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 "'금수저' 스타일링? 처음에 내가 아닌 것 같아서 속상해" [인터뷰]
기사입력 : 2022.11.24 오전 8:00
연우 프로필 / 사진: 9ato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우 프로필 / 사진: 9ato엔터테인먼트 제공


연우가 '금수저'를 통해 성공적인 이미지 변신을 거두었다.


최근 서울 강남구 9ato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는 MBC 금토드라마 '금수저'(극본 윤은경·김은희, 연출 송현욱)에서 '오여진' 역을 맡은 배우 연우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금수저'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아이가 우연히 얻게 된 금수저를 통해 부잣집에서 태어난 친구와 운명을 바꿔 후천적 금수저가 된 인생 어드벤처 이야기.


극 중 대한민국 최고의 금수저를 꿈꾸는 '오여진'을 맡은 연우는 "실감이 안 나고 아쉽기도 한데, 고생한 만큼, 후련함이 크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연우는 오여진을 "되게 못됐고 싫은데 마음이 쓰이는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다"라며 "대본을 읽고, 웹툰을 봤을 때도 싫은데 뭔가 신경이 쓰였다. 진짜 싫은데 안 나오면 보고 싶다고 해주셔서 좋았다"라고 말했다.


'금수저' 스틸컷 / 사진: MBC 제공

'금수저' 스틸컷 / 사진: MBC 제공


앞서 연우는 이번 캐릭터와 자신이 싱크로율이 극과 극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서는 "외모적인 부분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주변에서도 잘 어울린다고 해주셨다. 다만 여진이 캐릭터가 일상적인 삶에 있어서는 닮기가 어려웠다. 그만의 아픔이 있는데, 그 아픔을 극복하는 과정이 다른 사람처럼 매끄럽다기 보다는 조금 잘못된 일이 많다. 그런 부분에서 어렵다고 느꼈던 것 같은데, 배우라는 일의 장점은 내가 하지 못할 일을 하고 하지 못할 말을 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라 끌렸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외모적인 부분은 닮아있다고 말했지만, 캐릭터를 완성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였다. 연우는 "드라마 제작진 분들께서 확실하게 화려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라며 "사실 처음에 웹툰을 보고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단발로 가겠네' 하면서 머리를 잘랐는데, 제작진 분들이 긴 머리였으면 좋겠다고 해서 머리를 붙이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아이디어를 주신 부분도 있는데, 스태프 분들이 신이 나셔했다. 제가 그동안 못해본 스타일링을 마음껏 하니까 먼저 '이 옷 입어보자', '이거 해보자'는 식으로 의견을 주셔서 '괜찮은 것 같아요', '여진이 같아요' 하면서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그 합이 잘 맞았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다만 평소 도전하지 않았던 스타일링이라 "어렵기는 어려웠다"라며 "평소에 입는 스타일이나 메이크업도 아니었다. 처음에 아이라인 눈꼬리를 올려서 그렸는데 약간 내가 아닌 것 같아서 막 속상했다. 그런데 촬영을 해보니까 괜히 (메이크업) 선생님이 아니구나, 믿어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는 사진도 많이 찍고 즐겼던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전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전문.


Q.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호평이 많았던 것 같은데?


자신감도 자신감인데, 더 잘하고 싶어진 것 같아요. 제가 저 자신에 대해 잘 한다고 말을 할 수는 없는데 주변에서 전보다 좋아졌다는 말을 몇 번 들었다. 그게 기분이 되게 좋았다. 눈에 보이기도 하는구나, 내가 한 노력이. 그래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힘이 된 것 같다.


Q. 시청자 반응도 찾아봤는지?


초반까지는 일부러 안봤다. 약역이기도 하고, 웹툰 원작 팬들도 있어서 조심스러워서 찾아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 했는데 이게 자연스럽게 유튜브 쇼츠, SNS에도 올라오고 하니까 보다가 몇 번 반응을 봤는데 다행히도 드라마 자체에 대한 좋은 반응이 많았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Q.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저는 인상깊었던 것은 웃긴건데, 그 여진이 성격이 우리 누나 같아서 너무 싫다고, 기분이 안 좋아진다는 말을 우연히 봤다. 이 친구가 많이 힘들었구나 견디지 못하고 이걸 쓰러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미있었다. 그런 반응이 많았는데, 보기싫다거나 짜증난다는 것이 칭찬으로 다가오니까 신기했다.


Q. 악역인 여진이에 욕심이 난 이유가 있는지?


요즘에 워낙 OTT도 많고, 다양한 드라마가 있다. 제가 상상해보지 못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 것을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악역으로 뭔가를 해내고 싶다기 보다는 한 번은 해봐야 하지 않을까, 이걸 해봐야 나를 깨는 기분도 들고 했던 것 같다. 물론 지금까지 했던 캐릭터도 당연히 애정이 있지만, 여진이는 나보다도 더 입체적인 사람으로 느껴졌다. 이 캐릭터가 너무 나쁜데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캐릭터를 사랑하고 완전히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걸 연기한 사람 한 명은 여진이라는 캐릭터를 완전히 사랑할 수 있을텐데 그게 제가 되고 싶어서 욕심이 난 것 같다.


Q. 결말에 대한 생각은? (* 여진이는 극 중 그에게 호감을 표현했던 장군(김강민)과 결혼했다. 다만 여진은 본래 나라로, 금수저를 사용해 남의 인생을 빼앗은 대가를 받아야 했다. 자신의 딸이 친아버지(나라의 아버지)에게 납치되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게 대본이 완전히 나와있지 않은 상태에서 출발을 하잖아요. 16부 후반부에 가서 받았는데, 처음에 여진이의 입장에서만 보면 벌을 받아 마땅한 사람인데, 러브라인이 이어진다는 것이 조금 이게 맞나 싶었는데, 오히려 그 후의 받는 아이의 벌이 커지는 요소가 된 것 같다. 그토록 원했던 안정감, 사랑받는 감정을 느낄 때. 행복할 때 최악의 벌이 내려져서 잘 맞지 않나 생각한다. 드라마 자체는 결말 열린 결말이지만, 닫혀있다고 본다. 주희는 결국 승천이를 알아볼 것 같다.


