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와 장태산의 '투윅스' 이상의 시간들 (인터뷰②)
기사입력 : 2013.10.18 오전 8:05
최근 종영한 '투윅스'에서 호평을 얻은 배우 이준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최근 종영한 '투윅스'에서 호평을 얻은 배우 이준기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star@chosun.com


"이번에는 좀 더 후유증이 오래가는 느낌이예요"
'투윅스' 종영이 있던 주 몸을 생각해(?) 일주일에 3일을 술을 마셨다는 이준기는 종영 소감을 후유증 고백으로 대신했다. 총각 이준기가 보여줘야했던 진한 부성애, '투윅스' 이상의 시간동안 뛰어내리고, 구르고, 물에 잠기고, 흙에 파묻히는 등 온갖 고난과 역경을 이겨낸 이준기가 장태산을 쉽사리 보낼 수 없는 이유, 이하 글을 읽다보면 조금 공감이 될까?


◆ "정말 촬영장에서 작가님 감독님께 매일같이 울면서 못하겠다고…"


이준기가 맡은 역 장태산은 자신의 딸 수진이의 존재 자체를 8년간 모른채 살았다. 하지만 서인혜(박하선 분)의 말에 백혈병에 걸린 딸 수진이의 존재를 알게되고 아버지로서 처음으로 해줄 수 있는 일, 골수이식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8년간 알지도 못한 딸을 보자마자 느껴지는 애틋한 정, 부성애. 총각인 이준기를 너머 대중들이 공감할 수 있었을까 묻자 그는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그런데 작가님 감독님께서 시청자들이 이해하고 따라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서 배우가 중요한거다라고, 섬세한 표현들에 대해 더 연구해보자고 주문하셨어요"라며 긴 고민의 시간들을 회상한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순간에도 논의를 했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감독님이 혈육의 정, 이건 보지 않았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끌리는 어떤 이끌림이 있지 않겠냐고 하셨어요. 2회는 정말 어렵게 찍었고 재촬영도 두 번 있었어요. 편집실에도 가서 체크했고요. 촬영장에서 매일같이 작가님 감독님께 못하겠다고 이걸 어떻게 하냐고 살려달라고 했어요. 정말 많이 걱정됐던 부분이죠."


◆ "감독님께서 '아 이준기란 배우가 왜 이준기인지 알겠다' 하셨을 때?"


부담감도 컸고 그만큼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진한 부성애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너머 눈물샘까지 자극했다. 그리고 그가 자극한 것은 시청자들만이 아니었다. 스탭들도 그의 연기에 현장에서 두 번 눈시울을 붉혀야 했다.


"첫 번째가 제가 한치국한테 '수진이 살려야겠다'라면서 펑펑 우는 장면이었어요. 그 장면 찍을 때 촬영 감독님부터 딸 가진 감독님들은 다 우셨던 거 같아요. 감독님께서도 '나 작품하면서 운게 처음인데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렇게 했냐?'고 물으셨어요. 그래서 전 수진이를 생각하니까 이렇게 나오더라고 했어요. 수진이한테 정말 도움을 많이 받은거 같아요. 정말 저도 모르게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될 때가 있어요. 그건 정말 배우로 크게 희열을 느끼는 부분이죠."


두 번재 장면 역시 아버지로서의 장면이었다. 투윅스의 마지막날, 태산의 골수가 수진이에게로 이어지는 장면, 마치 탯줄같이 이어진 모습을 바라보는 씬에서 그는 한 번 더 크게 희열을 느꼈다.


"마지막 회는 방송 나가는 날까지 찍었어요. 감독님께서 디렉션 하실 시간도 없고 몇 가지 동선만 맞추고 갔죠. 배우가 못하면 못하는 대로 방송에 나가야 해요. 그런데 수진이를 보고, 수진이에게 들어가는 제 골수를 보고 이런 시선들이 다양하게 나오더라고요, 무의식적으로. 촬영이 끝나고 감독님께서 '아 이준기란 배우가 왜 이준기인지 알겠다' 이런 말씀을 해주셨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 "죽을 맛이었다와 죽을 뻔했다는건 다르잖아요? 죽을 뻔한 장면은…"


그는 살인 누명을 쓴 채 도망자로 살아야했다. 그러면서도 아픈 딸 수진이를 위해 반드시 살아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그런 장태산을 보여주기 위해 이준기는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내놨다.


"산 타는 것도 죽을 맛이었고 파묻히는 것도 죽을 맛이었는데, 죽을 맛이었다랑 제가 죽을 뻔했다는 건 다르잖아요? 죽을 뻔한건 급류씬 찍을 때 였는데 그 때 안전장치나 대비책이 없었어요. 드라마 특성상 빨리 찍어야 했는데 정말 어마어마한 유속에 떠내려 가는씬인데 그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표정이며 다 리얼이예요. 일반 사람들이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는 뉴스보도가 이해가 되더라고요. 유속도 너무 빠른데다가 바위도 있고 그래서 정말 죽을 것 같았는데 밖에서는 편안히 보시더라고요. '준기는 잘하니까'라고 스탭 분들이 저를 너무 믿어주셨죠."


