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소현 /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며 극 초반을 책임졌던 아역 배우에서 드라마의 시작부터 끝까지 작품의 중심에서 살았던 배우로 성장한 ‘명품 아역’ 김소현을 만났다. 최근 종영한 SBS ‘수상한 가정부’에서 은상철(이성재)의 첫째 딸 은한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김소현은 “제게 ‘수상한 가정부’는 특별해요.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가야 하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많이 배우기도 했고 한 단계 성숙해질 기회였던 것 같아요”라며 각별한 소감을 밝혔다.
올해 15살인 김소현에게 아빠의 불륜으로 인해 엄마가 자살했다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의 ‘수상한 가정부’가 쉽게 이해할 만한 이야기였는지 한편으로는 걱정됐다. 김소현은 “극 중 한결이와 제가 비슷한 나이 대니까 공감했던 부분이 많긴 했어요. 아빠를 굉장히 사랑하지만, 아빠의 불륜을 알게 되면서 느끼는 배신감과 그로 인해 삐뚤어지는 한결이의 상황들이 회차가 갈수록 이해됐어요”라며 공감했던 부분들을 되짚어줬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하고 의문이 들 때면 아빠 역을 맡았던 이성재에게 자문했다. 그는 “아무래도 제가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감독님이나 선배님들에게 많이 여쭤 봤던 것 같아요. 2회에서 너무 소리 지르고 화내고 삐뚤어지다 보니까 시청자들이 볼 때 과하다고 느끼시진 않을까 걱정이 됐거든요. 그래서 아빠(이성재)한테 계속 여쭤봤는데 정말 쿨하게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나오는 데로 해’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어요. 말씀을 듣고 보니 제가 이것저것 생각하기보다는 감정에 충실 하는 게 좋겠구나 싶더라고요”라며 이성재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며 싱긋 웃었다.
이번 작품 ‘수상한 가정부’가 김소현에게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의 차별화에 있다. 김소현은 “이전에는 어려운 환경에도 정의롭고 당돌하면서도 착하고 올바른 마음씨를 가진 역할들을 주로 했었는데 한결이는 좀 더 현실적인 캐릭터이고 요새 학생들의 모습에 가깝지 않나 싶어요. 김소현이 연기하는 캐릭터이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드리려고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더 썼어요”라고 말했다.
특히 극 초반에는 아빠 이성재와 가사도우미 박복녀 역의 최지우와 대립하는 장면이 많아 체력소모가 상당했을뿐더러 긴장도 제법 했겠다 싶었다. 이에 김소현은 “(최)지우 언니는 저희도 잘 챙겨주시고 장난도 많이 치시고 굉장히 소녀 감성이세요. 아빠는 저희가 밤새서 피곤할 때마다 한 번씩 장난도 치고 저희 눈높이에 맞춰서 개그도 해주실 정도로 재미있으세요”라며 두 선배의 배려 속에 무사히 촬영을 마쳤다고 했다.
드라마 ‘보고 싶다’를 시작으로 ‘너의 목소리가 들려’, ‘수상한 가정부’에 이르기까지 김소현은 ‘꼬마 악녀’라는 강렬한 수식어 대신 ‘만능 아역’이라는 새 애칭을 올려놓는 영특함을 보였다. 김소현은 “작년까지만 해도 저를 보면 ‘해품달’ 아기 아역이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이제는 저를 잘 모르는 선생님들에게 제가 ‘15살입니다. 아역이에요’라고 인사드리면 ‘네가?’ 하면서 놀라시더라고요. 역할도 그렇고 이미지도 귀여운 면은 없어서 더 성숙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라며 달라진 주위 반응에 대해 언급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특히 올 한 해도 아역 배우들의 성과가 두드러진 가운데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며 이름을 빛낸 김소현과 영화 ‘화이’로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심어준 여진구는 작년 ‘해를 품은 달’에 이어 올해도 ‘보고 싶다’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어느 해 보다 의미 있는 성과를 이뤄가고 있는 단계인 만큼 서로 연락도 주고받으며 응원하고 있는지 묻자, 김소현은 “(여)진구 오빠가 휴대전화가 없어서 연락은 못 해요. 저는 오빠의 기사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정말 멋있다’라고 응원하고 있거든요. 진구 오빠도 이제 고1이니까 나이가 많지 않은 편인데도 성인배우 못지않은 연기력과 분위기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애정을 담아 말했다.
