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가시' 에서 열연한 배우 장혁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30대 남자의 설렘. 사랑인가, 비난받아야 하는가.
불륜이나 치정에 대한 소재는 보통 '막장'이라는 단어와 연결지어 생각하게 된다. 영화 '가시'는 여고생에게 설렘을 느꼈던 30대 유부남의 이야기를 '무섭게' 담아냈다. 멜로와 스릴러라는 색다른 장르에 30대 마지막 줄의 장혁이 있었다.
장혁을 스크린에 각인시켜 준 영화 '화산고' 이후 그는 김태균 감독과 13년만에 영화 '가시'에서 만났다. 13년만에 만난 김태균 감독은 50대가 되어있었고 장혁은 30대의 끝줄에 서 있었다. "세월이 지나며 감독님도 좀 더 유동적으로 변하신 것 같고. '화산고'때는 와이어 액션을 처음 해야하는 상황이다 보니 더 꼿꼿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은 감성적인 부분을 가지고 가야 하는 현장이다 보니 대화 자체가 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두 남자에게 '가시'는 쉽지 않은 현장이었다. 서스펜스 멜로라는 장르가 없었던 만큼 감독에게도 장혁에게도 생소한 장르였다. 장혁은 '가시'에서 액션 연기와는 달리 상대방에 대한 리액션을 보여주는 모습이 많았다. 하지만 그 부분에서 30대의 장혁과 50대의 김태균 감독은 의견을 달리한 부분이 많았다. "20대나 30대는 자신의 분노나 감정을 표출할 것 같아요. 그런데 40대나 50대로 흐를수록 그걸 안으로 담아두는 느낌이 있잖아요. 그런 차이인 거죠. 세대가 다르다 보니 그 안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이 다른 거죠. 결국에는 감독님이 이기셨어요."
영화 '가시' 스틸컷 / 사진 : 노버스미디어코프, 인벤트스톤
예능 '진짜 사나이'의 이미지 때문일까 열혈 청년 같은 장혁에게 액션보다 멜로는 대중들에게 익숙지 않다. 하지만 장혁은 액션보다 감정 연기가 자신에게는 더 편하다고 말했다. 몸을 많이 쓰는 것은 감정을 표현해서 밖으로 발산해야 하지만 감정 연기는 머금고 있어야 하니 본인은 답답하지만 표현하기는 더 편하지 않겠느냔 생각 때문이라고했다. 또한, 실질적으로 그의 29편의 필모그래피 중 액션이라는 장르가 3편 정도 밖에 안된다고.
알려진 것처럼 '가시'의 원제목은 '딸기우유'였다. 딸기우유는 영화 속에서 영은(조보아 분)이 계속 입에 물고 등장하는 소품으로 이에 영은은 "한 번 좋아하면 계속 그것만 좋아해요"라는 스릴러적인 부분을 예고하듯 말한다. 제목이 '가시'로 바뀌면서 스릴러적인 날카로운 이미지가 더해졌다. 이에 장혁은 "'중독'이라는 영화가 없었다면 저희 영화 제목이 '중독'이면 어떨까 생각했었어요"라며 요즘 사람들은 집, 직장, 커피를 마시는 습관 등 일상이라는 테두리 안에 중독된 것 같다고 이유를 꼽았다.
장혁은 자신이 중독된 것으로 운동과 현장 중 마지막으로 현장을 꼽았다. "제가 20살 때 데뷔해서 지금이 39살이 되니 거의 인생의 반을 현장에 있었더라고요. 그런데 현장은 항상 처음 가는 곳이잖아요. 20대도 그렇고 지금 30대를 지나지만, 현장의 설렘은 계속 비슷해요."
일터에서 항상 설레고 좋은 감정은 불가능이다. 이를 되묻자 그는 "제가 말하는 설렘과 즐거움은 긍정적인 부분만 말하는 건 아니에요. 극도의 짜증과 극도의 분노가 공존하는 곳도 현장이고 말로 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는 곳도 현장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는 감정을 계속 만들어가야 하고 이게 맞는지, 저게 맞는지 답이 없으니 마치 전쟁터와 같은 느낌이 들어요. 현장에 떨어져 있으면 '두 번 다신 안가' 했을 때도 있지만 떨어져 있으면 다시 가요. 누구랑 어디서 어떤 캐릭터로 만나는가에 따라서도 너무 다르니까 갈 때마다 새로운 곳 같은 여지가 있는 것 같아요."
장혁은 '가시'라는 작품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사회적인 포지션이나 가족에서의 포지션 등에 갇혀 지내다 설렘을 느끼게 됨으로 현실에서 벗어나게 되는 역할에 대해 공감을 했었다. "개인적인 장혁 입장에서 '가시'의 준기에 동화될 수가 없는 거예요. 아주 비겁하기도 하고. 그런데 (준기가) 설렘을 느꼈대요. 그걸 어쩔 수는 없잖아요. '가시'를 도덕적인 잣대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과연 이것도 사랑일까요?'라는게 감독님의 메시지였거든요."
장혁에게 '이것도 사랑일까요?'라는 대답을 찾았냐 물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 만약에 그 안에 남는다면 사랑이 아닐까."
결혼한 사람들은 보통 미혼자에게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고들 말한다. '가시'에서 보여준 준기의 모습에 장혁의 의견이 궁금했다. "제가 먼저 결혼을 추천하거나 그러지는 않아요. 결혼이라는 건 네가 하고 싶을 때 하라는 편이죠. 나이가 찼고 때가 됐으니까 해야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고요. 자신이 원할 때 해야 행복한 부분이 더 많이 있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도덕적 잣대로 잴 수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충분히 예민할 수 있다. 여고생과 체육 선생님이 학교에서 사랑을 나누는 모습은 그가 보여준 영화 '의뢰인'의 사이코패스보다 더욱 비난을 받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는 가족과 함께 지내는 일상을 묻는 대답에 이렇게 답했다.
"행복하지 않다고 하면 많이 흔들리겠죠. 착한 사람도 좋은 사람이지만, 제가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첫 번째 이유는 제 가족이 있기 때문이죠."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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