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시연 '최고의 결혼' 잘 살릴 수 있어요, 느낌 아니까
기사입력 : 2014.07.28 오전 9:04
TV조선 드라마 '최고의 결혼'으로 1년 6개월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박시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기자,star@chosun.com

TV조선 드라마 '최고의 결혼'으로 1년 6개월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하는 박시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기자,star@chosun.com


당신이 생각하는 박시연이 누구인지는 모르겠다. 분명 잘못을 했었고, 말없이 결과에 순응했다. 그리고 한동안 대중들과 떨어져 있었다. 그런 그녀가 어렵게 발걸음을 움직였다. 그 힘은 어디에 있을까?


최근 박시연이 배수빈, 노민우, 엄현경 등과 함께 TV조선 '최고의 결혼'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박시연이 '최고의 결혼' 속 맡은 캐릭터 차기영은 전 국민의 주목을 받는 뉴스 앵커였다가 스스로 비혼모(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여자)의 삶을 선택한다. 이런 간단한 정보에도 박시연이기에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벌써? 그리고 비혼모?


'최고의 결혼'에 출연을 결정한 것은 박시연에게도 쉽지만은 않았다. 안방극장 컴백 시기를 스스로 정할 수 없는 처지에서 박시연은 "연기자를 그만둘 생각은 아니니까 언젠가는 기회가 있겠지, 놓고 기다리자. 아이 키우고 내 생활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간 기회가 생기겠지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TV조선에서 먼저 제안을 주시니까 덜컥 겁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빨리?"라고 말했다. 그 마음을 돌린 건 시나리오였다.


"대본을 받았으니 일단 읽어봤어요. 그런데 차기영이라는 인물이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9시 단독 앵커 자리예요. 어렵게 어렵게 그 자리까지 올라가죠. 그런데 덜컥 임신하고 비혼모라는 삶을 선택하면서 나락으로 떨어져요. 아이를 지켜야 하는 모성과 그 바닥에서부터 다시 살아가는 여자의 우여곡절 많은 삶을 지켜보는데, 의도해서 저한테 주신 건가? 싶더라고요."



비혼모라는 말 뒤에 설명이 붙어야 하는 것처럼 소재조차 생소하다. 박시연 역시 "'미혼모'가 오타 난 거라고 생각했었어요"라며 미소 지은 뒤 "미혼모는 결혼하지 않은 몸으로 출산한 거고, 비혼모는 자발적으로 본인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만 낳아 기르는 여자라 들었어요"라며 이해를 덧붙였다. 처음 미혼모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를 되새겨보면 그 말에 '여자가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녔으면...'이라는 어르신들의 매서운 눈빛이 뒤따랐다. 공백기가 있었고 대중들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여전히 매서운 걸 알고 있는 박시연에게 미혼모보다 더욱 생소한 비혼모라는 캐릭터가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저 역시도 비혼모라는 말에 '와 대단하다'라고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차기영을 이해해야 연기를 할 텐데, 무슨 의도일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미혼모라는 말도 처음에는 시선이 곱지 않았다가 그래도 요즘은 보호시설도 생기고 아이를 지키겠다는 엄마의 선택이 대단하다는 시선도 있잖아요. 결혼이라는 시선이 달라지는 시기에, 결혼하지 않는 부류가 생길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얼리어답터 같은 거죠."


하지만 박시연을 울컥하게 만든 건 현장이었다. 사실 '현장에서 불편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도 있었다. 그러나 첫 촬영은 스태프들 중 누구도 불편해할 것도 없이 어제 봤던 팀처럼 '후루룩' 지나갔다. 박시연은 "진짜 내가 기다렸구나, 맨날 물을 마시니 물의 소중함을 몰랐던 것처럼. 내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았는지 몰랐구나, 생각하게 되면서 벅차 오르더라고요"라며 당시를 회상한다.


박시연을 둘러싼 가족들의 응원이 없었으면 촬영장 복귀는 불가능했다. 그녀는 "만약에 남편이 저한테 '지금 아이가 있는데 뭘 나가서 일을 하느냐?'했다면 소심한 성격에 '네'라고 했을 거예요. 그런데 남편은 일하는 저를 좋아했었고, 제가 일을 할 때 활기가 넘치고 행복해하는 걸 알아서 이번에도 '네가 결정할 일이다, 감당도 네가 해야 하고, 하지만 어떤 결정이든 내가 응원하겠다'라고 한 발 뒤로 물러났어요. 고마웠죠"라며 남편에 대한 남다른 고마움을 전했다.


그녀에게 남편은 그런 사람이었다. 가정적인 남편은 술도 마시지 않고, 담배도 안 피고, 별다른 일이 없으면 7시에 퇴근해 함께 저녁을 먹고 아이를 봐주곤 한다. 소박한 일상이다. "남편이 과묵한 성격이에요. 그냥 쓰레기가 있으면 갖다 버려요. 왜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는지...남편도 그렇게 살지 않았을 텐데 노력한 거죠. 믿어주고. 그러니 저도 바뀌더라고요."


아이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엄마가 더 사랑한 쪽을 닮아간다는 풍문이 있다. 그래서 일까? 박시연의 아이는 남편을 쏙 빼닮았다. 박시연은 "첫째 딸은 아빠를 닮는다는 게 깨지지 않더라고요. 아이를 낳고 '응애'하고 우는 모습을 보는데 제 뱃속에서 10개월을 지냈는데 나왔더니 아빠더라고요. 좀 서운한?"이라며 미소 짓는다. 태명은 '보물' 이었고 태어나서는 '공주야~'라고 불리는 딸은 그녀의 입술과 귀를 닮았다며 박시연은 "아무도 몰라주는 입술, 귀"라며 귀여운 투정을 덧붙인다.


힘든 시간을 지냈다. 그리고 그 시간도 뱃속에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마냥 힘들다고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는 없었다. 그녀는 엄마여야 했다. "제가 속으로 억울하거나 이런 게 없을 수는 없죠, 사람이니까. 하지만 이제 와서 '억울했습니다' 이런 건 아무 소용없는 것 같아요. 진짜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고요. 하지만 힘들다고 후회만 하다 보면 너무 끝도 없이 밑으로 들어갈 것 같더라고요. 그때는 임신 중이었고. 그래서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앞만 보고 툭툭 털고 인정하고 갑시다. 이 선택밖에는 없었죠."


박시연은 1년 6개월 만에 드라마 '최고의 결혼'으로 복귀한다. 그리고 제목처럼 '최고의 결혼'을 진행 중이다. 큰일을 겪기도 했다. 그럼에도 박시연의 결혼생활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롤러코스터의 굴곡이 없다. 재력이나 화려함도 없다. "딸이 일찍 잠든 날 남편과 마시는 와인 한 잔의 행복"이라는 소박한 순간이 그녀가 느끼는 '최고의 결혼'이다.


"저는 '최고의 결혼'을 만들어가는 중 같아요. 저도 엄청나게 노력하고 있고요. 사실 노력을 안 하려면 혼자 살아야지 같이 살겠어요, 같이 살려면 노력을 해야죠. 그걸 가르쳐준 게 제 남편이에요."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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