지금의 배우가 되기까지 김소현의 기억에 남는 작품은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며 고개를 꺄우뚱거렸다. 기자가 “‘보고 싶다’의 이수연을 잊을 수 없다”고 말하자 그제야 “저는 ‘보고 싶다’를 찍으면서 감정 이입이 아프게 잘 됐어요. 진구 오빠와의 우산 신은 정말 오래 찍었는데 수연이의 가슴 아픈 감정이 초반에는 잘 나오지 않아 애를 먹었거든요. 나중에는 수연이에게 100% 감정 이입돼 ‘이렇게 연기하는 게 가슴으로 하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죠. 진구 오빠랑 재미있게 찍은 것 같아요”라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안정된 연기력만큼 대중의 관심을 끄는 건 바로 김소현의 인형 같은 미모와 몸매에 있다. 한창 클 나이에 식단이나 스케줄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물었더니 “저는 평소에 고구마, 토마토, 바나나 등 과일을 많이 먹고 건강에 좋다는 걸 챙겨 먹어요. 촬영할 땐 포도즙도 먹고 밥도 세끼 꼬박 챙겨 먹으면서 편식도 안 해요. 잠은 오래 자면 붓는 스타일이라서 평소에 7시간 정도 자는 것 같아요”라며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평소 선호하는 아티스트나 영화, 감명 깊게 읽은 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김소현의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봤다. 그는 “아이돌 음악도 자주 듣고 하는데 요즘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타서 그런지 성시경, 빅스 분들이 부른 ‘겨울 고백’과 같은 겨울 시즌송을 많이 들었어요. 쓸쓸해서 그런가 요즘엔 성시경 오빠의 노래를 좋아해서 많이 듣고 있어요”라며 음악방송 MC다운 면모를 보였다. 책은 선물 받은 책을 주로 보는데 ‘365일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이라는 책을 새해에는 읽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또한 김소현은 “최근 영화 ‘소원’을 보고 너무 화나서 언니들과 그런 사람들은 혼나야 한다고 얘기하고 그랬어요. ‘소원’에 나오는 아역배우 이레 양이 연기를 정말 잘하는 것 같아요. 또, 영화 ‘인셉션’(2010)이나 ‘셔터 아일랜드’(2010)처럼 생각도 많이 하게 되고 흥미진진한 반전이 있는 영화를 좋아해요. 감성적인 영화는 ‘어거스트 러시(2007)’를 좋아하는데 음악 선생님이 따뜻하다고 추천해 주셔서 미소를 지으면서 봤었어요”라며 자신이 즐겨보았던 영화 몇 편을 추천하기도 했다.
여행가는 걸 좋아한다는 김소현은 “작년부터 올해에는 꼭 여행을 가겠다고 말해놓고 항상 못 갔어요. 겨울에는 늘 촬영해서 연말에 휴가 간 적이 없거든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엄마랑 동생이랑 여행가는 거에요”라며 상상만으로도 행복한지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개인적인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2014년 새해, 배우 김소현의 계획도 미리 들어보기로 했다. “정확히 결정된 건 없지만, 그동안에는 드라마로 인사를 자주 드렸으니 새해에는 더 큰 스크린으로 만나 뵙고 싶어요”라며 영화관에서도 김소현을 만나고 싶은 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2013년 브라운관에서 시청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던 소녀 배우가 2014년 스크린에서 다시 한 번 관객들의 마음에 들어갈 수 있을지 김소현의 2014년이 더욱 기대된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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