싶고...그러더라고요."
연애 못 한지 4년쯤 된 것 같다는 클라라는 "나이를 먹어가면서 사랑에 더 신중해지는 것 같아요, 결혼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연애할 수 있을 것 같고"라고 말했다. 클라라의 입에서 나오는 '결혼'이란 단어가 왠지 낯설었다.
"왜요? 전 결혼이 되게 하고 싶은데...제가 이런 면은 보수적인 것 같아요. 저는 정말 자유롭게 다녀요. 클럽도 가요. 춤도 추고, 사람들 시선 의식을 안 해요. 그런 점에서는 굉장히 개방적인데, 사랑에서는 보수적이에요. 쉽게 사람도 못 만나겠고, 신중해지고, 고민도 많고요. 설레야 된다고 생각해요, 사랑에 있어서는."
<워킹걸>을 본 관객리뷰엔 '19세 관람 불가 영화지만 25세 이상이 공감할 내용'이란 말이 있었다. 그만큼 섹스리스 부부, 일 중독인 엄마 등 현실 속 가족의 이야기가 동화적으로 풀려있다. 이에 클라라 역시 공감하며 "결혼을 앞둔 커플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정말 결혼하면 저런 모습일까? 상상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요"라고 덧붙인다. 클라라 역시 <워킹걸>을 보면서 자신을 상상했다.
"정말 서로가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남자도 여자 하기 나름, 여자도 남자 하기 나름. 서로가 사랑 표현을 많이 해야지 서로에 대한 오해도 없을 것 같아요. 소홀해진다는 서운함이 쌓이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도 사랑받는 아내가 되길 꿈꿔요."
사랑받는 아내, 라는 모든 여자의 바람이 클라라의 입에서도 나올지 사실 몰랐다. 지난해 <클로젯>이란 단편 영화에 출연한 연기자 클라라도, 외로웠고 버텨야 했던 어린 시절을 가진 클라라도, 낯설다. 낯설다기보단 아마 몰랐다는 말이 정확하다. '클라라'라는 이름이 대중들에게 익숙해지기까지 그녀에게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그녀는 대중들의 잔인한 말도 "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기며 지금의 감사함을 확실히 느낀다. 인터뷰 중 "작품으로 이렇게 칭찬받은 적이 한 번도 없는데"라며 감격에 겨워하던 '연기자' 클라라의 모습은 영화 <워킹걸>에서 만나볼 수 있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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