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피끓는청춘' 이종석 "연애할 땐 세상 최고 찌질한 스타일"
기사입력 : 2014.01.23 오전 9:02
영화 '피끓는 청춘'의 주연배우 이종석 / 사진 :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영화 '피끓는 청춘'의 주연배우 이종석 / 사진 :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시크릿가든'의 도도한 스타부터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의 신비한 초능력을 지닌 소년까지 여심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 받아온 배우 이종석이 이번엔 영화 '피끓는 청춘'(감독 이연우)을 통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찌질한 카사노바로 변신한다.


새하얀 피부에 늘씬한 몸매의 소유자 이종석에게 농촌소년의 이미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이종석에 대한 이미지가 사뭇 달라진다. 팬티만 입고 오두방정을 떨고, 패션아이콘 답지 않은 촌스러운 패션을 완벽하게 소화하는 그를 발견하며 '이종석, 많이 내려놓고 연기했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전 작품 속 캐릭터가 다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이미지로 보는 분들이 많아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정말 망가지려고 오바스럽게 연기하려고 애를 썼죠. 더 찌질하고, 안쓰럽고, 허세 부리는 신이 많았는데 과하다 싶으셨는지 빼셨더라고요."


소녀 팬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은 '꽃돌이'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망가지고 또 망가지는' 이종석의 모습이 스크린을 채웠지만 그는 "작정하고 망가져야지 했는데 그 동안 해오던 게 있어서 그런지 몸사리게 되더라고요. '안하느니만 못한 건 하지 말자'라는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코믹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짙은 이종석에게 '망가지는 것도 한 번이 어렵지 앞으로는 쉽지 않겠냐'고 하자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전지현 선배처럼 정말 예쁜 여자가 추잡하고 망가지는 모습이 사랑스럽게 느껴지잖아요. 그런 모습이 사실 되게 매력적이거든요"라며 망가지는 건 전혀 두렵지 않다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어떤 작품을 끝내도 항상 아쉬운 부분은 있다"는 그의 말과 달리 이번 '피끓는 청춘' 속 이종석은 충청도 사투리를 맛깔나게 구사하고, 극의 웃음을 책임지는 몸개그도 마다하지 않으며 열연을 펼쳤다. 이전 작품인 영화 '노브레싱'에 비해 훨씬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애드립을 자연스럽게 하고 싶은데 충청도 사투리를 해야 하니까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 때마다 선배들과 (박)보영 씨가 조언을 해줘서 추임새나 손동작을 마음 가는데로 할 수 있어 편했어요."


이 영화에서 중길이가 '서울 전학생' 소희에게 하는 대사인 "예뻐가지고"는 이종석의 애드리브였다. 그는 "'예뻐가지고'라는 대사는 제 애드리브였어요. 예전에는 대사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감독님이 '아무것도 준비를 해오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부담이 됐지만 나중에는 저도 즉흥적으로 했어요. 감독님이 '오늘 컨디션 어때?'라고 물으셔서 제가 '안 좋아요'라고 답하면 감독님은 '안 좋은데로 해'라고 하셨거든요.(웃음) 그렇게 하다보니 재밌었고 '이 맛에 영화하는 구나' 싶더라고요"라며 애드리브에 얽힌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전설의 카사노바? 실제 연애할 땐 다 보여주고 다 주는 편"


'피끓는 청춘' 팜플릿에서 발견한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감독의 주문에 이종석이 완벽한 캐릭터 분석을 통해 능수능란하게 여학생을 꼬시고'라는 대목이었다. 이종석에게도 눈빛 하나, 손짓 하나로 여심을 쓰러트리는 카사노바의 기질이 있을거란 기대와 달리 전혀 애상치 못한 답변이 돌아왔다.


