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인터뷰] 박해진 "광기 타고난 하정우로 살아보고파"
기사입력 : 2012.11.09 오후 6:19
사진 : 포토그래퍼 홍주표 / 크레딧라인 스튜디오 creditline.co.kr

사진 : 포토그래퍼 홍주표 / 크레딧라인 스튜디오 creditline.co.kr


종합병원 레지던트, 선한 인상의 훈남 스타일, 여기에 유쾌한 성격은 기본이고 자기 여자에게는 다정다감한 '완벽한 남친'이 당신 눈앞에 있다. 이런 스펙의 남성이 있다면 골키퍼가 있다 해도 "페어플레이 하는 거예요"라며 그의 여자친구에게 당당하게 선전포고하고, 더불어 그를 차지할 묘안을 찾게 될 터.


KBS 2TV 주말드라마 <내 딸 서영이>(극본 소현경, 연출 유현기)의 배우 박해진이 연기하는 서영(이보영 분)의 쌍둥이 동생 상우의 캐릭터 얘기다. 그런데 박해진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훈남 남친'인 상우와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남자, 어쩌면 당신이 찾고 있는 이상형이 아닐까?



◆소현경 작가, 대본 리딩 후 첫 마디 "상우네"


배우에게 가장 큰 칭찬은 "그 캐릭터가 딱 너네"라는 말일 거다. 박해진에게도 그랬다. <내 딸 서영이>를 집필한 소현경 작가는 레이저 치료로 당장 촬영에 들어가지 못한 박해진의 사정을 듣고 그를 기다렸다. 소 작가와 미팅하고 다음날 바로 있었던 리딩에서 박해진은 "상우네"라는 한마디를 듣고 안도했다.


"그 이상 어떤 칭찬이 있겠어요. 사실 준비를 더 많이 했었다면 오히려 캐스팅이 안 됐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 느낌대로 연기한 게 더 좋게 작용한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작품에 승선하며 제대로 캐릭터 분석을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처음엔 그럴 여유가 안됐지만 <내 딸 서영이>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든 생각도 '내가 하게 된다면 상우를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몇 달 전에 시나리오를 보고 전 마음에 들었어요. 어떤 역할을 바라진 않았지만 하게 된다면 상우를 하고 싶었죠. 어차피 제가 해야 할 제 작품이었던 것 같아요"


◆복잡다단한 캐릭터 "한 사람의 감정으로 연기"


극중 상우는 꽤 입체적인 캐릭터다. 아버지 삼재(천호진 분)와 누나 서영의 사이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연인인 미경(박정아 분)에게는 한없이 살갑고 다정하다. 자신을 짝사랑하는 미경(최윤영 분)에게는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갑고 매정하다. 사람은 한 명인데 여러 사람이 다른 상황에 대처하는 느낌이랄까?


"사람이 다 그렇게 살아요. 실제 저도 여자친구가 있을 땐 살갑게 대했고 어머니한텐 부산 아들로서 속마음과 달리 무뚝뚝하게 했고요. 일 할땐 딱딱하기도 하죠. 제가 오히려 한가지 캐릭터를 구축했다면 그 틀 안에서 제한되어서 움직였겠죠. 하지만 상우의 감정으로 아버지나 미경이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대했어요"


◆자신을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대하는 법 "희망고문 NO!"


"나 좋다는 여자"라도 여자친구가 있다면 단칼에 잘라버린다.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연하라도. 그를 짝사랑하는 호정의 입장에서 보면 "되게 냉정한 오빠"인데 여자친구인 미경의 입장에서 보면 "든든한 남친"이다. 훈남도 이런 훈남이 없다.


"(정말 훈남이다) 에이~ 캐릭터가 훈남이죠. 드라마에서도 얘기하지만 제가 함께 얘기하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호의적이에요. 하지만 일할 땐 좀 예민하거나 까칠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전혀 아닐 것 같은데?) 그게 극중 성격이 이러니까 (세뇌된 건가?) 네. 깜짝 놀라실 수도 있어요"


그렇다면 매몰차게 호정을 대하는 상우와 박해진은 어디까지 똑같고 어디서부터 다를까.


"(호정에게 잘해주면) 어장관리 하는 거죠. 요만큼의 여지를 주면 희망고문이에요. 많이 차갑고 매몰차더라도 좋아하는 감정이 커지지 않게 아닌 건 아니라고 해줘야죠. 제 실제 성격도 비슷해요. 오히려 찾아오지도 못하게 처음부터 얘기했을 거에요. 드라마니까 돌려서 얘기하는 거죠(웃음)"


◆"캐릭터 한계 느껴..언젠가 한 번 깨야!"


외모에서 목소리에서 풍기는 훈훈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게 박해진을 본 대중의 중론이다. 하지만 여러 인물을 연기해야 하는 배우로선 훈훈한 외모가 오히려 걸림돌일 수도 있다. 캐릭터의 한계에 부딪히고 그 안에서만 맴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 변신을 위해 놀아보기도 했지만, 저와는 안 맞아요. 선천적으로 귀가 안 좋거든요. 누나는 메니에르 증후군(귀 울림, 청력 저하 등과 같은 증상이 동시에 발현되는 질병)을 앓고 있어요. 귀가 약한 것이 집안 내력이다 보니 클럽도 못가요. 클럽을 갔다 오면 3일 정도 엠프 소리가 '윙 윙 윙'하고 맴돌죠. 그래서인지 시끄러운데 가는 건 안 좋아해요"


훈남으로 30년을 살았으니 이제 다른 색깔의 옷을 입을때도 되지 않겠나 싶어 반대되는 성격의 누군가가 되어 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면 누가 되고 싶은지 물었다.


"하정우 선배요. 저랑 (성격이나 연기스타일이) 정반대예요. 한 번도 그런 강렬하고 거친 연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제가 하정우 선배처럼 광기 어린 연기를 잘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안 해봤기 때문에."


지금은 <내 딸 서영이>의 선전에 마냥 행복한 하루를 살고 있다. 늘 생각하지만 차기작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산다. 캐스팅이 들어올 때 비슷한 역할만 계속 들어오면 '내 이미지가 이렇구나' 싶어 언젠가 이 틀을 한 번 깨고 싶다.


"다음 작품에선 이성적인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사이코패스나 신경정신과 의사 같은. 신경정신과 의사의 냉소적인 말을 들었을 때 환자가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잖아요. 그렇듯 감정에 많이 흔들리지 않는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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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은경 기자 / eunky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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