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 김범, “비중 욕심 있었다면 실망했겠죠”(인터뷰①)
기사입력 : 2013.04.08 오후 6:20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사진 : 포토그래퍼 이제성 / 민트스튜디오 mintstudio.com


“좋은 배우, 스태프들과 함께 겨울을 보내면서 행복했고, 많은 시청자께서 우리 드라마를 사랑해 주셔서 좋았어요. 잘된 작품에서 함께 했다는 게 좋았죠.”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함에서 1순위는 탄탄한 대본을 갖추고 있느냐,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냐 등의 이유를 들 수 있다. 배우는 작품으로 기억되기에 ‘선택’에 있어 누구보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 1년에 두 세 작품하는 우리나라 배우들은 더더욱 그러하다. SBS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겨울)을 마친 김범도 예외는 아니었을 터. 김범은 왜 <그 겨울>을 선택했을까.


“중국에서 영화를 찍고 있을 때 정확한 시놉시스나 대본, 캐릭터에 대해 받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출연을 결정했어요. <빠담빠담>에서 함께 했던 김규태 감독과 노희경 작가의 부름에 대한 감사와 전작에서 느꼈던 행복한 감정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거든요.”


전작 <빠담빠담…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이하 빠담빠담)에서 자신을 천사라고 믿는 국수를 연기했던 김범은 ‘국수와 <그 겨울> 속 진성이 비슷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 노희경 작가에게 많이 여쭤봤는데 노 작가님은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생각하시더군요. 저를 투영해서 만든 캐릭터라 비슷해 보일 수는 있지만, 그들이 가진 가치관은 엄연히 다르기에 차별점을 둘 수 있을 거라 말씀하셨어요. 저도 충분히 인지했고요.”



노희경 작가와 두 번째 만나는 김범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극 중 후반부 급격히 줄어든 비중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것도 사실이다. 더러는 ‘왜 진성은 오수(조인성)를 맹목적으로 좋아할까?’라는 의심마저 들었다. 김범 본인은 작품 내 ‘비중’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 겨울>을 선택할 때 비중에 대해 욕심을 두지 않았어요. 그랬다면 실망하고 섭섭했겠죠. 제가 가지고 있는 역할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괜찮았어요. 마지막 회를 보시면 이해가 가실 거에요. 조금 안타까웠던 건 오수 형은 대본 어디를 펴도 나올 정도로 분량이 많아 매일 밤을 새우더라고요. 제 캐릭터가 역할이 있었다면 그런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결해 드렸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있었죠. 그래도 제가 생각했을때 진성이는 딱 이 정도가 적당했어요. 오영(송혜교)과 오수 얘기가 워낙 두터워서 다른 캐릭터들은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거든요.”


편집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시청자도 있었다고 했더니 김범이 옅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대본을 구해서 본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초반에 편집된 부분이 좀 있어요. <빠담빠담> 때 같이 했던 편집기사가 이번에도 같이 하게 돼서 초반엔 편집실도 자주 갔어요. 사실 제가 못해서 다 잘랐거나 덜어낸 부분도 있어요. ‘극에 안 어울린다’는 느낌이 있어서 양해를 구하고 덜어내 달라고 했던 신도 있었죠. 후반부에선 정은지와의 투샷이 잘 어울려서 다시 들어온 것 같아요.”


김범과 정은지는 조인성, 송혜교 커플만큼 작품의 한 켠을 빛내는 상큼한 커플로 활약하며 누리꾼들로부터 ‘탄산커플’이라는 애칭을 얻었다. 탄산커플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바람도 컸다.


“탄산커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셔서 좋았어요. 탄산커플이 가장 어려웠던 건 극은 무거운데 과장돼 보이면 안 되고, 하지만 우리가 나올 때만큼은 톡톡 튀어야 해서 경계를 유지하는 게 힘들었어요. 극 초반에는 과장돼 보이거나 오히려 무거워져서 편집된 것도 있었죠.”


<거침없이 하이킥>(2006)의 하숙범과 <꽃보다 남자>(2009)의 F4 김범을 잊는데 3년이 걸렸다. 풋풋하고 상큼했던 소년, 혹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깨달을 줄 아는 배우로 한 단계 오르게 된 건 <빠담빠담> 속 국수를 만나면서부터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빠담빠담>을 찍으면서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도 됐지만, 인생의 반환점도 됐어요. 가치관도 바뀌었죠. <빠담빠담> 전에 1년 반을 쉬었는데 어느 순간 불안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그러다 <빠담빠담>이라는 좋은 작품을 만났어요. 대사에도 나오는데 ‘기적이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꺼지고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기적이 아니라 사람 마음먹기에 따라서 이렇게 사람들끼리 만나 얘기하는 것조차 기적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정말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시간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느꼈죠. 대본과 시나리오, 캐릭터를 객관적으로 보려고 했지만, 그 이후에는 작품을 선택하는 데 함께 하는 사람들도 생각하면서 그들이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됐어요.”


배우가 생을 마감해도 기억될 작품을 누구와 함께하고, 자신 때문에 그들의 인생이 달라진다는 걸 미리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다면 그 마음은 훌륭하게 찬탄해야 하지 않을까. 스물다섯의 배우, 김범은 좋은 사람들을 만나 돈으로는 살 수 없는 가치 있는 인생을 이미 선물 받았을지도 모른다.


"앞으로의 계획이요?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고 변화할 수 있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고 싶어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픽콘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제 및 재배포 금지


키워드 김범 , 그겨울바람이분다 ,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