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더스타 현성준 기자, star@chosun.com
"'해운대 연인들' 세나 역, 만족하지 못해요. 전혀"
"긴 머리? 너무 뻔해요. 짧은 단발로 자르고 싶어요"
'해운대 연인들'에서 윤세나(남규리 분)는 미용실에서 "오늘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드네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아요"라고 말한 뒤, 최준혁(정석원 분)을 우연히 마주치며 시청자들에게 행복한 상상의 몫을 남겨주었다. 이에 인터뷰에 앞서 "헤어스타일 마음에 드세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과 달리 "아니요, 너무 뻔해요"였다. 이렇게 대중들에게 '인형 같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하지만 실상 솔직하고 꼼꼼하게 주관을 밝힐 줄 아는 배우 남규리를 압구정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남규리는 '해운대 연인들'에서 태성(김강우 분)을 집착하는 세나 역을 맡았다. "캐릭터가 너무 어려웠어요"라며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거나 그러지 않고, 자존심도 세고, 저한테 없는 모습이라 너무 힘들었어요. 저는 사랑하면 붙잡는 스타일이거든요"라고 이유를 덧붙였다.
이에 세나 역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고 남규리는 "사실 만족하지 못해요, 전혀"라는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사실, 윤세나 역은 부잣집 딸에 예쁜 외모, 도도한 이미지와 완벽한 패션 센스까지 이전 그녀가 맡은 캐릭터들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아 예상치 못한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는 "빙의가 되지 않았거든요. 극이 반 이상 진행됐지만 제가 캐릭터를 이해하기에 호흡이 좀 짧았어요. 장소의 영향도 많이 받고"라며 "작품 할 땐 예민하게 빠지는 스타일인데, 빠지지 못했던 거 같아요, 초반에. 그게 만족스럽지 못해요"라며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 방송된 KBS 드라마스페셜 '칼잡이 이발사'에서 남규리는 악마 같은 자신의 남편을 죽여달라며 이발소에 머무르는 미자 역을 맡았다. '인형 같은' 수식어에 어울리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남규리는 '칼잡이 이발사'의 미자역에 대해 "그건, 거의 백퍼센트 몰입이었어요. 그 역을 하면서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었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다소 키치적인 느낌의 작품에 대해 "25분 정도 잘린 분량이 있었는데, 그게 너무 아까운 거예요. 나중에 감독님 쉬실 때 다 주시면 안 되냐고 여쭤보려고요"라며 애착을 보였다. "전 이런 거 정말 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가진 얼굴의 이미지가 너무 한정적으로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인형 같은'이라는 수식어에 "사실 그렇게 인형같지 않은데, 제가 이마를 가리면 그렇지 않거든요. 영화 '고사' 때 보시면 약간 보이시한 느낌이 있지 않았어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그런데 제가 머리를 기르면 못 다가가는 느낌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새침할거 같고"라며 "보여지는건 상관없는데 그 때문에 캐릭터에 제한이 온다는 거죠. 사실 고민이 많이 돼요, 어떻게 한정되어져가는 이미지들을 극복할지"라고 변화에 대한 갈증을 전했다.
남규리는 같은 소속사 식구인 박시연 덕분에 보기 시작한 KBS2 수목극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에 요즘 푹 빠져있다며 문채원이 소화하고 있는 서은기 역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극 중 문채원 씨가 물세례도 맞고, 욕도 듣고, 재떨이에 맞아서 피도나고 그러잖아요. 그러면서도 할 말 다하는 딱 부러진 성격이잖아요. 두 눈 똑바로 치켜뜨고. 그런 캐릭터가 매력 있더라고요"라며 애청자임을 자처했다. 그는 "옛날에는 사랑스럽고 그런 거 위주로 봤었는데, 요새는 영화 '만추'의 탕웨이 캐릭터도 멋있고요, 황진이처럼 기생역할이나 몸에 딱 붙는 수트같은 거 입은 캣우먼 같은 역할 너무 해보고 싶어요"라며 욕심을 보였다. "강인한 여성 캐릭터에 끌리는 거 같아요. 제가 강해지고 싶나 봐요"
앞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답한 헤어스타일에 남규리는 "머리를 자르고 싶은데 역할 때문에 자를 수가 없었어요"라며 해보고 싶은 머리로 "짧은 단발이요. 영화 '고사'때 앞머리 있는 단발이었는데 이번엔 없는 단발로요, 긴 머리 지겨워요"라고 답했다. 긴 머리의 '인형 같은'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남규리는 현재 갈증이 나있는 상태다. 자신의 이미지에, 새로운 캐릭터에, 좀 더 성숙해질 자신의 연기에. 이런 욕심이 앞으로의 그녀를 기대하게 한다. 인형이 아닌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남규리를 말이다.
글 조명현 기자 / midol13@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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