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인터뷰 / 사진: 나무엑터스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인을 넘어 세상의 모든 외뿔고래들에게 보내는 이야기인 것 같다."
박은빈이 세상의 모든 '이상하고 별나지만 가치 있고 아름다운' 이들에게 위로를 건넸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를 통해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로 변신하면서다.
장애인의 성장기, 로맨스까지 펼쳐야 했기에 부담스럽기도 했다고 말한 박은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온 마음을 다해 '우영우'를 그렸다. 결국 박은빈만이 할 수 있는 캐릭터가 완성됐고, 국내외 드라마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Q. 박은빈에게 '우영우'는 각별한 드라마일 것 같다. 작품 마친 소감은 어떨지.사실 어느 드라마, 어느 캐릭터가 더 각별하느냐는 마음가짐에 따라 다른 것 같다. 믿어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가 그동한 한 모든 작품과 캐릭터를 동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런 점에서 '우영우'가 특별히 더 각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작품 하나하나를 끝낼 때마다 좋았던 분들, 이 프로젝트는 끝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눈물이 나기도 한다. 한 인생을 잘 보내주는 느낌이 든다. '우영우'를 마쳤을 때는 일단 안도감이 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긴장감이 컸던 것 같다. 배우로서는 되게 부담되는 장면들이 많았다. 끝이 날 때까지 사력을 다 했던 작품이다 보니 끝났다는 안도감 플러스, 그동안 힘들었던 나날들이 쭉 스쳐 지나갔던 것 같다. '아, 결국 내가 잘 해냈구나' 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에 눈물이 났다.
Q. 가파른 상승세로 큰 사랑을 받지 않았나. 처음에 이렇게 잘 될 거라 예상했나.정말 솔직하게는 작품성에 심혈을 기울인 건 맞았다. 대중성에 있어서는 대중분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사실상 시청률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작품이 뒤로 갈수록 입소문이 나는 게 아니라 초반부터 너무나 기대 이상으로 폭발적인 반응을 보내주셔서 정말 솔직한 감정으로는 좀 무서웠다. 그만큼 제가 작품을 가볍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되게 진중하게 접근했었고, 제가 무지했던 부분도 있을 텐데 많은 분들이 봐주시는 것만큼 다양한 반응이 있을 테니 위협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겸허하게, 관망하는 자세로 지켜봤다. 저는 그저 대중분들의 사랑은 '우영우' 팀에게 보내주신 거라 생각해서 크게 도취되어 있지는 않았다.
Q. 처음에는 작품을 고사했다고. 이유가 있었나.쉬운 마음으로 접근하면 안 될 것 같은 작품이었다. 좋은 작품이라는 느낌은 왔지만, 배우로서 어떻게 해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암담하기도 했다. 시놉을 읽으면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곤 한다. '이 캐릭터는 이런 느낌으로 하면 되겠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구나' 싶은 느낌이 오는데, '우영우'는 예상이 되지 않았다. 분명 대본은 잘 쓰여져 있는데 내 목소리로 하는 모습이 상상이 되지 않았다. 제가 과연 구현할 수 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고, 걱정이 앞섰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사했었다. 그래서 '좋은 배우들이 해주는 '우영우'를 볼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감독님과 작가님이 기다려주셨다. 솔직히 많이 부담됐던 건 사실이다.
Q.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부담도 됐을 것 같다. 준비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하다.사실상 제가 '연모' 촬영 막바지까지 굉장히 고행이었다. '연모'를 마치고 '우영우'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2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겠다는 절박함이 저에게 가장 컸던 것 같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캐릭터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야만 했다. 훌륭한 래퍼런스가 많다는 걸 알고 있지만, 다른 캐릭터를 모방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부차적으로 다큐멘터리 등에서 나온 실존하는 분들을 모방한다면 그들의 실생활을 수단 삼아 연기하는 것이 될까 봐 최대한 영상 레퍼런스를 배제하려고 했다.
작가님, 감독님, 그리고 자문 교수님 세 분이 대본을 워낙 탄탄하게 구축해 주셨다. 저는 세 분의 도움을 받았다. 그분들이 생각하는 영우의 느낌을 듣고 준비했다. 제가 개인적으로 한 작업이라면, 아무래도 교과서로 공부하는 게 익숙한 사람이다 보니 자폐스펙트럼 장애와 관련된 정보와 그 판단 기준에 대해 공부했다.
Q. 실제 반년 이상 연기해 본 '우영우'는 어땠나. 영우의 어떤 점이 배우 박은빈에게 스며들었을까.저는 영우가 박은빈보다 훨씬 언니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영우는 용감하고 씩씩한 사람이다. 두렵고 불편한 부분이 있을지라도 항상 '해보겠다'고 하고,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그런 용기를 내는 사람이다. 그런 측면이 저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영우에게 배운 점이 많다. 영우의 인생 그대로 사람을 받아들이고, 자기 잣대로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 그런 부분을 영우에게 배웠다.
