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김범이 말하는 정우성-조인성, 그리고 좋은 사람들
“제가 자꾸 다른 분들 얘기만 하고 있네요.” 인터뷰가 끝날 무렵 김범이 웃으며 말했다. ‘좋은 사람, 좋은 작품’이라는 단어는 열 번도 넘게 나왔다. 시놉시스와 캐릭터를 확인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함께 하자”는 말만으로도 출연을 결정할 정도면 도대체 어느 정도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관계일까. 김범은 김규태 감독과 노희경 작가의 부름에 단번에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그 겨울>을 통해 그가 말하는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김범이 말하는 ‘좋은 사람들’ 중 몇 명에 대한 이야기보따리가 풀렸다. 먼저 ‘탄산커플’로 연인 호흡을 맞췄던 정은지와는 담요 키스신으로 화제를 모았다.
“대본에는 ‘키스를 한다’가 끝이었는데 풋풋하고 재미있어 보이는 키스신을 만들어야 했어요. 진한 키스신도 할 수 없었고 그냥 하면 캐릭터가 안 예뻐 보일 것 같았죠. 옛날에 80년대 코미디를 보면 이불을 덮고 발만 나와 있는 그런 장면들이 떠올라서 ‘담요로 얼굴을 덮자’고 제안하게 됐어요.”
현장에서의 감독 반응은 전파를 탄 이후 누리꾼들의 반응처럼 ‘재미있었다’는 반응이었다고. 담요 키스를 사전에 정은지와 의논했느냐고 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장에 와서 했어요. 정은지가 정통 드라마는 처음이어서 대본을 숙지하느라 집에서도 고민한다더라고요.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부분은 조금이나마 경력이 있는 제가 생각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요.”
◆“정우성 같은 선배, 조인성 같은 형 되고 싶어요”
<빠담빠담>의 정우성, <그 겨울>의 조인성의 곁을 지켰던 김범은 두 사람을 이렇게 정의했다. “정우성 형은 학구적이시고 인성이 형과 비교하면 정적이세요. 나이 차가 많이 났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도 있었는데 배우로서 배울 점이 많았고 의지가 많이 됐어요. 조인성 형은 촬영할 때 고민이 있으면 감독님보다 먼저 찾아가서 얘기할 정도로 마음 편히 얘기할 수 있는 형 같아요. 특히 조인성 형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닮았다는 얘기를 들어서 드라마 찍기 전부터 친했어요. 제겐 두 분을 만난 게 행운이었고 언젠가는 정우성 같은 선배, 조인성 같은 형이 되고 싶어요.”
정우성이 <그 겨울> 촬영장에 와서 밥도 사주고 격려도 해줬다고 말한 김범은 정우성이 조인성과 김범의 사이를 두고 질투는 안 했느냐는 질문에 오히려 자신이 질투심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제가 질투를 느꼈던 게 두 분 역할이 메인 롤이다 보니 할 얘기가 많았나 봐요. 지금 함께하는 형과 이전 작품에서 만났던 형이 만나 얘기하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뭔가 저들 대화에 끼고 싶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둘이 있는 게 정말 보기 좋아서 계속 웃으면서 지켜봤어요.”
◆“김강우는 가정적이고, 집중력 좋은 선배”
지난 3월 7일 개봉한 영화 <사이코메트리>에서 투톱으로 호흡을 맞췄던 김강우는 언론시사회에서 “프로다운 모습을 보인 김범에게 의지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선배가 후배를 칭찬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김범이 역으로 김강우 칭찬에 목소리를 높였다.
“김강우 선배는 가정적이시고(웃음). 현장에서 항상 회의를 많이 하셨어요. 감독님과 저, 헤드 스태프와 항상 의견을 나눠서 저도 역할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항상 작품에 빠져계시더라고요. 집중력이 좋은 분이라고 느꼈고, 많은 걸 생각해 오셔서 저도 촬영장 외에서 작품을 항상 생각하게 됐어요.”
◆첫 방송은 꼭 함께 보는 나의 절친들 “객관적인 이민호, 섬세한 정일우”
서로의 작품을 보고 모니터링 해주는 ‘절친’ 사이인 이민호와 정일우에 대해 김범은 “우리 셋 모두 성격이 달라 이야기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말했다.
“저희 셋은 친형제처럼 친해서 ‘에이~ 이건 아니지’하고 솔직하게 얘기도 하고 거칠게 할 때는 서로 욕도 하는 사이에요.(웃음) 정일우 형은 섬세한 편이라서 저희 셋 중에는 가장 하얀색에 가까운 사람 같아요. 그래서 일우 형에게 얘기할 때는 어느 정도 선의의 거짓말을 섞어서 얘기해요. 반면,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이민호 형은 객관적인 편이어서 직설적으로 얘기해줘요. (범이 씨는요?) 저는 저희끼리도 얘기하는데 작품마다 바뀌는 것 같아요. 외향도 그렇고 변화를 좋아하는 편이라 한 가지 색으로 정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아들 나올 때만 텔레비전을 보는 어머니 “요즘은 종일 TV만 봐”
아들이 드라마에 출연할 때만 텔레비전을 보신다는 어머니는 이번에도 <그 겨울> 삼매경에 빠졌다. 그런데 이번엔 아들뿐만 아니라 다른 이유에서 TV 앞에 앉으셨다고.
“케이블 채널에서도 재방송을 많이 해주다 보니 종일 텔레비전만 보세요. 10회를 보고 계신 걸 확인하고 나갔다 들어왔는데도 10회를 보고 계시더라고요. 작품을 외우고 계실 것 같은 거 있죠? <빠담빠담> 끝나고 느낀 이야기를 어머니께도 얘기해서인지 <그 겨울>이 잘 된 걸 같이 좋아해 주셨고, 조인성 선배를 정말 좋아하세요. 그래서 기분 좋게 텔레비전을 보고 계셨던 것 같아요.”
<그 겨울>을 마친 김범은 지금의 상태를 마라톤에 비유했다. “마라톤으로 따지면 출발선은 보이지 않지만, 결승선까지의 거리가 더 많이 남아 있는 그 지점인데 페이스 조절을 해가면서 뛰고 있는거겠죠. 예전에는 풍경도 못 보고 전력 질주했는데 지금은 돌아왔던 길도 보게 됐고 같이 손잡아주는 사람들도 생겼고요. 앞으로 저는 그들과 어깨동무하고 계속 달려나가고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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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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