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신의 손' 신세경 / 사진 : 더스타 현성준기자,star@chosun.com
뭔가 사연 있는 여자 같다. 전작들 속에서 신세경은 매번 더 밑바닥은 없을 것 같은데 또 그보다 더 밑바닥을 보여줬고, 그 밑에서 남자의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타짜-신의 손'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500만 공약으로 최승현이 "50명 여성관객에게 이마뽀뽀"를 말했을 때, 신세경은 "50명 받고 20명 더해 70명 남성관객 이마뽀뽀"라고 답했다. 신세경이 달라졌다.
'타짜-신의 손'(감독 강형철, 이하 '타짜2')에서 신세경은 주인공 대길(최승현)의 첫사랑 미나 역을 맡았다. '첫사랑'의 단어에서 묻어나는 후광이 비치는 수줍은 여대생이 아니다. 강형철 감독은 신세경에게 '첫사랑' 미나 보다 '멋있는' 미나를 강조했다.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여자 캐릭터를 만나는 게 쉽지가 않은 것 같거든요.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캐릭터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야리야리한 척 한 거지 사실 야리야리하지 않거든요."
'타짜-신의 손' 신세경 / 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지난 2006년에 개봉한 영화 '타짜'(감독 최동훈)와의 비교는 처음부터 고민의 대상이 아니었다. 원작이 있는 내용이고 캐릭터 적으로도 겹치는 부분이 전혀 없어서 '미나'라는 캐릭터가 가진 힘을 잘 보여주고 싶은 책임감이 앞섰다.
"미나가 대길처럼 많이 등장하는 게 아니라 모든 씬 하나, 하나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100% 표현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렇게 보였을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했고요. 오빠(김인권) 얼굴에 발을 올리는 거, 대길의 청혼을 받는 것, 아귀 집에서 화투를 칠 때 뱉는 대사들, 힘들었던 과거를 덤덤히 얘기하고 '키스할까?' 당당히 말하는 것. 이런 장면이 미나의 성격을 더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어요."
대사가 살아있는 만큼 영화 내내 신세경은 '미나'의 "우직한 심보, 강직한 마음"을 중요시했다. 아무리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지나왔지만 "미나가 가진 뚝심과 우직함, 바위같이 단단한 마음은 변함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타짜2'는 100회차, 6개월이라는 긴 촬영기간으로 제작됐다. 그동안 신세경은 꿀맛 같았어야할 쉬는시간이 미나에서 벗어나 있는게 오히려 힘들었다고 밝혔다.
'타짜2'의 후반부 아귀(김윤석)의 집에 모인 대길(최승현), 미나(신세경), 동식(곽도원), 우사장(이하늬)는 공정한 게임을 위해 탈의한 채 대결을 펼친다. 특히 신세경은 엉덩이를 노출하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모습이 야하다기보다는 통쾌하다.
"그런 장면이라고 날카로워지는 건 없었어요. 소모적인 장면이 전혀 아니고, 멋있게 느껴지는 장면이잖아요. 굳이 마다할 필요가 있을까요? 미나로써."
'미나'를 보여주기 위해 욕하는 장면도 신경을 많이 썼다. 그리고 무엇보다 프로페셔널한 '타짜' 미나가 되기 위해 손기술도 익혔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부터 애를 썼다. 정확한 자세나 각도보다 화투를 손에 익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신세경은 "화투를 가지고 다녔죠, 칩도 갖고 다니고"라며 "회사에서 축구 경기한다고 놀러 갔는 데 그때도 벤치에 앉아서 화투를 만지고 있었어요"라고 웃는다.
언론시사회 이후 가진 제작발표회에서 최승현은 신세경을 타짜로 꼽았다. 이에 화투로 번 돈이 얼마냐고 묻자 그는 "어차피 점, 백이니까요. 돈을 벌었다가도 잃고, 잃다가도 벌고 하는 거죠. 처음 배웠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친구들도 다들 명절 때 해봤다고 하는데 저만 이 재미있는걸 왜 지금 알았을까 싶더라고요"라고 능숙하게 답한다. 이에 명절에 가족들과 한판 하겠다라고 묻자 "저 끊었어요, 유혹하지 마세요"라며 애교 섞인 거절의사도 보인다.
술자리도 마다하는 편이 아니다. 한 방송사 인터뷰에서 피부 관리 비법을 묻는 말에 "술 마시고 푹 자면 좋아져요"라고 솔직히 답한 그다. 주량을 묻자 "매번 달라서 저도 잘 모르겠어요. 몸 상태도 중요하고, 분위기도 많이 타고 양도 중요하고 주종도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같이 마시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라고 답한다. 선배님들과의 술자리에서 예쁨을 많이 받았겠다라고 묻자 "그때는 금주 중이어서 선배님들과의 술자리를 함께할 수 없어서 너무 죄송하고 아쉬웠어요. 술을 마다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라고 아쉬운 내색을 보였다.
미나로 지내온 신세경은 무엇보다 즐거웠다. '미나' 같은 캐릭터를 연기해보고 싶은 갈증은 있었지만 이를 기다리고 있던 것만은 아니다. 그냥 성실히 살아가는 일상에서 "좋은 때에 운명적으로 만난 거죠"라고 표현했다. 신세경은 미나로 지내오며 자신이 해보지 않았던 대사를 말하고, 후시 녹음을 해보고 그런 순간, 순간이 모두 좋았다.
신세경은 기분 좋은 '타짜2' 관객 평으로 "허미나 멋있다?"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예쁘다, 이렇다, 저렇다기보다는 멋있다는 얘기가 너무 좋다고. 청순과 섹시함을 모두 지닌 부러운(?) 이 여배우는 자신이 가진 또 하나의 문을 열었다. 미나는 새로운 도전이었지만 지인들까지도 '너 같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경험이기도 했다. 26살이 된 신세경은 "이제는 20대 초반이 아니잖아요"라며 소름이 끼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들어가는 나이가 무색하지 않다. 신세경은 '타짜-신의 손'으로 또 한 명의 '타짜다운' 멋진 도전을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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