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박시연, “송중기 이모가 날 진짜 싫어한다더라”(인터뷰①)
기사입력 : 2012.11.27 오후 6:47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배우 활동을 시작한 지 7여 년이 됐고 주연작도 꽤 됐다. 하지만 이처럼 뜨거운 반응이 있었던 작품은 없었다. 주변 지인들이 “다음엔 어떻게 돼?”라고 전화할 정도로 궁금해하는 작품도 처음이었다. 최근 숱한 화제를 뿌리며 종영한 KBS 2TV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극본 이경희, 연출 김진원)에서 한재희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박시연의 이야기다.


불우한 환경 탓에 온갖 악행을 저지르며 스스로를 악의 구렁으로 빠지게 하는 인물인 한재희를 연기하며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힘든 상황들에 직면했지만, 캐릭터로 인해 몸이 아프거나 슬픔에 잠기진 않았다. 오히려 “컷! 하면 다 잊어버린다”며 쿨 한 모습을 보였다.


“한재희와 저는 싱크로율 0%에요. 제 자신과 너무도 다른 캐릭터를 맡게 돼서 다른 걸 생각할 여유도 시간도 없었죠. 한 가지 다행인 건 제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 순간 몰입도가 높은 편이라 촬영에 들어가면 집중해서 하지만 컷! 하는 순간 다시 박시연으로 돌아오거든요.”


‘박착함’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착한 성품과 온화한 미소를 지닌 박시연이 화려함으로 치장한 악역 캐릭터를 소화할 때는 본연의 박시연을 잊어버릴 정도로 ‘진짜 못된 사람이겠지?’라는 착각마저 든다. <착한 남자>가 인기궤도에 오르자 그런 의심의 눈빛들은 더욱 확고해졌다.


“(송)중기가 ‘누나! 우리 이모가 누나 진짜 싫어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진짜? 왜~ 네가 얘기 잘해줘!’라고 했더니 중기가 ‘아무리 내가 얘기해도 이모는 ‘네가 모르는 거야. 박시연은 분명 못 됐을껄?’이라고 하셨대요(웃음).”



박시연 본인도 한재희를 전부 이해하진 못했기에 세상의 미움을 웃어넘길 수 있었다. 박시연은 한재희의 악행에 대해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지만, 그녀가 점점 더 악한 상황으로 치닫기까지는 아들에 대한 모정과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 기초해 변화된 부분도 있지 않냐는 말에는 어느 정도 수긍하는 입장을 보였다.


“재희가 돼서 연기하니까 처절하고 불쌍하더라고요. 재희가 나쁜 사람이 된 건 환경이 만든 거지 재희 자체가 나쁜 아이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못 됐다기보다 독 한 거죠. 재희의 아들을 향한 모성애도 본인이 살았던 삶을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 거고요. 너무 안쓰럽고 측은해 이해는 했지만 공감까진 못 한 거죠.”


배우의 처지에서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하고 젖어들어야 하는데 ‘왜 이런 행동을 하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김진원 감독과 대화를 통해 재희를 이해하려고 애를 썼다.


“감독님이 세상 착하신 분이세요. ‘시연 씨는 안 그럴 것 같은데 한재희는 그럴 것 같아요.’ 이런 말씀을 해주시죠. 저도 소리 지르는 것까지는 이해가 되는데 왜 물건을 던지지? 이건 정말 이해가 안 된다고 생각하다가도 재희가 더 나빠 보여야 은기와 마루가 더 처절하고 불쌍해지고 드라마틱하게 전개가 흐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나고 나니 악독해진 재희가 마지막에 다 무너졌을 땐 더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착한 남자> 시나리오를 받고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오케이 고!’를 외쳤던 박시연은 이경희 작가의 무한 신뢰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또, 드라마 종방연 때 송중기처럼 마지막 인사를 잘하지도, 문채원처럼 한 사람 한 사람 읊으며 고맙다고 말하지도 못한 채 ‘감사합니다’ 한마디만 하고 펑펑 운 게 내심 아쉬웠다고 했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는 이경희 작가님과 만나 얘기도 많이 나눴는데 작품에 들어가고 나서는 전적으로 ‘네가 맞다’ ‘잘하고 있다’고 믿고 맡겨주셨어요. 제가 모르겠다고 할 때만 얘기해주셨죠. 작품 끝나고 혼날 각오도 했는데 보자마자 안아주시면서 ‘재희야 잘했어~’ 하시더라고요, 정말 눈물이 날 뻔했어요.”


11월엔 <착한 남자>를 떠나 보내고 새로운 작품을 만나야 할 것 같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마지막 인사를 요청했다. 시청자들이 언제고 재희와 마루, 은기를 떠올릴 때 가슴 절절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19회쯤 나오는 벤치신일 거에요. 벤치에 나란히 앉아 마루가 재희에게 ‘미안해요. 누나 내가 누날 이렇게 만들었어요’라는 상당히 긴 대사를 해요. 대본을 읽다 슬퍼서 너무 많이 울었어요. (송)중기가 대사할 땐 제 리액션을 촬영하고 제가 대사를 할 땐 중기 리액션을 촬영하는데 안 보여도 둘이 펑펑 울었어요. 눈이 이만큼 부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어요. 베스트였죠.”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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