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성, "오수 열풍요? 불쌍해 보였나 봐요"(인터뷰)
기사입력 : 2013.04.06 오전 8:02
사진 : 더스타 정준영 기자 star@chosun.com

사진 : 더스타 정준영 기자 star@chosun.com


지난 3일,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의 16부 마지막 방송을 마치고 쫑파티를 가진 조인성은 "술을 많이 마셨다"고 했다. 그 동안 쌓인 피로 때문에 오랜만에 늦잠이라도 실컷 잤다는 예상과는 달리, 그는 아침 일찍 일어나 노희경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순간 울컥거리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는 조인성, 노작가의 목소리를 듣고는 그녀가 다시 그리워졌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5일 오후,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서 가진 인터뷰에서 조인성은 오수의 모습이었다. 작은 호텔방을 가득 메운 그의 은혜로운 외모는 마치 오영을 기다리고 그를 반겨줄 것만 같은 따사로운 동선으로 다가왔다. 송혜교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 "죽였죠"라고 입을 열기 시작한 그는 "내가 해야할 거, 혜교가 해야할 거 분명 있어요. 상대방이 모르고 있으면 보상심리가 들거든요. 가끔 미울때도, 아쉬울때도 있고...혜교와는 그게 잘 맞았는지 기분이 매우 좋았어요"


조인성은 연기에 대한 갈증이 그 누구보다 많았다. <발리에서 생긴 일>(이하 발리), <비열한 거리> 등 드라마와 스크린을 오가며 2000년 중반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가 군입대를 해, 제대 후 1년 반 이상의 세월을 온전히 '인내'로 버텨야만 했기 때문이다. "너무 힘들었죠. 그리고 이 작품에서는 내가 가진 감정선을 극히 낮춰야만 해서 쉽지만은 않았어요"


<그 겨울> 속 조인성은 오수를 통해 우는 연기를 많이 보여줘 일부 팬들은 "어쩜 저리 찌질하게 우는 연기를 잘해? 정재민('발리'의 조인성 캐릭터)을 보는 거 같아"라고 평했다. 이에 대해 조인성은 "제가 오수를 너무 많이 닮아서 그랬나봐요(웃음). 한편으론 겁이 났어요. 울면 표정도 어긋나고, 그 우는 모습이 내스스로의 캐릭터로 남게 되는 게 아니냐며 스스로에게 물으며 부담스러워 했죠. 나이가 드니 점점 우는 게 힘들어져요. 이 작품 하면서 눈물 연기를 집중할때면 어렸을적 추억들을 떠올리며 연기했거든요"


노희경 작가는 그런 그에게 "네 우는 모습이 예전보다 많이 다르니 걱정하지 말라"며 토닥거려 줬다고. 조인성 또한 "사실 그대로를 연기했기에 그런 반응들이 보였던 것 같다"며 흡족해했다.


신인배우 조인성은 '학교3'의 12년 전 이야기다. <발리>에서부터 그는 세상에서 가장 연기 못하는 최악의 배우가 아니라, '배우 조인성'이라고 불리워도 스스로가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로 우뚝 서게 됐다. 그가 기다림 끝에 출연을 결심한 <그 겨울>에선 그가 가진 모든 에너지가 여실없이 드러났다. "제 연기스타일은 앞으로도 고수될거예요. 그걸 버리면 내가 아닌 것 같거든요. 물론 득도 되고 실도 될 수 있겠지만...노작가님이 그랬어요. '넌 팔딱팔딱 뛰는 생동감 있는 물고기와 같다'라고요"



노작가는 조인성에게 촬영하는 순간 만큼은 그 어떠한 주문도 하지 않았단다. 그저 극의 흐름만, 해석만 다르지 않다면야 "네 맘대로 하라"고 맡겼던 것. 연기 못하는 찌질이에게 과연 그런 말을 서슴없이 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화제를 모았던 이번 작품의 뒷이야기 또한 귀를 솔직하게 했다. 바로 송혜교의 몸무게(?) 였던 것. "3부 물속에서 영이를 끌어 올릴때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처음엔 물이 얼어 그대로 철수했고, 두 번째부터 촬영을 시작했어요. 물 속의 모래가 마치 산 처럼 굴곡이 심해서 발이 쑥쑥 빨려들어가는 거에요. 대중들이 보는 화면에선 분할되어 전혀 모르시겠지만 전 혜교를 쉬지 않고 계속 들고 있어야만 했거든요. 급기야 팔에 힘이 빠져 점점 어금니에 힘이 들어가고, 가라앉는 느낌 계속 들고...(멈칫하며) 혜교야, 네가 무거워서가 아니라...정말 가벼웠다!(웃음)"


그는 또, 16부 마지막회 촬영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영이와의 구구절절한 키스신 뒤에 오열 장면, 그리고 세트장 주변의 헬기장이 있어 기다리는 동안 감정선 다 깨지고...원 테이크로 한번에 겨우 찍게 되니까 그 다음엔 칼에 찔리는..."


이러한 조인성의 숨은 노력은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로 더욱 빛을 발했고, '오수 열풍'으로 이어지며 女시청자들의 무한한 사랑을 받게 됐다. "제가 불쌍해 보였나 봐요. 극중 무철(김태우 분)의 '사랑이 있네'란 대사도 있듯 사랑 앞에선 사람도, 생색도 안통하거든요. 가짜 오빠란 신분이 밝혀지며 오영에게 온갖 험한 말을 들어도 묵묵히 참아내고, 그녀를 살려주는 댓가로 빚 때문에 100일 밖에 살 수 없는 최악에 상황에도 쉽게 5일을 내주고 하는 등등 그러한 오수의 캐릭터에 반하게 된 게 아닐까요?"


조인성은 '힐링캠프'에 나가지 않아도 될 거라고 농담했다. 이유는 <그 겨울>을 통해 위로를 많이 받았기 때문이라고. "욕심이 하나 있다면, '조인성은 좋은 배우구나'라고 대중들에게 인정받는 거죠"(웃음)


글 성진희 기자 / geenie62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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