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상속자들'의 여주인공 박신혜가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 사진 : 쏠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청춘 로맨스 드라마 ‘상속자들’을 마친 배우 박신혜의 표정이 밝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올 한해는 박신혜에게 선물 같은 한 해였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7번방의 선물’로 누군가의 말처럼 1년 장사를 다 끝냈고, 브라운관 화제작인 ‘상속자들’로 인기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흥행과 동시에 케이블 드라마 ‘이웃집 꽃미남’과 영화 ‘사랑의 가위바위보’를 통해 도전도 마다치 않았다. 데뷔 10년 차를 맞아 좋은 꿈을 간직하게 됐다.
“‘천국의 계단’ 이후로 가장 높은 시청률로 드라마가 끝이 났어요. 김은숙 작가님이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를 써 오셔서 혹시라도 이번엔 ‘저 때문에 시청률이 안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좋은 제작진과 함께해서 정말 감사했던 것 같아요. ‘천국의 계단’으로 시작했다면 ‘미남이시네요’를 거쳐 ‘상속자들’로 한 발자국 나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미남이시네요’때처럼 ‘상속자들’도 후유증이 참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우려와 달리 김은숙 작가는 박신혜에게 당부의 말과 격려를 아낌없이 보냈다. 박신혜가 맡은 차은상은 18살 여고생이 가지고 있기에 너무 힘든 삶을 살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이미지는 버리고 전혀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기를 당부했다고.
“김은숙 작가님께서 차은상(박신혜)의 대사에도 나오듯이 ‘10원어치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고 할 만큼 남자보다 더 털털한 모습을 요구하셨어요. ‘상속자들’이 끝나고 나서는 ‘울려서 미안하다’고 하셨고, 1회를 먼저 보고 세트장에 오셔서는 ‘어쩜 그렇게 억울하게 우냐’면서 고생 많았다고 해주셨어요.”
‘상속자들’을 하면서 박신혜를 힘들게 했던 건 다름 아닌 ‘눈물’이었다. 박신혜가 만났던 작품들에서 눈물을 많이 흘리기는 했었지만, 이번에는 유독 엄마에 대한 아픔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연기했어야 하다 보니 우는 장면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돌이켜보면 저도 18살 때 엄마와 괜히 다퉜었고 친구 간의 문제도 많았고 실제로도 슬럼프에 빠졌어요. 그때 첫 주연을 맡고 부담감을 느꼈었죠. 그리고 스무 살이 되고 나서의 책임감들이 미리 밀려오기 시작하면서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곪아있던 상태였어요. 18살의 차은상도 그때의 저와 같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 어떤 회가 힘들었다기보다 차은상과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때 힘들었죠.”
빡빡한 스케줄 가운데서도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며 촬영에 임할 수 있었던 건 이민호, 김우빈, 김지원, 크리스탈, 박형식 등 또래 배우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던 작업과 서로를 향한 애정 어린 격려가 큰 몫을 했다. ‘상속자들’에 출연한 배우들끼리 단체 카톡방을 만들고 서로 모니터링을 해주거나 잘 나온 사진, 혹은 웃긴 동영상을 공유하며 친목을 쌓을 정도로 가까워졌다고.
“(이)민호 오빠는 CF에서 먼저 만났었고, 찬영(강민혁)이는 ‘넌 내게 반했어’에서 같이 했고요. (강)하늘이는 제 대학 동기고, 김성령 선배님은 ‘미남이시네요’에서 (장)근석 오빠 엄마 역할을 맡으셨었어요. (김)우빈이도 동갑이다 보니까 어려움 없이 촬영했던 것 같아요. 다들 성격이 동글동글해요. (박)형식이도 되게 밝고 독특해요. 보통 처음 만나고 누나면 존댓말을 쓰잖아요. 그런데 형식이는 두세 번째 만났을 때 ‘어 누나! 힘내 힘내’ 이러길래 ‘얘는 뭐지?’ 했거든요.(웃음) 형식이의 매력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 같아요.”
극 중 박신혜는 모든 걸 다 갖춘 것 같지만, 그 안에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그룹 상속자’ 김 탄 역의 이민호와 친구들을 괴롭히는 악랄한 악동이지만 내면의 아픔이 있는 ‘호텔 상속자’ 최영도 역의 김우빈 두 남자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가난 상속자’ 차은상 역을 맡아 대한민국 여심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드라마에서 차은상은 김탄을 택했지만, 실제 박신혜라면 누구를 택했을까.
“모든 상황까지 포함해서요? 어렵다. 시댁도 생각해야 하잖아요.(웃음) 영도 아버님도 무서운데 여자에 관해서는 터치 안 하신다 했으니 굉장히 갈등 되네요. 모르겠어요. 제 이야기에 잘 귀 기울여주는 남자라면 좋을 것 같아요. 그게 누굴까요? 그래도 저는 탄이를 택했을 것 같아요. 실제 성격으로 봤을 땐 두 분을 반반씩 섞어놓으면 딱 이예요. 우선 두 분 다 정말 매너가 넘쳐요. (이)민호 오빠는 현장 분위기를 밝게 해주려고 장난을 많이 치고 잘 유도해주고요. 반면에 (김)우빈이 같은 경우에도 힘들거나 가라앉아 있을 때 조용히 다독여주는 스타일이에요. 두 남자 스타일이 달라서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요 몇 달 대한민국 여성들의 ‘워너비 남친’인 이민호, 김우빈 두 남자를 독차지했던 박신혜의 소감을 빼놓을 수 없었다.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방송이 끝나면 단체 카톡방에 불이 나요. 친구들이 ‘탄이한테 왜 그랬냐’, ‘영도한테 왜 그랬냐. 영도 마음 좀 받아달라’고 그러길래 제가 ‘은상이한테 말하라’고 했어요. 두 남자의 사랑을 받으면 질투를 많이 받을 텐데 이번에는 거의 없었던 것 같아서 굉장히 감사했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상속자들’을 끝낸 기쁨을 느낄 새도 없이 밀린 해외 스케줄과 차기작 선정에 고심할 예정인 박신혜는 데뷔 10주년을 맞아 배우 인생 2막을 기분 좋게 시작하며 “아직도 한여름 밤에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 꿈이 기분 좋은 꿈으로 마무리 되어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자신감을 좀 더 가질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서 깨지고 넘어지더라도 웃으면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아요. 내년에도 더 즐겁게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나쁜 꿈은 거르고 좋은 꿈만 비치는 은상이의 드림캐쳐가 박신혜에게도 좋은 꿈을 안기고 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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