제가 '우영우'를 연기하며 해야 했던 숙제는 '시청자분들을 내 편으로 만들기'였다. 그게 배우로서의 과제라고 생각했다. 영우는 누군가 응원해 주지 않아도 혼자서 잘 해내려고 하는 친구이고, 마냥 도움이 필요한 존재는 아니기도 했다. 그래서 영우의 용기 있는 선택을 (시청자분들이) 응원할 수 있는 순환 구조가 되기를 바랐다.
Q. 영우는 쉴 틈 없이 내뱉는 대사가 많지 않나. 특히 법정신에서는 어려운 법률 용어까지 소화해야 해서 많이 어려웠을 것 같다.그나마 다행인 건 '이판사판'이라는 작품에서 판사 역할을 경험해 봐서 법 조항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던 거다. 하지만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사가 훨씬 많았다. 그냥 읊는 게 아니라 머릿속의 백과사전을 펼쳐 읽는 수준으로 해야 해서 정말 정말 어려웠던 작업이었다. 영우와 친해지는 과정에 플러스알파로 중압감이 훨씬 커졌다. 법정신에서 제가 트라우마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정말 호되게 당한 적이 있는데, 그 후에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Q. 어렵게 소화한 영우이기에 더 정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영우에게서 벗어나는 데 어렵지는 않았나.저는 온, 오프가 뚜렷한 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제가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캐릭터와 제 삶의 균형을 어떻게 취할 것인지, 그 시행착오를 겪다 보니 지금은 촬영한 땐 온전히 캐릭터로 살아 숨 쉬고, 오프가 되면 온전히 제 삶을 영위하는 것이 좋더라. 그게 제가 바라는 삶이다.
Q.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엄마랑 만났을 때가 좋았던 것 같다. 8부 엔딩에서 엄마가 '나를 원망했었니'하는 그 장면이 진경 선배님과 처음 만난 날 찍은 신이다. 고대하던 진경 선배님을 만나는구나 싶었는데, 그때 실제 연기해 보니 제가 대본을 읽으면서 생각한 것 이상으로 슬픔과 아픔이 밀려왔다. 이건 영우의 마음인 것 같았다.
Q. '우영우' 신드롬 이후 온라인과 유튜브를 통해 '우영우 패러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장애인 희화화가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는데.일단 영우를 연기한 배우로서 말씀드리자면, 제가 연기하는 우영우는 '우영우' 세계관 속에서만 살았으면 좋겠다. 그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 같다. 어떤 의도로 구현을 하시던, 극 외부에서 발생하는 것들의 반향은 의도화는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Q. 작품이 흥행하면서 박은빈의 과거 영상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나왔던 고교 시절 청순한 모습이 재조명됐는데, 알고 있나.'그알' 같은 경우는 제 고등학교 친구들이 노출이 됐기 때문에, 특히 고등학교 친구들이 그 영상만큼은 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그때와 지금의 자신이 다르다고 했다.(웃음) 친구가 그 얘기 한지 딱 이틀 후에 그 영상이 다시 떴다. 너무 미안했다.
또, '그알'은 엄마가 매체에 노출된 유일한 영상이기도 하다. 일단 엄마는 14~15년 정도 제 매니저로 계셨다. 저에게는 엄마 이상의 부분이 컸고, 엄마는 저의 모든 걸 다 알고 계신다. 이번에도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한 반면에, 엄마는 제가 이루 다 말할 수 없지만 홀로 감내해야 했던 것들이 보이셨을 거다. 그래서 마냥 좋아해 주시지만은 못 했던 것 같다.
Q. 이제 30대 배우가 되지 않았나. 앞으로의 연기 인생을 생각해 보기도 했을 것 같다. 지금 박은빈의 고민은 뭔가. 또 몇 달 남지 않은 올해 계획이 있다면?아직 만 29세다.(웃음) 사실 먼 훗날의 미래를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일단 이번 주에는 인터뷰가 가장 큰 고민이었고, 매일매일, 오늘을 잘 넘기면 행복한 내일이 기다리고 있겠다는 생각이다.
사실상 촬영을 끝내고 아직 휴식을 취하지 못했다. 일련의 일들이 지나가고 소강상태가 되면 개인적으로 휴식을 가지면서 여행도 가고 차기작을 검토해 봐야할 것 같다. 차기작은 아직 결정을 못했고, 바빠서 검토도 미처 못하고 있다.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드릴지 고민하는 하반기가 될 것 같다. 기대해달라.
글 에디터 이우정 /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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