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순이삼촌'에서 열연 중인 배우 백성현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눈에 익은 아역배우들이 성인으로 거듭나며 그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고 다하는 순간이 있다. 그 빛을 발하는 순간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잘 자라줘서 고마워.' 배우로 혹은 사람으로 성장 중인 백성현을 만났다.
백성현은 현재 제주도 4.3 사건의 아픔을 그린 연극 '순이 삼촌'에서 우철 역으로 열연 중이다. 그는 자신의 연극 첫 도전에 "황정민 선배님을 비롯해서 많은 선배님들이 '너, 무대안서고 연기 못한다. 반짝할거 아니니까 연극을 해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지금 안하면 더 이상은 용기 못내고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할 것 같아서 지금이 아니면 안되겠다 라는 생각으로 연극을 하게 됐어요"라고 밝혔다.
백성현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정말 많이 배우고 있어요"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무대에 섰을 때 평소와 화술이 달라지고, '그동안 너무 고민만 하고 연습을 안하고 연기를 했구나'하고 반성을 많이 하게되요. 연극을 하길 정말 잘한 것 같고, 즐거워요. 저랑 무대가 맞나봐요"라며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관객들과의 직접적인 교감을 밝혔다.
연극 '순이삼촌' 연습 중인 백성현 / 사진 : 싸이더스HQ 제공
'순이 삼촌'에서 백성현이 맡은 우철은 순이 삼촌(양희경 분)의 조카로 4.3사건의 아픔을 고발하는 역이며 동시에 순이 삼촌으로 인해 처의 유산이라는 아픔을 겪게되는 인물이다. 백성현의 나이에 해보지 않았던 고민이다. "제 나이때 하기 힘든 얘기 였고 어려움이 많았어요."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가 한 고민은 유산이나 부부간의 스킨쉽 장면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복잡한 감정선을 다루는 만큼 그는 핀 조명 아래서 홀로 나레이션을 읊기도 하고, 순이 삼촌을 만나 오열하기도하며, 4.3 사건 당시 가해자 편인 군인이었던 고모부(류태호 분)에게 당시의 잘못됨을 말하기도 한다. "처음엔 고모부에게 얘기하는 것도 '그건 잘못됐다!'라고 분노를 표출했어요. 그런데 가족이잖아요. 그래서 차츰 '아니, 그건 바로 잡아야 된다'라고 가족이 대화하는 것처럼 고모부의 말을 이끌어 냈어요. 그래서 삼촌에게서 잘못했다는 말이 나오게끔요"라며 당시로 몰입한다. "그런 것들이 참, 무슨 유레카 같아요. 갑자기 막 공연하다가 '아!', '아 맞아' 막 이러면서 깨달음의 시간이 오더라고요."
군입대에 대한 소견을 밝힌 백성현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드라마 '아이리스2', '빅' 등 대중성있는 작품에도 출연했지만 백성현은 색이 짙은 영화 '차이타블루'에도 출연했고 현재는 연극 '순이 삼촌'에서 열연 중이며 지난 겨울에는 보름이 넘는 시간동안 엘살바도르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다른 아역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개념배우요? 개념..은 아니고요. 전 그런 좋은 것들을 안하는게 이상한 것 같은데요. 다른 분들도 하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 못하시는거겠죠."
엘살바도르 봉사활동 당시 박보영과의 핑크빛 기류가 화제가 됐었다. 백성현은 "정말 예뻐 보이더라고요 그땐"이라며 미소를 짓는다. 그는 "엘살바도르가 세관이 심해서 짐을 붙인 것들을 못돌려 받았거든요. 그래서 현지에서 최소한의 말도 안되는 돈으로 40, 50명이 밥을 먹어야해서 거의 일주일동안 돼지기름에 튀긴 밀가루 음식같은 현지 음식만 매일 먹었어요. 그런데 그때 (박)보영이가 김치를 갖고 온거예요"라며 당시를 회상하며 웃음 지었다.
내공을 쌓으며 성장 중인 그에게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한번쯤 거쳐가야하는 군대계획을 물었다. 그는 "내년 말이나 내 후년 초에 가려고 계획 중이예요"라고 답했다. 이어 "그 때 갔다가 제대하면 29살 이거든요. 돌아와서 좀 준비기간을 갖고 30살에는 다시 연기해야죠"라고 덧붙인다.
백성현은 자신의 생각하에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에게 연극, 색이 짙은 영화, 봉사활동 들은 모두 연기 내공을 갖추기 위한 몫이다. 그는 "저는 배우 백성현 보다는 인간 백성현으로서 그런 경험이 참 값지다고 생각을 하거든요"라며 자신의 도전의 이유를 밝힌다. 이런 백성현을 보면서 대중들은 훈훈한 외모만이 아닌 사람으로 배우로 이런 생각을 이어가게 된다. '잘 자라줘서 고마워.'
한편, 산으로 도망간 제주도 양민들이 무차별 학살 당한 제주도 4.3 사건의 애환을 그린 연극 '순이 삼촌'은 양희경, 백성현 등의 열연으로 오는 30일까지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에서 이후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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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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