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송중기 "수직상승 인기 솔직히 두려워"(인터뷰②)
기사입력 : 2012.11.16 오후 5:59
사진 : 싸이더스HQ 제공

사진 : 싸이더스HQ 제공


"올라가고 싶지 않아요. '인기'라는 건 올라가면 내려오기도 해야 하는데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인간은 늘 그런게 두렵죠. 저는 경험을 많이 쌓아서 두꺼워지고 싶어요. 내려올 때 굳은살이 배겨서 덜 상처받게. 경험을 많이 쌓고 넓어지고 싶지 수직적으로 올라가고 싶진 않은 거죠. 솔직히 인기는 얻었지만, 아직 경력은 없어서 내공이 많이 부족해요. 한석규 선배처럼 대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2012년은 김수현으로 시작해서 송중기로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요즘 대세' 아이콘에 송중기를 거론해도 누구 하나 나무랄 사람이 없다. 그런데도 송중기는 겸손한 말만 늘어놓는다. 16일 오후 1시, 종각 더 뷔페에서 열린 기자들과의 점심식사 자리에서도 송중기는 참석한 기자들에게 "저 정말 인기 많나요?"라고 되물었다.


"정말 내가 인기 절정인가? 난 모르겠다 사실. 인기가 있어서 작품을 할 수 있는 거지만 착각하고 살까 봐 평소에도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다. 조인성, 차태현 선배 등 좋은 선배들이 주변에서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송중기의 배우 인생에서 올해는 잊지 못할 한 해가 아닌가 싶다. <착한남자>로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진짜 남자'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고, 영화 <늑대소년>으로 그 이미지를 굳히며 '송중기의 재발견'이라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하루에 1시간을 자도 행복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호평이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늑대소년>이 흥행하니 들떴었다. 한번은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대사를 봐야 하는데 영진위 홈페이지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다 내려놓곤 '이럴 때가 아닌데. 드라마에 신경 써야지'하면서 차분하게 가려 했다. 요즘엔 피곤해도 모든 게 감사하고 행복하다. 그래서 내일부턴 못 다한 영화 홍보를 위해 전국 무대 행사를 발이 닳도록 다닐 생각이다"



가슴에 품었던 <착한남자>를 꺼내어 되새기니 아직도 마음을 추스르기 어려웠나 보다. 송중기의 눈동자가 가끔씩 흔들렸다. 명장면과 명대사를 꼽아달라고 했더니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고 진중하게 답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스타일리스트 동생들이 어제도 '오빠가 기억에 남는 장면은 뭐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생각해봤다. 남자에게 첫사랑은 잊지 못하는 존재여서 그런지 재희(박시연)한테 '누나한테 마음 끝났다'고 말하고 별장을 나가서 누나 앞이 아닌 밖에서 혼자 우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너무 슬퍼서 마음이 많이 올라왔다.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남자에게 '첫사랑' 특히 송중기에게 '첫사랑'은 특별한 존재였다. 죽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문득 생각이 나는 그런 아련한 존재. 그런데 다시 만나라고 하면 또 안 만나는. 여자의 '마지막 사랑'이 그렇듯 남자의 '첫사랑'은 마음 한켠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송중기는 말한다.


"남자에게 첫사랑의 존재는 크게 다가온다. 영화 <건축학개론>, <늑대소년>이 그런 코드라서 남자들의 공감을 사지 않았나. 나도 <건축학개론>은 세 네 번 봤다. 그만큼 첫사랑은 남자들에게 큰 존재다. 나도 죽을 때까지 못 잊을 것 같다. 그런데 (내 첫사랑) 결혼했다더라. (현장이 술렁이자) 내가 기사 타이틀 뽑은 것 같은데?(웃음)"


드라마 <착한남자>에서는 문채원에 대한 순애보를 영화 <늑대소년>에서는 더욱더 충성스러운 사랑을 소녀 박보영에게 맹세한다. 브라운관에서도 스크린에서도 송중기는 사랑에 있어 흔들림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송중기의 시각에서 문채원과 박보영은 어떤 모습일까.


"박보영은 기본기가 굉장히 탄탄하고 인성이 바른 친구다. 현장 밖에서 마음이 불편하면 현장에서도 불편한데 박보영과는 예전부터 친해서 연기하기 수월했다. 내가 대사가 없어 연기하기 힘들었을 텐데 힘들단 말 한마디 없이 묵묵하게 해줘서 감동했다. 반면 문채원은 굉장히 까칠할 줄 알았는데 2일 밤을 새워도 집중을 놓지 않을 정도로 성실했다. 그 성실함에 놀랐고 동생인데도 진심으로 배웠고 존경스러웠다. 박시연도 마찬가지였다"


<착한남자>는 송중기의 배우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성장시켰고, 앞으로 어떤 캐릭터도 소화할 수 있다는 신뢰를 시청자에게 줬다. 송중기 스스로에게도 "꼼수 부리지 말고, 스킬 쓰지 말고 돌직구를 던져보자"는 다짐을 하게 만든 작품이다.


"진짜 감정을 느껴보기로 했다. 이경희 작가님 작품이 어려워서 겁은 났지만, 이번만큼은 평소에도 강마루로 살았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너무 의미 있는 작품이 됐고 현장에서 계속 울컥울컥 감정이 올라왔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강마루는 현실에선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인물이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재희를 괴물로 만든 건 자신이라고 자책한다. 실제 송중기였다면 "육두문자가 나올"법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것, 그게 바로 강마루의 매력이다.


착한 마루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도록 시리도록 아름답게 그린 건 송중기다. <늑대소년>과 <착한남자>의 송중기를 동시에 만나며 여성 시청자들은 송중기에 푹 빠졌지만 <늑대소년>이 막을 내리고, 연말 방송사 시상식이 아니면 송중기를 당분간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여전히 송중기를 기다릴 '늑대소녀'들이 더 많아졌지만 말이다.


"작품할 때 다른 시나리오는 일부러 안본다. 당분간은 좀 쉴 계획이다. 차기작 얘기 나오면 또 발 빠르게 알지 않냐.(웃음) 차기작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말해야 할 것 같고 지금은 여행도 다니며 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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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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