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직장의 신>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와이장에 입사한 정규직 사원 장규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오지호 /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KBS2 <직장의 신>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끊임없이 회자됐던 부분은 계약사원과 정규사원의 입장 차이에 대한 부분이었다. <직장의 신>은 이들의 입장 차를 현실적으로 어루만지며 시청자들로 하여금 계약사원의 처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회사가 원하는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하는 '슈퍼갑 계약직' 미스김(김혜수)과 반대되는 인물인 엘리트 코스를 밟고 대기업에 입사해 회사에 이 한 몸 다 바치는 캐릭터 장규직(오지호)은 '일'과 '원칙'을 중요시해 동료들의 미움을 받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성격의 두 상사 캐릭터는 <직장의 신>을 보는 또 다른 관전포인트였다. 일은 잘하지만 인간미는 없는 장규직과 일보다는 사람을 중요시하는 무정한(이희준) 중 흔히 말하는 '좋은 상사'란 어떤 상사일까.
오지호는 "개인적으론 쓴소리도 할 줄 아는 감독님이 더 좋아요. 성장하지 못하면 결국 낙오자가 되거든요. 저한테는 독설이 필요한 것 같아요. 좋은 상사는 무정한 일지 몰라도 제게 필요한 사람은 장규직인거죠. 물론 장규직과 무정한의 좋은 면을 닮은 상사라면 더 좋겠지만요"라고 좋은 상사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어떤 상사와 일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대부분은 개인의 역량을 이끌어주고 기다려 줄줄 아는 무정한 같은 상사를 원하겠지만, 이 사회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는 게 오지호의 설명이다.
오지호는 "10년 이상 놔두면 누구나 일을 더 잘할 수는 있겠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놔두느냐'는 거죠. 우리 사회에서 무정한과 같은 캐릭터는 필요하지 않은, 이상세계에나 존재하는 상사거든요"라고 안타까운 현실을 꼬집었다.
◆"장규직은 軍 상병 같은 역할 담당..과감하게 연기"
극중 오지호는 '3개월밖에 일하지 않을 사람과 왜 친하게 지내느냐'는 식의 '밉상 멘트'를 선보였다. 표현이 과해서 그렇지 장규직이 볼 땐 꼭 필요한 사람은 정규직이고, 계약사원들과 달리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나름의 신념이 있었다. 장규직이 이유 없이 달리는 폭주기관차 같은 악역은 아니었기에 시청자들도 그를 마냥 미워하지는 않았다.
"장규직이 PT 도중에 나가는 장면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과거의 아픔을 안고 있는 장규직의 본질을 보여주기 위해 극적인 반전을 꾀한 것"으로, 장규직이 원칙을 고수하며 회사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인물이지만 내면에는 인간미가 있는 인물임을 보여주는 신이었다.
장규직의 계약사원들에 대한 마음의 변화는 "완벽한 캐릭터가 존재하지 않듯 미스김도, 장규직도 서로의 아픔이 있고, 장규직의 아픔 속에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가장 컸기 때문에 어머니가 갖고 있던 애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은 장규직도 10년 넘게 근무한 회사에서 비정규직을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고 싸우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까지 잃은 어머니를 통해 계약사원의 아픔을 느꼈고, 사회에서 아웃되지 않기 위해 필살적으로 그만의 삶을 살았던 인물이란 것이 미스김과 포장마차에서 계약사원 박봉희의 임신 사실 보고를 내기로 했던 씨름 경기에서 일부러 져준 이유에 관해 이야기하는 장면 등을 통해 그려지면서 내면에 존재했던 장규직의 인간미가 드러나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움직였다.
"우리 드라마엔 악역이 없어요. 장규직은 군대의 상병 같은 역할이에요. 내가 독하지 않으면 상관관계가 유지되지 않는. 화내고 못된 짓을 해야만 상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몇 안 되는 동료를 이끌어가는 힘이 생기죠. 제가 욕먹을 순 있어도 과감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장규직 캐릭터는 살아남지 못했을 거에요."
◆"꿈이 있다면 박차고 나가서 해봐라"
오지호가 <직장의 신>을 하면서 느낀 점은 과연 이 사람들이 회사원이 되기 위해 여기 있는가였다. 분명 중고등학생 때는 이들도 회사원이 아닌 다른 꿈을 꿨을 터. 오지호는 "제 동생이 회사에 5년간 근무하며 얻은 건 디스크와 위염이에요. 돈도 많이 벌고 싶었을 거고 꿈도 있었겠죠. 그러다 세탁소 공장을 한다고 대구에 내려갔더라고요"라며 동생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오지호는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해보지 않고 그 틀 안에서 10년 20년 고 과장처럼 지내지 말고 '꿈이 있다면 박차고 나가서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시대에 틀에 박혀 병들고 찌들기엔 꿈도 버리는 게 아닐까요?"
인터뷰②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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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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