Q. 이번 작품이 전환점이 될 것 같은지?


된 것 같아요. 제가 용기있고 용감한 사람은 아니지만, 겁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러한 겁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실감을 한 것 같다. 새로운 것도 부딪혀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구나 느꼈다. 평소에 살면서 제 발로 먼저 부딪혀 보지 않는다. 일을 하면서 이런 것에 즐거움을 느낀 것이 저에게 전환점이 됐고, 연기가 재미있고 잘하고 싶어졌어요.


Q. '금수저' 계급론에 대한 생각은?


사실 돈은 당연히 있으면 좋고, 많으면 좋겠지만, 작품이 주는 메시지도 그렇고 요즘 사회에서도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가 많은 것 같다. 작품을 하면서 좀 더 느끼게 된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내 삶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같다. 당연히 사람이라면 욕심이 있을 수는 있는데, 남의 것을 뺏는 것이 아닌, 내것을 만들어가는 건강한 욕심이 중요한 것 같고 많이 배울 수 있었다. 모두가 알고 있는 거지만, 한번 더 상기하게 됐다.


Q. '금수저'로 인생을 바꿀 기회가 생긴다면?


저는 절대 안 바꿀거에요. 지금이 딱 좋아요. 지금의 제 인생이 좋고, 제 주변에 있는 가족도 좋고, 팬도, 회사도 좋다. 모두가 너무 좋다. 제가 하고 있는 일도 너무 좋아서 남이 되고 싶다는 마음보다 지금 제가 사랑하는 것을 버려야하는 것이 싫다. 이렇게 행복한데 내 자리를 다른 사람이? 그러고 싶지 않다. 느끼고 싶지 않다.


Q. 연기자로서 4년 차, '금수저'는 어떤 의미가 될 것 같은지?


오래오래 기억에 남고 안 잊혀질 것 같다. 캐릭터도 그렇고 시간이 지나면 어쩔 수 없이 그때 했던 대사나 뉘앙스 이런 것이 잊혀질 수밖에 없는데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저도 연기를 시작하고 작품을 여러개 했는데 다 열심히 했지만, 그 중에서도 잘하고 싶은 작품이었다. 그동안 캐릭터를 만들 때 저에서 시작을 많이 했는데, '금수저'의 경우 여진이는 저를 지우고 덜어내려고 노력을 했다. 제가 아닌 제 3의 인물처럼 만들려고, 그 과정을 경험하게 된 작품이라 못 잊을 것 같다. 연기자로서.


Q. 처음 배우를 시작할 때 힘든 것은 없었는지?


아무래도 제가 저를 되게 많이 채찍질하는 편이다. 연기를 하면서도 심하게 하다보니까 지금은 주변에 말들에 그렇게까지 신경을 안 쓰는데, 처음 새로운 출발, 새로운 시작을 할 때 여기저기 신경을 많이 쓰게됐다. 주변에 잡음 이런 것에 신경을 쓰다보니까 '잘해야 된다', '나는 잘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그런 마음이 커서 스스로 힘들게 하는 편이었다. 지금도 그런 편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건강하게 바뀐 것 같다. 약간 여유를 찾자는 생각도 하고 편안한 마음가짐을 얻자는 생각도 하고 그랬다.


Q. 어떤 색깔을 가진 배우가 되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은?


저의 장점은 집중력이 좋다기 보다는, 집중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저는 안다. 제가 3초만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래서 감정을 미리 만들고 가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배우는 색깔을 정하지 않고 싶다.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것 같다. 물론 저만의 색이 있다면 그것도 그대로 재미가 있고 좋은 것이지만, 다양하게 도전하며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Q. 배우로서 목표가 있다면?


큰 목표가 없다. 계획 없이 산다기 보다는 내가 이걸 해야지, 이런 사람이 되어야지 하면 거기에 빠지게 되어 힘들 것 같았다. 제가 살면서 평생의 목표가 좋은 배우 이런 것보다도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아직 좋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고, 지금은 그 단어에 대한 정의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 큰 계획은 없다.


Q. 차기작은 결정 됐는지?


아직은 없다. 드라마를 잘 끝내고, 정말 푹 쉬었다. 정말 말도 안되게 이렇게까지 늘어져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13시간 정도 자면서 이제부터 생각해봐야 될 것 같은 작품이다.


Q. 차기작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이제부터 시작을 해야 되는데 작품을 고른다기 보다는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서 고민이죠. (어떤 작품을 만나고 싶은지?) 여진이처럼 입체적인 인물을 하고 싶다. 단순하게 분석해서 다가갈 수 있는 캐릭터보다는 나를 힘들게 하는 그런 캐릭터와 작품을 만나고 싶다. 힘들어야지 재미있는 것 같아서 절 힘들게 하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Q. 끌리는 취향의 작품이 있는지?


제가 정말 의외로 로맨스 영화를 좋아하는데, 정말 로맨스는 하고 싶지 않아요. 너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정말 코 앞에서 눈이 몰릴텐데 생각도 들고, 막 보면서 너무 재미있고 좋은데 내가?라고 생각하면 설레다가도 어려워보이더라구요. (어려운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달달한거는 그럼 한 3년 뒤에 좀 적응되면 노력해보겠다. 적응기를 가져야할 것 같다.


글 에디터 하나영 / hana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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