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굿닥터' 문채원 "여배우 배역 한계에 아쉬움 느껴"
기사입력 : 2013.10.19 오후 1:43
KBS2 '굿닥터'에서 환아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여의사 차윤서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 배우 문채원 / 사진 :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KBS2 '굿닥터'에서 환아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여의사 차윤서 역을 맡아 호연을 펼친 배우 문채원 / 사진 :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굿닥터'를 마친 문채원의 얼굴에 고민이 가득했다. 지난 2011년 방영된 '공주의 남자'부터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영화 '최종병기 활'까지 약 3년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휩쓸며 부동의 '흥행퀸' 타이틀을 거머쥔 그녀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던 표정이었다.


소아외과 의사들의 성장과 사랑을 그린 휴먼 메디컬 드라마 '굿 닥터' 역시 20%대 시청률을 보이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주원과 함께 극을 이끈 문채원은 기존의 여의사 캐릭터와는 달리 털털하고 실력 있는 현대 여성으로 그려져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매주 월,화요일 시청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던 만큼 문채원 본인도 마음의 치유를 받았을까.


"몸보다는 마음이 힐링됐죠. 아픔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하면 연기라도 경험이니까 다 남아요. 버려야 되는 게 있는데 '굿 닥터' 하면서는 뭔가 빨래하는 느낌이었어요. 계산 없이 즐기는 마음을 가졌고, 애증없이 사랑만 쏟아부은 건 이번 작품이 처음이었죠. 그런 멜로를 겪고 나니 빨래하는 느낌이 남더군요."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가 강했던 문채원은 이번 '굿 닥터'에서 만취연기, 광란의 노래방 연기로 본연의 사랑스러운 매력은 유지하되 고정된 이미지를 과감하게 탈피하며 다채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노래방 장면이나 취중 장면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음날 술이 깬 윤서가 창피한 마음에 자기 자신을 싫어하는 모습이 보여야 했거든요. 윤서의 술 취한 모습은 가까운 사람이나 좋아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만 아는 윤서의 사랑스러운 모습일지도 모르거든요. 매끄럽고 매력적으로 놀고 욕하는 게 그런 의미에서 중요했죠. 노래방 신을 연기하는 게 불편하진 않았어요. 편했지만 고민은 많았죠."


반짝이 의상을 입고 노래를 부르고 관광 버스 춤까지 춘 문채원의 모습을 본 시청자들이 "실제 문채원도 회식자리에서 저렇게 놀까?"라는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자연스러운 만취연기였다.


"실제로는 그렇게까진 아니죠.(웃음) 악랄한 악역이 아니고는 모든 인물은 사랑스러움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어떤 시점에 어떻게 느끼게 해줄 것인가는 계산인 거죠. 윤서는 꾸밀지 모르는 여자니까 어떻게 사랑스럽고 인간적이게 그리느냐가 촬영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할 저만의 숙제였어요."



자기 자신을 뛰어넘는 일만큼 배우에게 중요한 과제는 없다. 문채원도 '뻔한 캐릭터'로 승부하기 싫어 욕심을 내는 중이다. 한 작품을 성공적으로 끝낸 시점에서 "정말 잘했다"는 주변의 칭찬을 즐길 법도 한데 "아쉬움이 많다"며 벌써부터 고민을 드러냈다.


"최근 영화 '화이'를 봤는데 '이런 작품은 내가 관객밖에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쉬웠어요. 여배우는 작품의 장르나 캐릭터에 있어 다양한 도전을 하기 힘들어요. '이런 역할을 해봤으니 다음엔 이런 걸 해봐야지. 또 다른 건 없나?'라고 생각하면 남자 배우들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선택의 폭이 좁은 게 아쉬워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이'를 보며 이런 고민을 품은 배우가 있구나'라는 생각에 문채원의 고민을 좀 더 자세히 들어보기로 했다.


"완성도나 배우들의 호흡, 나이는 어리지만 내공이나 가능성이 있는 여진구라는 배우의 발견, 스릴러 장르 특유의 뻔한 결말이 아닌 밀도 높은 스토리더라고요. 그러면서 든 생각은 '화이' 같은 장르를 여자들 얘기로 만들진 않잖아요. 배우로서의 에너지나 폭발력을 갖고 태어난 사람과 경험을 통해 갖게 되는 사람이 있는데 여배우들의 경우 경험을 통해 잠재된 능력을 내 것으로 만들만한 터조차 없는 거죠. 상대적으로 배역의 한정이 있다 보니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어요."


기존의 의학드라마에서 여자 의사들이 집도를 돕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번 '굿 닥터'에서 문채원이 연기한 차윤서는 집도할 수 있다는 점과 자폐성향의 후배의사와 러브라인을 그린다는 점 등 여러 면에서 차별성이 있었다.


"남성 중심의 의학드라마, 정치색이 뚜렷한 의학드라마보다는 '종합병원'처럼 향수를 일으킬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사실 외과, 흉부외과는 내년에도 또 의학드라마로 나올 수 있어요. 제 생각에는 자폐 소재도 다시 나오긴 하더라도 반복되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여의사가 집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선택했죠. 연애할 때도 윤서가 시온이를 리드하고, 후배의사로서도 보듬어주고 함께 성장해 나가잖아요. 독특한 멜로 연기여서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험이었죠."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냐'는 시온의 질문에 김도한(주상욱)과 차윤서는 각가 "고민하는 의사가 좋은 의사", "좋은 사람이 좋은 의사"라고 '굿 닥터'다운 조언을 건넨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문채원의 마음에 스며든 대사였다.


"제가 무슨 일을 하건 끊임없이 성장하고 싶은 마음으로 고민하고 '만족하지 말자'고 다짐하곤 해요. 좋은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갈증을 느끼며 일하지만 '긍정적으로 고민하자'는 걸 배웠죠."


데뷔 초부터 동갑내기 배우인 한효주, 문근영과 라이벌 의식은 없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았지만, 문채원은 "동성 친구에게 질투심은 없다"고 잘라 말했었다고 했다. 깊어지는 고민의 핵심은 다른 데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같은 길을 가는 친구들이고, 저도 여자로서 친구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고충을 알기에 라이벌 의식은 전혀 없어요. '이건 아닌 것 같아'라고 느낄 땐 남자배우들 볼 때에요. (한)효주나 (문)근영이를 만나서 '우린 잘 가고 있는 거야'라고 의기투합하다가도 일하다 보면 멘붕(멘탈붕괴)가 오거나 불안해지는 거죠. 예측 불가능한 걸 하려다 보니 마음이 좀 그럴 때가 있어요."


장르를 떠나 캐릭터든 인물간의 관계든 독특한 지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문채원은 "이제 좀 쉴 수 있냐"는 말에 "차기작을 빨리 만나고 싶다"며 욕심을 보였다.


"지금은 영화를 하고 싶어요. 영화는 캐릭터에 대해 연구할 시간이 충분하고, 한 두 번 영화를 해봐서 그런가 아쉬움도 있고 기대도 되고 다시 해보고 싶더라고요. 장르는 상관없지만 아직까지 저는 영화에서는 구성원이 되고 싶은 마음이 커요.


20대 후반 대표 여배우로 우뚝 선 문채원의 고민은 분명 그를 더욱더 성장하게 할 것이다. 예상을 뒤엎는 행보와 문채원만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 전혀 다른 캐릭터를 창조하는 문채원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자신을 지켜봐 준 시청자에 좋은 작품으로 다시 한번 보답하고 싶다는 문채원을 다음에 다시 만났을 때 오늘의 고민을 해결했다며 밝게 웃기를 바란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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