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늑대에서 아빠가 되어도 '두근두근 강동원'
기사입력 : 2014.09.04 오전 10:15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열연한 배우 강동원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열연한 배우 강동원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무려' 강동원이 아빠가 됐다. 검사를 앞둔 아들 앞에서 초롱초롱 눈을 뜨고 "게임기 싫으면 나 주라"하는 아빠 대수, 그 모습은 사실 강동원이다.


'군도:민란의 시대'에서는 수많은 여심을 녹인 조윤이었다. 땅귀신이 아니라 여심 귀신이었다. 관객들은 그의 미모를 평하며 감탄했다. 그런 강동원이 자신의 표현대로 "땅에 발을 붙인 캐릭터"로 돌아왔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강동원은 80세의 신체나이를 가진 16살 조로증 환자인 아들 아름이를 둔 아빠 대수로.


이에 강동원은 "두 작품의 개봉시기가 비슷할 뿐이지 저한테는 다르거나 그런 건 없고요. 매 작품 비슷해요. 관객분들이 받아들이시는 게 다를 것 같아요"라며 쿨하게 답한다. 사실 그의 쿨함은 인터뷰내내 계속됐다. '군도'와 '두근두근 내 인생'의 부담감을 묻는 말에도 "아무래도 BP(손익분기점)이 작은 영화가 부담은 덜하니까요"라며 현실적인 이유로 답하는 그다.


'군도: 민란의 시대', '초능력자', '의형제', '전우치' 등의 전작에서는 강동원의 실제 말투를 짐작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보여준 대수의 말투는 실제 말투와 닮아있다. "영화에서 제 말투를 쓴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대수를 하면서 완벽히 똑같는 말투는 아니지만 처음으로 썼죠. 실제 저는 그렇게 하이톤은 아니지만 대수는 하이톤으로 활발한 성격을 보여줬죠."


말투뿐만이 아니다. 강동원은 "성격이 제일 비슷해요. 일단 멍청한 면도 그렇고요. 저도 약간 철딱서니 없는 스타일이에요. 친한 사람끼리는 장난도 많이 치고"라며 대수와의 닮은 점을 꼽는다.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스틸컷 / 사진 : 영화사 집 제공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 스틸컷 / 사진 : 영화사 집 제공


17세의 대책 없는 운동부 소년 대수처럼 강동원도 고등학교 때는 "미친 듯이 놀고 다녔어요"라고 말했다. 방황이나 사건 사고를 친 문제아는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난 기숙사 고등 학교에서 그는 실제로 술을 먹고 걸려서 엄청나게 맞기도 했고 당구를 치려고 자율학습에 들어가지 않고 학교를 탈출하기도 했다. 모델 생활을 시작한 것이 대학교 1학년 말이었으니 그런 신(?)나는 생활은 대학교까지 이어졌다. 밤에 대학교 내에서 줄에 돈을 매달아 배달온 치킨과 교환해서 먹은 기억도 있다.


강동원이 친구들과 보낸 소소한 학창시절은 대수가 됐다. 극 중 아빠가 된 대수는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장의 모습을 보여준다. 편집됐지만 신약체험이나 피 뽑는 아르바이트도 촬영했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브릿지도 넣어봤다. 특히 맥가이버(?) 스타일로 불리는 뒷머리가 긴 스타일은 자신이 고집한 아이디어라고.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첫 부모가 된 송혜교는 롤모델로 자신의 엄마를 꼽았다. 하지만 강동원은 대수의 롤모델이 자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제 저희 아버지는 보통의 평범한 경상도 아버지시고요, 가족들도 다 그래요. 누나도 엄마도. 특별히 다르지는 않아요. 그리고 저는 평범한 아들은 아니고요"라고 실제 가족들에 대해 말했다.


가족들이 영화를 봤느냐는 물음에도 "집이 멀어서 알아서들 돈 내고 보세요"라며 쿨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면이 전부는 아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자신의 아버지(김갑수)와 만나는 장면에서 스스로는 30년 넘게 아들로 살아와서 감정이입이 잘됐다고 말했다.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명장면으로 꼽히는 이 장면은 그가 쿨한 아들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아버지와 재회 장면을 찍을 때) 카메라가 세팅되고 동선 등을 맞춰보려고 리허설을 하는데 제가 감정이 너무 복받쳐 올라와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눈물이 너무나서 도저히 안되겠다고 리허설 하면 힘 다 빠질것 같으니 바로 찍자고 해서 그대로 촬영에 들어갔어요."


아들 아름이 역을 맡은 조성목과도 케미가 남달랐다. 대수는 철부지에 친구 같은 아빠지만 아들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부성애도 보여줘야 했다. 그 모습을 화면 속에 담아내려면 실제로도 마음을 여는 과정이 필요했다. 하지만 강동원은 "제가 남자애 마음을 가져서 뭐해요"라며 여전히 쿨하게 답했다. 그가 말하는 조성목은 아이가 아닌 동료였다. 자신이 해야 하는 몫을 확실히 아는 친구였다고.


극 중 아내였던 송혜교와는 한 장면도 어색함 없이 완벽한 호흡이었다고 자평했다. 일단 송혜교는 강동원의 필모그래피에서 처음으로 두 번째 호흡해본 배우다. 그래서 그는 진심을 눌러 "진짜 호흡이 잘 맞았어요"라고 답했다. 송혜교와의 호흡에 점수를 매겨달라는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100점"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이런 모습에 관객들이 혹시 실제 연인 사이는 아니냐 오해할 법도 하다고 말하자 그는 "그러면 제가 (하)정우 형이랑은 원수지간이게요"라며 웃음 짓는다.


'늑대의 유혹'에서 우산 속에서 나타난 미소년은 이제 한 아이의 아버지 롤까지 맡았다. 군 제대 후 한참 대중들의 눈에 띄지 않았던 그는 뒤에서 작품을 준비해왔다. 그 덕분에 관객들은 2014년 여름 두 작품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쉬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라는 그는 '두근두근 내 인생' 이후 차기작이 결정되기까지의 짬이 생겼다. 그리고 그 시간에 "발성연습"을 준비하고 싶다는 그는 모델에서 단호하게 결정한 배우의 길을 요행을 바라지 않고 꾸준하고 열심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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