이준기는 웃으면서 말했지만 듣는 이는 아찔했다. 이어 다쳤던 곳은 없냐는 물음에 그는 쿨하게 답변을 더한다. "하늘이 도운 거 같아요. 타박상 정도는 항상 달고 살았는데, 그거야 액션하면 감수해야 하는 거고요." '투윅스'속의 매일이 불사신 장태산의 생존기 같은 느낌이었다. "요새 시청자들이 눈이 높으셔서 어설프게 고생하면 절박해 보이지도 않아요. 그래서 작가님도 매주 문자로 '미안해 태산아. 잘해줘서 고마워' 하셨어요. 그런데 저만 고생하나요? 제가 산을 타면 스탭들도 다 같이 타고 정말 다 같이 고생한 작품이죠."


◆ "마지막 (박)하선씨와의 한 번있는 키스신은…"


그가 출연하는 작품에는 유독 로맨스보다 크게 자리하는 무언가가 있다. 이번에는 인혜와의 러브신보다 그의 곁을 지키는 박재경 검사(김소연 분)과의 핑크빛보다 수진이와 보여주는 절절한 부성애, 죽을 뻔(?)했던 고난과 역경의 액션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로맨틱에 대해 그는 "한국 드라마에서 로맨스는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 된다고 하는데 유독 제 작품은 그게 약해요"라며 살짝 아쉬움을 표한다.


"저는 오히려 현장에서 키스씬 하나라도 더 넣어달라는 주의인데, '투윅스'의 마지막에 (박)하선씨와의 한 번 있었던 키스씬은 작가님이 제 바람을 받아주신 것 같아요. 하지만 그 마저도 짧게 끝났고..."


이준기의 차기작에서는 로맨틱을 볼 수 있을까? 그는 "제 작품 안에서 그것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만 있다면 좋겠어요"라는 말로 기대감을 표한다.


◆ "작가님께서 태산이로 살았던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물어봐주셨던 결말"


'투윅스'의 결말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오간다. 열린 결말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의견도 있고 결국 매듭이 없이 끝났다는 아쉬움의 의견도 있다. 이준기는 이에 "참 어려운 부분인것 같고 작가님께서도 마지막까지 고민하신 부분이었어요"라며 남모를 이야기를 털어놨다.


"좀 행복했던 건 작가님께서 '(이)준기씨가 그간 태산이로 살았기 때문에 태산씨한테 물어보고 싶다'라면서 어떻게 되길 바라냐고 물어보셨어요. 그 질문을 받았을 때 처음에는 이런 저런 것들을 요구했던 작가님께서 나를 믿게끔 했구나 그런 연기를 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에 행복했죠."


이어 그는 "저는 솔직히 태산이가 죽었으면 어떨까요라고 작가님께 답했어요. 그 말에 작가님도 2주전에 그 고민을 감독님께 털어놓으셨는데 그러면 처음에 '투윅스' 시작할 때 가졌던 시청자들이 우리 드라마를 보고 미래를 볼 수 있고 희망을 줄 수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거스르는 것 같다는 결론이 있었대요. 하지만 남자스탭들은 전부 장태산은 죽어야한다고 했어요. 느와르적인 성향이랄까요"라고 충격적인 의견을 답한다.


이준기의 말을 빌어 8년간 살아있지도 죽어있지도 않은 대기모드 상태로 지내온 장태산은 가족을 만나 살 이유를 알게되고 스위치 온 된 상태로 산수해(태산:이준기-수진:이채미-인혜:박하선)가족의 곁을 떠난다. 장태산에 빙의한 듯 이준기는 "태산이 입장으로 8년간 모든 걸 잃고 살아서 남아 있는 게 없는데 그 상태로 다시 인혜나 수진이를 챙긴답시고 곁에 있으면 또 기대게 되지 않을까요. 완벽한 헤어짐은 아니고 태산이가 자기 인생을 다시 추스릴 수 있는 시간을 위해 떠난 것 같아요. 무책임하다기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떠난거죠. 인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간, 아빠로서 준비가 필요한 시간, 그런 시간들을 위해서요. 나쁘지 않은 결말이라고 생각해요. 그 대사들이 마지막에 인혜와의 대화에서 더 보여줘야 했는데 좀 부족해서 안타까웠죠."

그는 앞서 왜 이번 작품에 후유증이 더 오래가냐는 질문에 "여러모로 긴장도 많이 한 것 같고, 부담감도 컷고, 감정소진도 많았던 것 같고요. 워낙 롤러코스터 타는 감정들이었고 가족에 대한 애틋한 정을 느끼는 캐릭터로 살다가 이준기로 동떨어지니까 공허함이 크고요"라며 주절주절 답변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긴 글 속에도 다 담지못한 긴 이야기 속에 이준기에게 장태산으로서의 '투윅스' 이상의 시간이 얼마나 무겁게 담겼는지 애틋함이 더해진다. 그래서 더욱 기대된다, 배우 이준기가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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