"제 그대로의 모습이요? 찌질한 거? 중길(이종석)이가 카사노반데 찌질하고 여자애들한테는 하염없이 다 줄 것처럼 하지만 책임질 수 없는 치기어린 것들이잖아요. 저도 연애할 때 굉장히 찌질한 편이거든요. 사랑을 갈구하고 메달리기 때문에 제가 연애 하기엔 적합한 인물이 아닐거에요. 저는 애정 결핍이 있나봐요. '나에게 왜 사랑을 안 주니? 사랑줘'라는 스타일이에요. 어느 순간 깨닫게 되더라고요."


스스럼없이 자신을 '찌질'하다고 표현하는 이종석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남자다운 스타일의 남자는 누구인지 물었더니 '절친' 김우빈 이름이 나왔다. 그는 "(김)우빈이가 듬직한 스타일이에요. 여자친구를 공개하기 전에도 현장에서 '여자친구 있니?'라고 누가 물어보면 '저 여자친구 있어요'라고 얘기하고 다녔어요. 되게 듬직한 스타일이죠. 꼬치꼬치 캐묻는 스타일도 아니고 가만히 들어주고 옆에 있어주는 멋있는 남자예요. 그래서 우빈이가 인기가 많은가봐요. 어린 친구들은 저같이 여리여리한 꽃돌이를 좋아할 수 있지만, 내 세대, 우리랑 실질적으로 연애할 수 있는 나이대는 우빈이를 좋아하는거죠(웃음)"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것처럼 이종석에게는 거친 남자의 이미지보다는 다정다감한 느낌이 상대적으로 더 강하게 느껴진다. '너목들'을 통해 얻은 '누나들의 로망' 이미지와 '피끓는 청춘' 속 '여심을 잘 아는 동네오빠' 이미지 가운데 실제 이종석의 연애 스타일은 어느 쪽에 가까운지 물었다.


"굳이 따지자면 일편단심 스타일이에요. 상대를 귀찮게 하고 찌질한 스타일이에요. 연애할 땐 세상 최고 찌질한 스타일? 중길이와 성격은 많이 다르지만 연애에 있어서는 비슷해요. 연애할 때를 지금 생각해봐도 너무 화끈거릴 정도로 창피하고 찌질했거든요. 그런데 지금 연애를 다시 한다고 해도 다를 자신이 없어요. 전 정말 다 보여주고 다 주려는 편이에요."


어떤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한 이종석에게 이번 영화 '피끓는 청춘' 속 자신의 연기에 대한 별점을 매겨달라고 했다. 그는 "이건 정말 모르겠어요. 사람들이 '이종석 이 정도면 잘했지'라는 얘기가 나오면 그땐 저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은 못 내리겠어요. 그래서인가 제가 요즘 '나는 언제쯤 거만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요. '너목들' 잘되고 나서 변했단 얘긴 많이 들었어요. 증권가 찌라시에 제가 나왔다고 친구가 보내주더라고요. 시상식에 저를 불렀는데 '나 상이면 안 갈래'라고 했다더라고요. 오라는 시상식 다 갔거든요.(웃음) 물론 스케줄 안 맞아서 못 간데야 있겠지만. 사람이 거만해질 수 있는 건 스스로 자존감이 높아야 가능해요. 어떤 면에서든 완성도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아직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못돼요."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먼 미래를 계속해서 상상하는 이종석의 다음 작품과 목표가 관객의 한사람으로서 기대됐다. 향후 남자 영화와 악역은 꼭 해보고 싶다는 이종석. 그의 변신만큼 기대되고 궁금했던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일단 스펙트럼을 넓혀놓고 난 다음에 진짜 내가 잘할수 있는 건 필요할 때 한 번씩 하는게 좋은 것 같아요. 선배님들도 해준 말씀이 작품 하나 터지고 난 다음에 세 네개 말아먹고 그 다음에 (실패를 스스로) 느끼고, 그 이후에 작품이 잘되면 그게 성장하는거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저는 드라마는 트렌디한 작품을 하더라도 영화는 제가 하고 싶은 걸 계속할 생각이에요."


인터뷰②에서 계속됩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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